라이 따이한의 슬픈 곡성이 들리는 베트남, 한국의 백마부대가 가장 잔인하고 무서웠다는 베트공,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 킬링필드에서 죽은 시체가 넓은 들판을 가득 덮었던 죽음의 땅. 사천만 인구중에 오분의 일인 팔백만이 죽었다는 한 서린 넋들이 가득한 그 땅위에 내가 탄 비행기는 사뿐히 내려앉고, 한국의 기후와는 달리 끈적하고 후덥한 습기가 밤임에도 불구하고 몸에 척척 달라붙는다. 호텔로 가는 차안에서 창문에 얼굴을 박고 하노이의 냄새를 맡았다. 어둡고 습한 냄새, 사람이 살지 않는 듯 일찌감치 불꺼진 건물들, 낡고 오래된 건물들과 우리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작아 보이는 사람들, 시내로 들어서자 오토바이들의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차와 사람과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신호등이 없이 잘도 얽혀져 돌아간다. 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