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국외)/베트남

베트남 여행기2

삼생아짐 2007. 11. 11.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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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따이한의 슬픈 곡성이 들리는 베트남, 한국의 백마부대가 가장 잔인하고 무서웠다는 베트공,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

킬링필드에서 죽은 시체가 넓은 들판을 가득 덮었던 죽음의 땅.

사천만 인구중에 오분의 일인 팔백만이 죽었다는 한 서린 넋들이 가득한 그 땅위에 내가 탄 비행기는 사뿐히 내려앉고,

한국의 기후와는 달리 끈적하고 후덥한 습기가 밤임에도 불구하고 몸에 척척 달라붙는다.

 

호텔로 가는 차안에서 창문에 얼굴을 박고 하노이의 냄새를 맡았다.

어둡고 습한 냄새, 사람이 살지 않는 듯 일찌감치 불꺼진 건물들, 낡고 오래된 건물들과 우리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작아 보이는 사람들,

시내로 들어서자 오토바이들의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차와 사람과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신호등이 없이 잘도 얽혀져 돌아간다.

신기하다.

사회주의 국가에선 다 그런가.

 

재작년에 남편을 따라 갔던 중국에서도 신호등이란게 아예 없었다.

차가 없는 것도 아닌데 신호등이 없이도 사람들은 제 갈 길을 잘 간다.

 

만약 우리나라에 신호등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교통 경찰도 줄어들고, 음주 운전도 없어질 것인가?

사람들의 바쁜 마음도 조금쯤은 누그러질 것인가?

 

 

사돈 남 말한다.

나처럼 성질 급한 여자도 없으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빨리 출발하지 못하는 앞차를 보면 “저런 멍멍이 아저씨!(개xx)” 욕하는 주제에.

 

 

 

 

 

에어콘이 서늘하게 나오는 호텔방에서 열대 식물들을 한참동안 내려다보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이국적인 정취도, 해외여행 왔다는 실감도 느끼지 못한 채 여독에 지쳐 그냥 스르르 잠이 들었지만 이른 새벽에 깨어버렸다.

 

“엄마, 초코렛 주고 다시 가면 안 되나?”

공항에서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초코렛을 샀다고 전화하자 아이가 던진 말이 귓가에 쟁쟁하다.

 

“엄마, 인사 제대로 못해서 죄송해요.”

 

안 보아도 선하다. 양 눈에 눈물이 글썽해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차마 뒤를 돌아보지 못했을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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