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봄날

삼생아짐 2009. 3. 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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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오후 네시쯤에 영재녀석한테 전화가 왔어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우리 집에도 고로쇠 수액이 나온다네요.

 


아마 녀석들이 집에서 축구하다가 공이 날아가서  

당단풍 나뭇가지를 잘랐나봐요.

 

(그전에 고로쇠나무인줄 알았더니  

정보화마을 여러분들이 당단풍이라 알려주셨어요.

 

역시 인터넷의 힘은 놀라워~~)

 


그 부러진 가지끝에서 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니깐  

영재녀석 찍어서 맛을 보더니 고로쇠수액이라고...

 


그러자 민재녀석이 가지끝에 입을 대고  

쪽쪽 빨아먹었다네요.

 

잘 안나오니깐 나무를 흔드니 또 잘 나온다고...

 

(지난번에 채은네 형님이 고로쇠수액 한 병 주셔서  

가져가니깐  

울 민재녀석, 얼마나 반기던지...

 

쬐끄만 녀석이 벌써부터 몸에 좋은 건 잘 알아요.)

 

지금도 봉지가 새서 방울방울 떨어지니깐  

입대고 받아 먹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전화로  

아까우니깐 봉지 한 번 매달아봐...했걸랑요.

 

 

그랬더니 녀석들이 정말 가지끝마다 봉지를 주렁주렁 매달았어요.

 


게다가 입구는 이불 꿰매는 실로 칭칭 동여매서... 

얘는 잘못 매달아서 물이 꺼꾸로 새고 있네요.

 


퇴근하면서 보니깐 나뭇가지에 하얀 봉지들이 매달려서 

마치 풍선이 주렁주렁 달린 것처럼...

 


녀석들이 이러구 있으니깐 녀석들 아빠,  

원래 고로쇠 채취는 나무에 구멍을 내서하는 거라고 가르쳐 줬나봐요.

 

 

녀석들, 드라이버로 구멍을 내려 했다네요. 

나무의 움푹 들어간 구멍에 드라이버를 꽂으면 더 잘 될 줄 알았는지 

튀어나온 부분이 아니라 원래 있던 구멍자리에 꽂으려 했던 흔적이 ...



그래도 참 신기하죠??



가지 끝에서 이렇게 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고이니깐요.

 


녀석들, 아침 저녁으로 수시로 나가 보더니  

민재녀석, 한 150밀리는 될 거 같다고... 

나가볼 때마다 양이 늘어요.

 

게다가 아침에 민재가 안 일어나니깐  

영재넘 ; 민재야, 고로쇠 넘쳐!!  

그럴때마다 민재넘, 눈을 번쩍!!

 


제법 고였죠??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의 양을  

무시못하겠어요.

 

 

이틀 뒤 다 모아보니 200밀리가 넘어요. 

영재녀석이 아침에 걷어오니 얼음덩어리예요.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서 아침에는 몽땅 얼어있네요.

 


민재녀석, 고로쇠 아이스크림이라며 

쪽쪽 빨아먹구요...

 


제가 먹어봤더니 달착지근한게  

천연 고로쇠빙과맛이...

 


녹인다음 나뭇잎을 걷어내고 

마시라 했더니...

 

민재넘 ; 엄마, 요즘 다리 아프다 그랬잖아. 

이거 마시고 뼈 튼튼하게 해. 

할머니들만 드리지 말구...

 

하네요.

 

 

녀석의 의외의 말에 조금 놀랬어요.

 

나뭇가지에 입대고 빨아먹고,  

방울방울 떨어지는 나무 밑에 서서 입 벌리고 받아먹을 만큼 

고로쇠 수액을 좋아하는 녀석이 

정작 다 받은 건 저보고 마시라고...

 

 

얼마전에 제가 연골을 다쳐서 조금 고생했는데 

그게 녀석의 마음에 걸렸었나봐요.

 

 

늙어가시면서 등이 많이 굽어지는 양쪽 집 어머님들께 고로쇠 보내드리면서  

제가 어르신들 관절 아프신데 최고라고 했더니 

녀석, 그 말 듣고 똑같이...

 

 

아무 것도 듣지 않는 듯  

관심없는 듯 싶으면서도 

녀석, 우리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다 보고  

다 듣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부모가 제대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말인가봐요...

 

 

나이들면서 점점 무심해지는 제자신을 반성하며... 

전화라도 자주 드리는게 효도인데 

그 간단한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제자신이 많이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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