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선택하래요...

삼생아짐 2009. 2. 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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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네시가 조금 지나면 수향넘, 띠링~ 문자 보내요.

 

수향넘 ; 엄마, 언제 오삼?? 저녁은 어찌할까요??

 

삼생아짐 ; 알아서 차려봐. 주는대로 먹을께.

 

수향넘 ; 헐~~ 도대체 누가 엄마인지 모르겠어...ㅡㅡ;;

 

 

하면서도...어제는 김밥을 준비하고 있더라구요.

 

김밥에는 김치를 넣어야 개운하다면서 김치도 헹구어 찢어놓고

 

(배운 건 있다 이거죠...)

 

참치도 마요네즈에 버무려서...

 

 

갑자기 수향넘, 애들을 마악 불러요.

 

수향넘 ; 빨랑 와봐봐. 얘들아, 니네가 가장 좋아하는거야.

 

삼생아짐, 영재랑 민재랑 달려갔더니...

 

헐~~

수향넘 ; 누~~~~드~~~ 김밥되시겠습니다.!!!

 

 

김밥을 싸다가 장난기발동...

 

김을 안에다 집어넣고

 

밥을 겉으로 말아서...

녀석들 눈이 휘둥그레지는 '누드'소리를 유난히 강조!!

 

 

 

삼생아짐 ; 얼라들한테...못하는 소리가 없어.

 

수향넘 ; 엄마, 쟤네도 알건 다 알어.

 

그나저나 엄마, 나 이제부터 19세이상 영화 맘대로 볼 수 있다??

 

삼생아짐 ; 어른 되서 좋은게 그거밖에 없냐??

 

수향넘 ; 또있지. 술을 맘대로 살 수 있다는 거!!

 

지난번엔 농협에서 술 안팔아서 상학이엄마 불러서 술 샀어.

 

삼생아짐 ; 하여튼...못된거부텀 배우는 건 개나 사람이나 똑같어.쯧쯧...

 

수향넘 ; 근데, 엄마....아직 야한 영화를 한번도 안봐서 잘 모르겠는데...

 

삼생아짐 ; 입술에 침이나 발라라.

 

]

 

수향넘은 열심히 저녁준비하고 있고...

 

저는 옆에서 신문보면서 녀석이랑 농담 따먹기하고 있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엄마와 딸의 입장이 조금 바뀐것 같긴 하지만...

 

녀석이 졸업하고 집에 있으니 정말 여러모로 좋네요.

 

끼니때마다 애들 밥 안 챙겨도 되고

 

오히려 점심때 제가 집에 가면 밥 다 차려놓고, 먹으라고...

 

제가 조금 지쳐서 누워있으면 얼릉 식기전에 먹으라고 엄마처럼 재촉하고...

 

민재넘은 어깨도 주물러주고...

 

(정말 왕비마마가 따로 없네요.)


 

그나저나 누나가 김밥 다 쌀때를 기다리다 못한 영재랑 민재넘

 

맛살이랑 달걀이랑 단무지랑 하나하나 주워먹으니

 

수향넘이 모자르다고 막 뭐라그래요.

 

영재랑 민재넘, 머쓱해서...누나 눈치만 슬슬 보고...

 

삼생아짐; 냅둬. 김에 싸서 먹으나 따로따로 집어먹으나 뱃속에 들어감 다 똑같어.

 

그랬더니 영재넘이 의기양양하게 밥을 손으로 집어 먹으면서

 

엄마가 최고라네요.

 

 

수향넘, 눈을 흘기면서도...

 

엄마 배고프겠다면서 싸놓았던거 썰어서 주네요.

 

음...

 

밥이 넘 고슬하게 되어서 좀 딱딱하긴 하지만

 

그런대로 간도 맞고, 맛도 좋아요.

 

 

녀석, 언제 이렇게 요리를 다 배웠는지...

 

 

 

울 최후의 보루랑 저랑 둘이 집을 비울 때가 많고

 

또 농사일 할 땐 마찬가지로 식사준비할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아

 

아마 어려서부터 동생들 식사를 챙겨버릇해서

 

자연히 요리도 늘었나봐요.

 

 

어떤 엄마들은 딸을 키우면서 자랄 때 집에서 일 많이 하면

 

시집가서도 일 많이 한다고

 

부러 안 시킨다는데...

 

저는 딸이건 아들이건 무엇이든 다 할 줄 알아야한다는 미명하에

 

모두 분담하니...제가 넘 무정한 엄마인가요...

 

 

 

이제 며칠만 있으면 대학에 진학해서 집을 떠날텐데...

 

녀석, 씽크대 앞에서 집안 일 하는 거 보니

 

좀 많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든든하고 이쁘기 그지없어요.

 

역시...전 고슴도치 부모인가봐요.

 

했더니...

 

 

 수향넘 ; 엄마, 옷을 사줄래, 아님 현금으로 줄래??

 

그래도 딸이 대학가는데...입 싸악 씻는거 아니겠지?

 

내가 이렇게 집안일도 알아서 척척 잘하는데...

 

선택해, 빨랑!!

 

 

......

 

그럼 그렇지, 역시 세상엔 공짜는 없어요,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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