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없으면 때리는 사람도 없고
텔레비젼 뺏는 사람도 없고
공부하라고 잔소리할 사람도 없어 좋다던 녀석들...
엄마, 아빠보다 더 누나를 두려워하던 녀석들이
누나가 대학에 진학해서 집에 없으니 보고싶은가 봐요...
민재녀석, 제 핸폰가져가서 또 게임하나 싶어 혼내려보니...
제 누나랑 문자 주고받고 있네요.
녀석들, 문자로 이런 저런 이야기 주고 받더니...
수향넘 절 보자마자 ; 왜 애들 보는데 싸우고 그래요??
엄마가 좀 참지!!
삼생아짐 ; 어떻게 알았어??
수향넘 ; 쟤네들이 동시방송으로 맨날 집에서 벌어지는 일, 생중계 해.
애들 보는데 싸우지 좀 말어.
지난 번엔 울 부부가 부부쌈했더니 녀석들,
제누나한테 전화해서 울 부부가 주고받는 대사꺼정 고대로 누나한테 전달...
서로서로 보고싶다, 사랑해 어쩌구 저쩌구 주고받더니...
지난 주말에 집에 왔네요.
금요일부터 일요일꺼정 수업이 없다고
외숙모랑 외삼촌이 아르바이트 시켜준대도 기어이 집에 왔어요.
수향외삼촌 ; 누나, 수향이가 너무 비싸게 굴어.
용돈 좀 줄라구... 기냥 줌 안 받을거 같아 아르바이트 하랬더니
녀석, 오래두 안와.
삼생아짐 ; 동생들 보고싶어서 그럴거야...담주부턴 가라 그럴께.
수향넘, 집에 오자마자 동생들 학교 가고 나서 꽤나 심심한지 문자질...
그러더니 고등학교때 친구들이랑 만나 갈 곳이 없어 밥 먹고
서석장거리를 여기저기 헤매다가
다방에 들어가서 두시간 동안 놀다왔대요.
수향넘 ; 엄마, 왜 시골은 이렇게 갈 데가 없는거야??
포켓볼 치러 갔더니 당구장엔 포켓볼대도 없구...
분위기 좋은 카페도 없고...
그래서 새로 생긴 다방에 들어갔는데,
다른 사람들 볼까봐 얼릉 들어갔어.
삼생아짐 ; 다방이 어때서?? 나두 옛날에 내 친구 우리 마을로 의료봉사 왔을 때
다방에 델구 들어가서 만났는뎅??
수향넘 ; 아저씨랑 할아버지들이 가시는데잖어.
쌍화차에 달걀 노른자 띄워 나오는데...
녀석, 도시로 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문화의 차이를 느끼고, 시골이 따분하게 느껴지는지...
수향넘 ; 엄마, 근데 이거 알아??
연적지에 있는 오리, 그거 컴공과 애들이 무선리모콘으로 조정하는 거래.
삼생아짐 ; 놀고 있네...
새우깡 많이 줘서 비만이나 만들지말어.
수향넘, 깔깔 웃더니 ; 근데 내친구들이 그 말 믿더라??
애들 되게 순진해, 엄마.
엄마가 나온 학교를 딸이 다시 다니니 이렇게 공통의 화제거리도 있네요.
수향넘 ; 엄마, 근데 정말 가방 안 사줄거야??
나 이따만한 전공책 들고 다니느라 어깨에 알 뱄어.
삼생아짐 ; 자업자득이니깐 큰가방 필요하면 네가 벌어서 사.
수향넘 ; 책이 얼마나 무거운지 장난이 아냐.
선배들이 자기 사물함 쓰라는데, 거기꺼정 갖다두고 가져오려면 더 힘들어.
그랬더니 선배들이 방법이 딱 하나 있대.
머슴하나 고용하래, 책들어다주는 머슴.
삼생아짐 ; 복돌이만 조심하면 돼.
수향넘 ; 복돌이??
삼생아짐 ; 군대 제대하고 복학한 남자들.
내가 복돌이한테 코 꿰여서 이날이때꺼정 꽉 잡혀 살잖어.
수향넘, 이 말 듣더니 자지러지게 웃네요.
그러더니 밖에 나갔다 들어온 제 아빠를 붙들고
제가 한 말 고대로 고자질을...
울 최후의 보루, 기가 막힌지 코웃음을 치더니
'야, 누가 먼저 꼬셨나 다시물어봐."
삼생아짐 ; 풋풋한 대학 신입생을 꼬신게 누군데...
최후의 보루, 풋풋한 대학 신입생(?)이란 말에 더 자지러지네요.
수향넘, 우리 둘이 또 투닥거리니깐...
"그나저나 엄마, 솔직히 말해봐. 나 언제 만들었어??
나 허니문 베이비라더니...날짜 꼽아보니깐 아닌데??
봐, 결혼식 12월 7일날 했지??
내 생일이 9월 26일이니깐, 1월, 2월...손가락 꼽아가며 어쩌구 저쩌구 헤아리더니
내가 팔삭동이야? 앙?
결혼전에 사고쳤지?? 사고치고 나 낳았지??"
그니깐 싸우지말고 사이좋게 잘 지내란말이야.
애들 부부쌈 생중계하게 하지말고...
삼생아짐 ; ...... ...........
자식이 크니깐...별 농담도 다 하게 되네요.
지난번에 수향이 선배, 광영이녀석이, 자기 집에 가만히 누워서 놀다가
엄마, 아빠 결혼식 사진 보구 씌여진 날짜가
자기랑 태어난 날보다 넉달밖에 안 빨라서
엄마, 아빠가 사고쳐서 결혼한 거 같다고 저한테 심각하게 얘기하더니...
그때 수향넘 옆에서 듣고서 아무 말 않고, 씨익 웃더니...
이번에 저한테 본격적으로 들이대네요.
(이녀석이 하라는 아르바이트는 안하구
집에 와서 저만 달달 볶네요...)
근데, 이넘아, 결혼식은 12월 7일날 했어도
호랭이같은 외할아버지땜에 혼인신고는 대학교 4학년때 했다,이넘아.
그니깐 내가 복돌이 조심하라고 하는거지, 달리 그러냐??
하여튼 복돌이는 조심해, 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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