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뜻대로 안되요^^;;

삼생아짐 2009. 4. 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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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해서 돌아오니 녀석이 인사도 않고,

 

등 돌리고 앉아서 무언가에 열중해 있어요.



삼생아짐 ; 너 뭐하냐??

 

민재넘, 대답없이 끙끙거리기만...

 

 


평상시 같았으면 저를 보자마자 번쩍 들어올리고

 

(울 최후의 보루는 힘에 부쳐하지만 녀석은 저를 번쩍 들어올려요.)

 

반갑다고 뽀뽀도 하고

 

안꿍도 하고...

 

하여튼 제가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대롱대롱 매달리던 녀석이

 

이상하게...

 

억지로 등 돌린 순간, 헐~~

 

 

알고보니 신발 들고 들어와서 리본묶기 연습하는거래요.

 

신발에서 흙이 우수수...

 

일단 흙투성이 신발은 현관에 내어놓고

 

여분의 신발끈을 하나 찾아줬지요.



근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지 심통이 조금 났어요.

 


이리 묶어도 안되고...

 

 

돌려묶어도 안되고...

 


녀석, 슬슬 열받기 시작...

 

(10분정도 됐걸랑요...)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안되니

 

드뎌 심통이 폭발...

 


자긴 돌대가리여서 죽어야 한다는 둥...

 

이렇게 머리나쁜 아들을 낳았으니 엄마는 얼마나 슬프겠냐는 등...

한동안 자학을 하더니...

 

제가 사진찍으니깐 무지 화내요.

 


급기야는 책상에 엎드려 눈물을 펑펑...

 


예전에 어릴 때 저도 뭔가 시도했을 때

 

뜻대로 안되면 마악 화를 내며...

 

혼자서 팔딱거리다가...한바탕 울고...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될때꺼정 되풀이했던 기억이...

 

(이넘이 제 아들 아니랠까봐 성질 더러운 것꺼정 저를 닮아서리...)

 

우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어쨌든 녀석을 달래준 후

 

뒤에서 끌어안고

 찬찬이 묶는 방법을 알려줬지요.

 

 

드디어 묶는 방법을 터득!!!

 


녀석, 신나서 어쩔줄을 모르네요.



풀어보고, 다시 묶어보고

 

몇 번 해 보더니

 

이제 완전하게 알았나봐요.

 


현관으로 달려가서 아까 들여왔던 신발을 도로 집어 들고

 


리본 묶기를 시도~~

 


 끈 묶는 신발이란 신발은 죄다 꺼내서

 

풀었다가 다시 묶고 있어요.

 

 

삼생아짐 ; 도대체 왜 그렇게 신발끈은 묶는거야??

 

민재넘 ; 선생님이 테니스화 사주셨는데 담주에 내주신다 그랬어요.

 

근데 시합 나가서 신발끈 풀어지면 그거 도로 못 묶으면

 

시합에서 지잖아요.

 

그니깐 미리 신발끈 묶는 거 연습해둬야지요.

 

삼생아짐 ; 헐~~~

 

 

 

걱정도 팔자라고 해야 하나요,

 

아님 준비성이 철저하다 해야 하나요...

 

그도 아님 승부욕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요...

 

참...

 

기가막혀서 한동안 녀석 이러고 있는 걸 혀만 차며 지켜보았죠.

 

 

어쩌면 제 형이랑 이렇게 성격이 다를까요??

 

제 속으로 낳았지만 형제간에 성격다른건 정말 어쩔수가 없네요.

 

 

 

 

이녀석 형은 천하태평

 

세상에 급할 게 없는 녀석이지요.

 

남들이 뭐라하건간에 느릿느릿, 꾸물꾸물...

 

별로 시샘도 없고, 승부욕도 없고...완전 굼실굼실거리는 팬더곰 한마리...

 

성적이 떨어져도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둥

 

가끔 염장 지르는 소리만 툭 툭 내뱉는...

 

게다가 텔레비젼과 컴게임은 이녀석과 삼위일체죠.

 

 

 

이날도 거실에서 뒹굴뒹굴...

삼생아짐 ; 학교갔다와서 공부는 좀 했냐??

 

영재넘 ; 응, 숙제는 다했구요, 심심해서 수학도 두 문제 풀었어.

 

삼생아짐 ; 심심해서 하는 게 공부야??

 

영재넘 ; 응.

 

가끔 그 느물거리는 도가 지나쳐서 제 누나가 녀석더러 '개념없다'고 답답해하는데

 

지난번에도 핸폰 망가뜨려서 수리비가 엄청나게 나왔건만

 

제 아빠 잔뜩 화나있는데 차에 올라타면서

 

영재넘 ; 아빠, 뮤직큐~~~

 

얼릉얼릉 음악 틀어달라구요!!!

 

하는 바람에 모두 어이없어 웃고 말았다네요.

 

 

동생인 민재마저도 제 형을 보고, 개그맨에 눈치없는 건 국가대표급이라며 놀려대는데...

 

 

이렇게 매사에 적극적이고 승부욕강한 막내와

 

느릿느릿 만사태평인 둘째넘...

 

가끔 반반 섞었으면 싶은데

 

참, 뜻대로 안되네요.

 

 

하늘과 땅차이라는 말은 이 두녀석 성격을 두고 나온 말인듯...

 

 

 

어쨌든 두 넘다 소중한 아들들임에는 틀림없는데...

 

건강하고, 성실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이 사회에서 쓸모있는 사람으로

 

제대로 성장했음 바랄게 없을 듯 싶네요.

 

 

http://samsaeng.invi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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