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에서 돌아오니 울 딸녀석 ; 엄마, 장에 갈 일 없나??
나 코트 세탁소에 가져다 줘야 하는데...
하면서 물어보네요.
삼생아짐 ; 없는데??
수향넘 ; 그럼, 마트에 갈 일은?? 반찬도 별로 없는 거 같은데 장 안봐??
삼생아짐 ; 기냥 있는 반찬 해서 먹음되지.
그랬더니...수향넘, 잔뜩 실망한 얼굴로...
수향넘 ; 엄마, 제발 날 좀 델구 나가면 안되나?? 아무데나 괜찮아.
나 오늘 너무 심심해서 양말도 신어보고, 화장도 해보고
옷도 입어보고 그랬다? 나갈데도 없는데...
엄마, 내일은 제발 나 좀 델구 나가줘,응???
하면서 통사정을 하네요.
녀석, 도대체 집에 있은 지 며칠이나 됐다구 이렇게 답답해 하는지...
수향넘 ; 졸업식날 이후로 한번도 바깥에 못 나가봤어.
엄마, 제발...아무데나 데리고 나가줘.
엄마, 센터 청소해야하지?? 나 센터에 데려가 주면 내가 청소 다 해줄께.
삼생아짐 ; 정말??
귀가 번쩍 뜨이네요.
센터 청소는 한층 하는데에만 꼬박 한시간반이 걸리거든요.
아래층꺼정 하면 무려 세시간...
민재랑 영재녀석도 제발 누나 좀 델구 나가달라네요.
누나가 집에 꼬옥 붙어서 호랭이처럼 잔소리를 해대니...
녀석들도 지겨울밖에요.
그치만...세상에...얼마나 나가고 싶었으면
센터에 나가서 청소까지 해주겠다고 하는지...
기가 막히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제가 피식 웃자 수향넘, 먹힐듯 싶은지 더 애절하게 조르네요.
수향넘 ; 엄마, 제발~~~
오죽하면 내 취미가 요리가 됐겠어??
난 이제 대학 안가고 요리사 해도 될 정도야.
삼생아짐 ; 잘됐네...너 덕분에 동생들 맨날 맛난 요리먹고 좋네, 뭐.
하는데, 눈치없는 영재넘...
영재넘 ; 엄마, 나 이담에 돈 많이 벌어서 누나 우리집 전속 요리사로 고용할거야.
누나 대학가지 말고 우리 밥 맨날 해주라, 응??
수향넘 ;(기가 막히다는 듯 쳐다보더니) 너, 하루에 백만원씩 줄 수 있어??
하며 눈 흘기대요...
그런데...그날 저녁...
민재넘 ; 엄마, 누나가 나 오므라이스 호빵맨 해줬다??
정말 토마토 케찹으로 호빵맨 표정을...
근데...
영재넘 : 으악, 엄마, 내밥좀 봐!!
삼생아짐 ; 헐~~~
이게 도대체 어쩐 일이래요......
수향넘이 영재가 전속요리사로 부려먹겠다고 했다고...
녀석의 밥에다 토마토 케찹으로...
도대체 이녀석은 창의력이 뛰어난 건가요,
아님
기술력이 뛰어난건가요......
(욕하는 기술...)
예전에 사과 껍질 까면서도 요 모양을 만들어놓더니...
영재녀석 밥에다가도 이렇게...
이녀석더러 예전엔 친절한 수향넘이라 했었는데...
이젠 바꾸어야할까봐요.
'친절못한 수향넘...ㅡㅡ;;'
그래도 녀석, 그동안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지싶어
고담날 센터에 출근할 때 수향넘 델구 나가줬어요.
청소해주겠다던 녀석이 흔들의자에 앉아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제가 눈 흘기니깐...
녀석 방긋방긋 웃으며 가끔 제가 쓰는 말 고대로 따라하네요.
"엄마, 말이 그렇지 뜻이 그래요??"
어쨌든 이것도 바람쐬는 거라고 표정 밝아진 녀석 보니...
그리 기분 나쁘진 않네요.
게다가 울 아들넘들도 누나의 독재에서 모처럼 해방...
지금쯤 실컷 어질러놓고 놀고 있을테죠.
참, 이상하죠...
울 아들넘들은 어째 엄마인 저보다 제누나를 더 무서워하고
말도 더 잘 들으니...
아무래도 수향넘 나가고 나면 이녀석들 다스리는 건 고스란히 제몫인데...
진짜진짜 저도 이넘처럼 친절못한 욕좀 많이 배워볼까봐요.
지난번에 배우다 만 친절한 욕들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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