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친절못한 수향넘^^;;

삼생아짐 2009. 2. 25. 19:24
728x90

   센터에서 돌아오니 울 딸녀석 ; 엄마, 장에 갈 일 없나??

 

나 코트 세탁소에 가져다 줘야 하는데...

 

하면서 물어보네요.

 

삼생아짐 ; 없는데?? 

수향넘 ; 그럼, 마트에 갈 일은?? 반찬도 별로 없는 거 같은데 장 안봐??

 

삼생아짐 ; 기냥 있는 반찬 해서 먹음되지.

 

 

그랬더니...수향넘, 잔뜩 실망한 얼굴로...

 

 

수향넘 ; 엄마, 제발 날 좀 델구 나가면 안되나?? 아무데나 괜찮아. 

 

나 오늘 너무 심심해서 양말도 신어보고, 화장도 해보고

 

옷도 입어보고 그랬다? 나갈데도 없는데...

 

엄마, 내일은 제발 나 좀 델구 나가줘,응???

 

하면서 통사정을 하네요.

 

녀석, 도대체 집에 있은 지 며칠이나 됐다구 이렇게 답답해 하는지...

 

수향넘 ; 졸업식날 이후로 한번도 바깥에 못 나가봤어.

 

엄마, 제발...아무데나 데리고 나가줘.

 

엄마, 센터 청소해야하지?? 나 센터에 데려가 주면 내가 청소 다 해줄께. 

 

삼생아짐 ; 정말??

 

귀가 번쩍 뜨이네요.

 

센터 청소는 한층 하는데에만 꼬박 한시간반이 걸리거든요.

 

아래층꺼정 하면 무려 세시간...

 

민재랑 영재녀석도 제발 누나 좀 델구 나가달라네요.

 

누나가 집에 꼬옥 붙어서 호랭이처럼 잔소리를 해대니...

 

녀석들도 지겨울밖에요.

 

그치만...세상에...얼마나 나가고 싶었으면

 

센터에 나가서 청소까지 해주겠다고 하는지...

 

기가 막히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제가 피식 웃자 수향넘, 먹힐듯 싶은지 더 애절하게 조르네요.

수향넘 ; 엄마, 제발~~~

 

오죽하면 내 취미가 요리가 됐겠어??

 

난 이제 대학 안가고 요리사 해도 될 정도야.

삼생아짐 ; 잘됐네...너 덕분에 동생들 맨날 맛난 요리먹고 좋네, 뭐.

 

하는데, 눈치없는 영재넘...

 

영재넘 ; 엄마, 나 이담에 돈 많이 벌어서 누나 우리집 전속 요리사로 고용할거야.

 

누나 대학가지 말고 우리 밥 맨날 해주라, 응??

 

수향넘 ;(기가 막히다는 듯 쳐다보더니) 너, 하루에 백만원씩 줄 수 있어??

 

하며 눈 흘기대요...

 

그런데...그날 저녁...

 


 

민재넘 ; 엄마, 누나가 나 오므라이스 호빵맨 해줬다??

 

정말 토마토 케찹으로 호빵맨 표정을...

 

 근데...

 



영재넘 : 으악, 엄마, 내밥좀 봐!!

 


 

삼생아짐 ; 헐~~~

 

이게 도대체 어쩐 일이래요......

 

 

 

수향넘이 영재가 전속요리사로 부려먹겠다고 했다고...

 

녀석의 밥에다 토마토 케찹으로...

 

 

 

도대체 이녀석은 창의력이 뛰어난 건가요,

 

아님

 

기술력이 뛰어난건가요......

 

(욕하는 기술...)

 

 


예전에 사과 껍질 까면서도 요 모양을 만들어놓더니...

 

 

영재녀석 밥에다가도 이렇게...

 

 

이녀석더러 예전엔 친절한 수향넘이라 했었는데...

 

이젠 바꾸어야할까봐요.

 

'친절못한 수향넘...ㅡㅡ;;'

 

 

그래도 녀석, 그동안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지싶어

 

고담날 센터에 출근할 때 수향넘 델구 나가줬어요.

 

청소해주겠다던 녀석이 흔들의자에 앉아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제가 눈 흘기니깐...

 

 녀석 방긋방긋 웃으며 가끔 제가 쓰는 말 고대로 따라하네요.

 

"엄마, 말이 그렇지 뜻이 그래요??"

 

어쨌든 이것도 바람쐬는 거라고 표정 밝아진 녀석 보니...

 

그리 기분 나쁘진 않네요.

게다가 울 아들넘들도 누나의 독재에서 모처럼 해방...

 

지금쯤 실컷 어질러놓고 놀고 있을테죠.

 

 

참, 이상하죠...

 

울 아들넘들은 어째 엄마인 저보다 제누나를 더 무서워하고

 

말도 더 잘 들으니...

 

아무래도 수향넘 나가고 나면 이녀석들 다스리는 건 고스란히 제몫인데...

 

진짜진짜 저도 이넘처럼 친절못한 욕좀 많이 배워볼까봐요.

 

지난번에 배우다 만 친절한 욕들말예요.

 

 

 

 

'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돌이를 조심해!!  (0) 2009.03.18
봄날  (0) 2009.03.02
선택하래요...  (0) 2009.02.20
딸의 졸업을 축하하며  (0) 2009.02.12
아무래도...  (0) 2009.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