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시가 조금 지나면 수향넘, 띠링~ 문자 보내요.
수향넘 ; 엄마, 언제 오삼?? 저녁은 어찌할까요??
삼생아짐 ; 알아서 차려봐. 주는대로 먹을께.
수향넘 ; 헐~~ 도대체 누가 엄마인지 모르겠어...ㅡㅡ;;
하면서도...어제는 김밥을 준비하고 있더라구요.
김밥에는 김치를 넣어야 개운하다면서 김치도 헹구어 찢어놓고
(배운 건 있다 이거죠...)
참치도 마요네즈에 버무려서...
갑자기 수향넘, 애들을 마악 불러요.
수향넘 ; 빨랑 와봐봐. 얘들아, 니네가 가장 좋아하는거야.
삼생아짐, 영재랑 민재랑 달려갔더니...
헐~~
수향넘 ; 누~~~~드~~~ 김밥되시겠습니다.!!!
김밥을 싸다가 장난기발동...
김을 안에다 집어넣고
밥을 겉으로 말아서...
녀석들 눈이 휘둥그레지는 '누드'소리를 유난히 강조!!
삼생아짐 ; 얼라들한테...못하는 소리가 없어.
수향넘 ; 엄마, 쟤네도 알건 다 알어.
그나저나 엄마, 나 이제부터 19세이상 영화 맘대로 볼 수 있다??
삼생아짐 ; 어른 되서 좋은게 그거밖에 없냐??
수향넘 ; 또있지. 술을 맘대로 살 수 있다는 거!!
지난번엔 농협에서 술 안팔아서 상학이엄마 불러서 술 샀어.
삼생아짐 ; 하여튼...못된거부텀 배우는 건 개나 사람이나 똑같어.쯧쯧...
수향넘 ; 근데, 엄마....아직 야한 영화를 한번도 안봐서 잘 모르겠는데...
삼생아짐 ; 입술에 침이나 발라라.
]
수향넘은 열심히 저녁준비하고 있고...
저는 옆에서 신문보면서 녀석이랑 농담 따먹기하고 있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엄마와 딸의 입장이 조금 바뀐것 같긴 하지만...
녀석이 졸업하고 집에 있으니 정말 여러모로 좋네요.
끼니때마다 애들 밥 안 챙겨도 되고
오히려 점심때 제가 집에 가면 밥 다 차려놓고, 먹으라고...
제가 조금 지쳐서 누워있으면 얼릉 식기전에 먹으라고 엄마처럼 재촉하고...
민재넘은 어깨도 주물러주고...
(정말 왕비마마가 따로 없네요.)
그나저나 누나가 김밥 다 쌀때를 기다리다 못한 영재랑 민재넘
맛살이랑 달걀이랑 단무지랑 하나하나 주워먹으니
수향넘이 모자르다고 막 뭐라그래요.
영재랑 민재넘, 머쓱해서...누나 눈치만 슬슬 보고...
삼생아짐; 냅둬. 김에 싸서 먹으나 따로따로 집어먹으나 뱃속에 들어감 다 똑같어.
그랬더니 영재넘이 의기양양하게 밥을 손으로 집어 먹으면서
엄마가 최고라네요.
수향넘, 눈을 흘기면서도...
엄마 배고프겠다면서 싸놓았던거 썰어서 주네요.
음...
밥이 넘 고슬하게 되어서 좀 딱딱하긴 하지만
그런대로 간도 맞고, 맛도 좋아요.
녀석, 언제 이렇게 요리를 다 배웠는지...
울 최후의 보루랑 저랑 둘이 집을 비울 때가 많고
또 농사일 할 땐 마찬가지로 식사준비할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아
아마 어려서부터 동생들 식사를 챙겨버릇해서
자연히 요리도 늘었나봐요.
어떤 엄마들은 딸을 키우면서 자랄 때 집에서 일 많이 하면
시집가서도 일 많이 한다고
부러 안 시킨다는데...
저는 딸이건 아들이건 무엇이든 다 할 줄 알아야한다는 미명하에
모두 분담하니...제가 넘 무정한 엄마인가요...
이제 며칠만 있으면 대학에 진학해서 집을 떠날텐데...
녀석, 씽크대 앞에서 집안 일 하는 거 보니
좀 많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든든하고 이쁘기 그지없어요.
역시...전 고슴도치 부모인가봐요.
했더니...
수향넘 ; 엄마, 옷을 사줄래, 아님 현금으로 줄래??
그래도 딸이 대학가는데...입 싸악 씻는거 아니겠지?
내가 이렇게 집안일도 알아서 척척 잘하는데...
선택해, 빨랑!!
......
그럼 그렇지, 역시 세상엔 공짜는 없어요, 그죠??
'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 (0) | 2009.03.02 |
---|---|
친절못한 수향넘^^;; (0) | 2009.02.25 |
딸의 졸업을 축하하며 (0) | 2009.02.12 |
아무래도... (0) | 2009.02.07 |
봄날처럼 (0) | 2009.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