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다둥이 엄마들의 비애

삼생아짐 2022. 12. 1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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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님이 지난번에 내가 다녀온 미용실이 어디냐고 묻는다.
ㅡ 몰라.
그랬더니 엄청 황당해한다.
어떻게 모를수가 있냐고.

위치를 묻는다.

 



ㅡ 설명못해. 기억도 안나고.

그랬더니 한숨 쉬며 넌 이담에 애들이 좋겠단다.
내다버리면 집도 못 찾아올거라고.
(말을 해도...꼭...ㅠㅠ)

늘 동네미용실만 다니는 내가 답답해 보였는지 스타일 변신좀 하라해서 읍내 미용실에 비싼 돈 주고 다녀왔는데 이번 헤어스타일은 마음에 들었나보다.

그런데 몇 만원씩이나 차이가 나서(거의 두배.ㅠㅠ) 다시 가지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던터라 염두에 두지 않아서 상호명도 위치도 기억하질 않(!!)았다.

서방님이 답답한지 딸아이한테 전화하니 위치 설명이 금방 되더니, 상호명을 지도로 찾아 카톡방에 찍어까지 준다.
그날 딸아이도 병원가는 길에 나를 데려다주느라 잠시 내려주고 지나쳤는데 그걸 어찌 기억하는지 깜짝 놀랐다.^^;;

ㅡ 와~~얘는 별걸 다 기억하네?
하며 신기해했더니 그걸 기억못하는 내가 더 신기하단다.

그러면서 쓸데없는데 신경쓰느라 정작 필요한거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심해한다.

기억 못한게 아니라 안한건데.ㅠㅠ

그리고 쓸데 없는 것과 쓸데 있는 것의 차이점은 또 뭐람.ㅡㅡ;;
내기준에선 모두 내게 쓸데 있는건데...

억울...ㅠㅠ

살면서 건망증도 심해졌지만 버리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많아졌다. 수많은 기억들도, 사람들도 그 중 하나.
(이러다 내가 누구인지도 잊어버리는거 아닐까?
잠시 불안해지기도.ㅡㅡ;;)

선택적 기억상실이라 우기지만, 이거 설마 치매 초기 증세인가???
아니면 나도 이제 내려놓기에 익숙해지는건가.ㅡㅡ;;

 



지난주 양가 어머님들과 딸아들 내외와 점심식사를 했는데 뭘 먹었는지 메뉴가 생각안났다.
각종 메뉴와 자주 가던 식당들을 쭈욱 되돌이켜 생각해도 도무지 떠오르질 않는다.ㅠㅠ

한참을 생각하다 하는 수 없이 서방님한테 조심스레(!) 물어봤더니 닭갈비 먹었단다.

딸아이한테 그 얘기하면서 넌 뭐 먹었는지 생각나냐니까 깜짝 놀라며 할머니들이랑 밥 먹은적 있냐고 되묻는다.

 



ㅡ 얘는 나보다 더하네? 닭갈비 먹었잖아.
그랬더니
ㅡ 아, 맞지.
그런다.
ㅡ 넌 나보다 나이도 훨씬 젊은데...ㅡㅡ;;
내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니까

 



ㅡ 엄마, 애를 셋 낳아서 그래.ㅋ
그순간 둘 다 빵터짐.

그래,나도 애를 셋 낳아서 그렇게 건망증 심한거다 위로하기로..ㅋ
절대 치매 초기는 아닌걸로.ㅠㅠ

#세상을건너는법 #치매주의보
#인생금방이다
#다둥이엄마들의비애
#왜화성은안보이지ㅠㅠ
#59년후에화성은너희들이찾아라
#결혼33주년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