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춘천에 시험 보러 가면서 주차 자리 확보하려고 좀 서둘렀었다.
큰아들녀석,
가는 김에 자기도 함께 가자고 따라나서서
새벽에 출발했는데
처음엔 시아의 'chandelier'랑 애드시런의 'shape of you' 등을 들으면서 예술가들은 아픔을 겪으면서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공감도 하고,
아들은 카밀라 카베요의 '하바나'를
나는 밥딜런의 'Knockin'On Heaven's Door' 를 서로 들어보라고 권하면서
이제 서로 음악의 공감대가 생기는구나...
한동안 분위기 좋았었다.
근데... 고속도로를 들어서는데 맘이 급해 뒤를 보니
다른쪽에서 오는 차와 조금 거리가 있길래 바로 진입했더니
한숨을 푹 쉬며
그러면 안된단다. ^^;;
ㅡ일단 쭈욱 나가서 뒷차 확인하고 신호넣고 진입해야지, 신호도 안 넣고 바로 진입함 위험해, 엄마.
그리고 실선에서 진입하면 안돼.
실선은 쭈욱 따라가서 점선에서 진입을 시도해야 뒷차가 달려오다가 들어오라고 양보해줄거야.
ㅡ......^^;;
ㅡ 엄마, 내가 볼거야. 다음엔 제대로 끼어드는지.
ㅡ ......ㅡㅡ;;
추월차선에서 무심코 속도를 내어 달리다가 백미러를 보니
나보다 더 죽어라 맹렬하게 뒷차가 달려오길래
추월차선에서 비켜주려고 신호를 넣는데
그새를 못 참고 뒷차가 차선을 지그재그로 변경해서 추월해 나간다.
어쨌든 생각해서 추월차선에서 비켜줬는데 나보고 또 실선에서 변경했다고, 뭐라 그런다. ㅡㅡ;
ㅡ 엄마, 또 실선에서 차선 바꿨어. 잘못한거야. 그리고 저 차도 잘못했어. 실선에서 바꾸다니...
그리고 저 차, 저렇게 달려봐야 5분 빨라.
휴게소 한 번 들림 끝이야,우리나라는 땅덩어리가 좁아서...
ㅡ......^^;;
춘천으로 진입해서 달리다가 이동단속 카메라가 있길래 속도를 줄이느라 브레이크를 밟았더니
ㅡ 엄마. 급브레이크 밟음 안돼. 차가 망가지잖아. 사고 위험도 있고...
ㅡ......ㅠㅠ
남춘천역 앞을 지나갈때쯤 우회전을 앞두고 차선을 변경했더니
ㅡ엄마, 차선 바꾸면 안되는데...뒤에 1억 5천짜리 차가 오는데...
뒷차도 내가 오던 차선으로 교차 변경해서 신호등 앞에 나란히 섰길래 흘깃 봤더니
ㅡ 엄마. 저 차 아저씨 엄마 쳐다봐. 운전 험하게 한다고.
하도 조잘거리길래 한마디했다.
ㅡ 썬팅해서 안 보이네요^^;;
ㅡ어쨌든 엄마 운전 되게 위험하게 한다. 엄마같은 운전자땜에 사고나. 신기하다, 여지껏 운전한게.
ㅡ ㅡㅡ;
ㅡ 내 친구들은 나더러 되게 이쁘게 운전한대. 부드럽게.....ㅋ
ㅡ 그래서 내차 허락도 없이 끌고 나가서 택시 박아서 85만원 해먹었냐?
했더니 씨익 웃으며
ㅡ 그땐 내가 면허딴지 얼마 안돼서 운전 잘 못해서 그랬지.
하더니 내가 삐친 듯 싶어보였는지
ㅡ 엄마.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차 사줄께 남들 다 피해가는 차로...
그런다. ^^;;
ㅡ야, 저 차 박으면 X되겠다, 그런 차로 사줄께.
그러길래 얘가 내둥 잔소리한게 좀 미안한가보다 했더니 결국 한마디 더 덧붙인다.
ㅡ 근데 엄마, 바로 저 차가 그런차야 디스커버리, 1억 5천짜리.
엄마가 저 차가 따라 오는데 깜박이도 안 켜고 차선 바꿨어.
헐...ㅡㅡ;;
에공...
누가 똑같은 얘기를 말로 하면 잔소리, 글로 쓰면 충고라 했던가요?
녀석아빠도 안 하는 잔소리를 아침 내내 듣고 갔더니 머리가 띠잉~~~
지난번에 이태리 사는 조카가 와서
자기 엄마도 자기 아빠가 차에서 하도 잔소리하는 바람에
길 한가운데 내려서 혼자 택시타고 가버렸다고 그런다. ㅋ
그런데 그 잔소리를 울 아들이 바로 이태리에서 자기 아빠한테 배워왔다고..ㅋ
이 얘기 했더니 서방님 갑자기 내 손을 잡아 내 가슴에 가져다댄다.
ㅡ??
식구들이 모두 쳐다본다. ^^;;
ㅡ아~~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라고??
평소에 내가 서방님 운전 할 때면 잔소리한다는 얘기..ㅋ
그랬나???
그래도 도착해서 좁은 틈새 비집고 주차도 해주고, 시험 잘 보라고 툭툭 어깨 두드리며 응원도 해주고 양가 어머님댁에 과일이랑 상추 갖다 드린다고 갔었다.
애들 키울때, 부모는 애들의 거울이라고 늘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았었는데....
이젠...정말 아들 눈치보고 살아야하네.
그랬는데...
어제 차수리비로 130만원 정도 들어가니까 다른건 다 모르겠고 아들이 차 사준다그랬던것만 기억난다.ㅋ
#차바꿀때됐는데 #람보르기니까진안바래 #디스커버리아니어도괜찮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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