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환절기 단상

삼생아짐 2021. 5. 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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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되면 겨우내 잠들었던 가지를 깨워 새순을 틔우고,

꽃샘추위 이겨내며 한바탕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꽃도 피우고,

그러다 어느 바람 센 봄날

하염없이 눈물처럼 지고 말지만......

그 끝에 다시 또 열매 맺어 제 살다간 흔적을 남길터이지요.

 

......해마다 새 봄을 맞이하지만 사람은 마음끝에 무엇을 남길까요?

어쩌면 꽃보다도 못한 흔적을 남기는건 아닐런지요.

 

 

5월의 첫 주말

하루종일 비가 내려 애써 피운 꽃들을 떨구어냅니다.

봄은 봄인데...

가끔 제봄이 아닌 듯도 싶습니다.

 

이웃 마을에는 폭설이 내리기도 했네요. 

 

- 오늘 뭐하니?

- 장아찌 담고, 김치하고, 액기스 옮기고...근데 뭐 할 거 있어?

- 아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라고. 쉴 때 쉬어야지.

넌 너 자신을 너무 학대하는 경향이 있어.

 

논 삶으러 나가면서 서방님,

핸드폰 내려놓고 푹 쉬라고 신신당부합니다.

 

환절기.....

몸살 하루 앓고

입안 두어군데 헤어지고

코피 3일 흘리고

24시간 이상 침대에서 내쳐 자고나면 적응 끝입니다. 

 

그다음은 소가 아닌 말도 때려잡는다는 농가 아낙모드지요.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2021년 봄날,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이 보입니다.

제 자신에게 잘 살았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분분한 낙화처럼 머릿속이 마구 어지럽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봄잠이나 자야겠습니다.

싱숭생숭한 마음끝 접어버리구요^^;;

 

(비 오기 전에 문득 찍어본 자두꽃입니다.

이 꽃 지고나면 피처럼 붉은 속살을 지닌 수박 자두가 열린답니다.

꽃만 보면 그 열매의 속성을 알 수 없지요.

봄비에 지기전에 잘 찍어두었단 생각듭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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