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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옥수수를 심어놓고 모살이 하기를 기다린 지 어언 보름 정도... 예쁘게 예쁘게 잘 살아나서 자리 잡은 찰옥수수는 쑥쑥 커주기만 하면 좋을 듯싶은데... 찰옥수수가 자라지 못하도록 발목을 붙드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찰옥수수 심느라 뚫은 구멍에서 나온 온갖 자잘한 풀들하고 찰옥수수 자체에서 나오는 곁가지들 때문이랍니다. 곁가지는 토마토나 가지, 오이, 호박 고추 등 밭작물 거의 모두에게서 나는 것으로 작물이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내는 것인데, 이 곁가지를 따주지 않으면 원대궁이 힘을 쓰지 못해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되지요. 게다가 이 곁가지도 그냥 놔두면 원대궁만큼 크고 또 거기에서 열매를 맺는데 먹을 수 없는 형편없는 열매를 맺어서 원대궁에 있는 열매도 제대로 못 자라게 합니다. 그래서 모든 작물의 곁가지는 제거해 주어야 하는데요, 찰옥수수는 보통 한 해에 한두 번 정도 곁가지를 따주면 되는데 올해는 가물어서 그런지 곁가지가 유난히 극성을 부립니다. 집안에 큰딸아이의 혼사를 앞두고 있어 되도록이면 얼굴 태우지 않고 또 찰옥수수밭에 들어갈 때마다 깔딱 모기라 하나요? 꼭 얼굴을 물어버려서 네안데르탈인 내지는 영화의 아바타처럼 퉁퉁 부은 얼굴로 만들어버리는 모기들 때문에 결혼식 끝나고 하자고 남편에게 말했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하루라도 더 놔두면 옥수수가 못 큰다고 일주일에 걸쳐 남편이 아침저녁으로 혼자 곁가지를 따주었는데 정말 그 흔적들이 밭고랑 사이에 남아있네요. 혼자서 이 넓은 밭을 돌았을 남편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딸아이의 결혼식을 마치자마자 군대에서 휴가 나온 큰 아들과 외지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작은 아들을 총동원해서 식구들이 모두 찰옥수수 곁가지 제거 작업에 매달렸습니다. 왼쪽의 이 녀석은 제거해줄 때 완전히 뽑아내질 못하고 중간에서 뚝 끊겼던 것인데 며칠 지나면 시침 뚝 떼고 또 똑같이 곁가지를 키워내지요. 어떤 녀석들은 비닐 속에 숨어서 크기도 하는데 웬만한 풀들은 데어서 죽는데 곁가지는 죽지도 않습니다. 아들 녀석, 얼마나 죽기 싫었으면 비닐 속에 숨어서 크겠냐며 비닐 속에 숨은 것들은 좀 살려줘야 할 것 같다는데 어림도 없지요. 게다가 옆의 자그마한 풀도 뽑아줘야 하는데요, 안 그러면 나중에 이 녀석들이 옥수수랑 같이 자라서 사람 키만해지는데요, 예전에 이 풀들이 무성해서 산에서 고라니가 내려와 새끼 쳐서 간 적도 있답니다. ㅎ 워낙 가물어서 걱정했는데, 밤사이에 내린 이슬을 생명수로 삼아 아침이면 한마디씩 커지는 기특한 녀석들입니다. 곁가지를 제거해주다 보니 옷이며 장갑이며 찰옥수수에 내린 이슬들에 흠뻑 젖어버렸습니다. 꽉~짜면 물이 주르륵 흐르는 모습에 아들 녀석은 샤워 안 해도 되겠다고 농담하네요. ㅎㅎ 올해 186센티미터를 찍을 정도로 키가 훌쩍 커버린 막내 녀석은 자기는 딜레마에 빠졌는데요, 엎드리면 허리가 아프고.. 무릎을 대고 기어가며 일하면 무릎이 아프고... 쭈그리고 하면 다리가 아프다며 도대체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상입니다. ㅎ 아예 바닥에 무릎을 대고 기어가는데 옷이 따라 올라가서 등이 훤히 보이는 사진을 스티커로 가려버렸답니다. ㅎㅎ 여자들은 원래 쪼그리고 앉아 잘 하잖아요~ 근데 장화 가득 흙이 자꾸만 들어와서 흙을 털어냈더니 한 주먹씩 나옵니다. 워낙 가물어서 한 발자국 나갈 때마다 입속으로 마른 흙먼지가 날아서 들어옵니다. 열심히 일하는 아들들... 그리고 남편은 새벽부터 일한지라 자꾸 배고프다고 해서 저는 아침식사 준비를 위해 중간에 빠져나왔는데요, 삼부자가 나머지를 모두 따 주는데 제 남편 은근 좋아하며 자랑합니다. 지난번엔 자기 혼자 하느라 오래오래 걸렸는데 이번에 아들들이 같이 해주니 금방 끝난다며 흐뭇해하는 눈치길래 "아이들 잘 낳아놨지?"라고 물어봤더니 "내가 애들 찰옥수수 곁가지나 따라고 낳은 줄 아냐?"라고 말하네요. ^^;; 어쨌든 두 아들들 덕분에 저희 두 내외가 며칠 동안 쭈그리고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마쳤습니다. 예전에는 이 따낸 곁가지를 주워다가 소들 먹이로 줬는데 지금은 소를 기르지 않아 그냥 밭에 버려 거름으로 삼습니다. 하나하나 따낸 거 모아다가 소를 주려면 그 또한 만만찮은 일이었는데요, 이 넓은 밭을 쪼그리고 기거나 엎드려 기기에 온몸에 근육이 뭉치고 팔, 다리, 무릎, 허리, 목, 어깨 안 아픈 곳이 없습니다. 게다가 찰옥수수 이파리는 얼굴에 상처를 내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온 가족이 함께 하니 금방 끝나고 속이 다 시원합니다. ㅎ 어떤 분들은 찰옥수수를 오이마냥 따고 또 따는 줄 알지만 일 년에 한 대궁에서 딱 하나 땁니다. 튼실한 정품 밑에 하나 더 달리는데 길이도 짧고 채 여물지 못하기에 이것들은 소의 먹이로 주거나 밭에서 그냥 여물도록 내버려 두었다가 나중에 찰옥수수 쌀을 만들기도 하지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오래간만에 반가운 비가 살짝 왔었는데요, 비가 그치고 또 한마디씩 쑤욱~ 커져갈 찰옥수수의 모습을 생각하며 정말 농사는 하늘이 지어주고 먹으라고 해야 먹는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요새 가뭄으로 피해를 보는 농가들이 많은데요, 비가 듬뿍 내려줘서 목마름을 덜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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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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