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옥수수 수확이 끝나고 나면 땅심을 길러준다고 해마다 아무것도 심지 않고 그냥 놔두었더니, 이웃분들이 아까운 땅을 놀린다고 성화를 부리십니다.
그러더니 우리가 안 심으면 당신들이 심겠다고 김장무도 갖다 심고, 김장배추도 심고, 갓도 심고, 다들 너무너무 아까워하셔서 작년부터 들깨와 김장배추, 김장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땅도 좀 쉬어야 하는데 자투리땅이라도 꽂을 자리만 있으면, 수수며 조며 팥이며 알뜰히 심는 어르신들 눈에는 젊은(?) 우리 내외하는 짓이 맘에 들지 않으셨을 터이지요.
결국 주변 어르신들 성화에 지고 말았습니다. ㅎㅎ
찰옥수수를 베어내고 심으면 들깨는 너무 늦어서 못 먹기에, 찰옥수수가 서 있을 때 그 사이에 들어가서 들깨를 심었습니다.
옥수수 이파리가 너무 날카롭기 때문에, 그물망을 쓰고 들어가서 심었는데, 마침 군대에 가 있던 아들이 휴가를 나와 엄마 힘들다며 제 아빠와 둘이 짝을 맞추어 심었네요.
원래 들깨모는 비를 맞으며 심어야 잘 산다고 다들 그러시던데, 때맞춰 비도 흠뻑 내려줘서 내리는 그 비를 몽땅 맞아가며 이틀에 걸쳐 두 부자가 심었습니다.
그렇게 심은 들깨모가 키 큰 찰옥수수 숲에서 참 잘 살아주었는데요, 기특하기 그지없지요.
찰옥수수 섶을 베어내고 난 후엔 비로소 김장배추를 심었습니다.
요번에도 아들 휴가 나오나 은근 기대했더니 미리 다녀가는 바람에 김장배추는 남편과 제가 삼일에 걸쳐 심었습니다.
김장배추를 심어놓고 비가 오질 않아 자꾸만 말라죽는 바람에 무던히도 속을 태웠지요.
한 방울의 눈물도 아쉽다는 말이 그런 때 쓰는 말이겠지요. 그래도 다행히 밤마다 더위를 식히는 비가 와서 배추도 잘 살았습니다.
김장무 씨앗은 원래 세 알을 넣습니다.
하늘에 나는 새가 한 알을 먹고, 땅속에 사는 벌레가 한 알을 먹고 그리고 난 나머지 한 알을 사람이 먹는다는데, 올여름, 워낙 체험객이랑 마을 일 때문에 바빠 미처 씨를 못 뿌렸더니, 이웃집 아저씨가 오셔서 대신 씨를 뿌려주셨어요.
그런데 씨가 안 붙을까봐 걱정스러우셨는지, 한 구멍에 열알도 넘게 듬뿍 넣어주셨네요.
1차로 솎아서 국도 끓여먹고 김치도 담아먹었는데, 또다시 솎아주어야만 했네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 열무 심은 곳마다 벌레들이 후드득 떨어지네요.
바로바로 열무 도둑, 배추 도둑 녀석들인데요, 이 녀석들은 바로 자라면 나비가 되는 녀석들이지만, 이렇게 열무와 배추를 사정없이 갉아먹어 버리죠.
그래, 먹어라... 너희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겠니? 예전 같았으면 벌레 한 마리보면, 기겁하고 도망갔을 터인데, 그냥 잡아서 다른 곳으로 버려줍니다.
이 녀석들, 가만히 들여다보면 밋밋한 게 꽤 귀엽습니다. ㅎㅎ
주부생활 30년, 농부의 아내 30년, 이제 이 정도 내공쯤은 있습니다~!!
배추벌레에게 열무를 많이 뺏기고도 솎아낸 양이 엄청 많습니다.
손수레로 한가득~ 평상에 쏟아놓고 보니 정말 조그마한 산더미를 이룹니다.
마을 체험도 끝나고 모처럼 쉬는 일요일, 열무김치 담기에 매달렸습니다.
열무를 하나하나 다듬고, 흐르는 물에 여러 차례 씻어내고, 홍고추 따서 양파와 새우젓을 갈고... 찹쌀풀을 쑤고...
아침 여덟시부터 시작한 일이 자그마치 오후 두시 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열무가 연해서 제가 했지만 참 맛이 괜찮습니다. ㅎ
요맘때 솎아낸 열무는 연하고 맛있어서, 라면에도 국수에도 밥반찬으로도 두루두루 좋답니다.
열무를 심어주셨던 이웃집 아저씨에게도 한 통 드리고, 도시에 나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양가 어머님 몫으로도 나누었더니 담을 땐 어마어마하던 열무의 양이 생각보다 많이 줄었네요.
그래도 당분간은 이 열무김치만 있음 반찬걱정 없을 듯해요!
다섯 시간에 걸쳐 열무솎기와 다듬기, 김치 담기가 끝나 몸은 잔뜩 지쳤지만, 이제 김장무로 쑤욱 쑥 자랄 무들을 생각하니 마음은 흐뭇하네요.
게다가 예전 같았으면 잡초만 무성했을 빈 밭이 푸른 들깨와 배추로 가득 찬 걸 보니 더 좋고요.
부지런한 농부의 아낙이 된 듯해 더더욱 좋은 하루였답니다. ㅎㅎ
여러분도 저희 집에 열무김치 드시러 오실래요?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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