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그 많은 농사일에 치여 살면서 나이가 4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왠지 제 텃밭 하나쯤은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일에 한번 서는 장날에 저는 모종장이 설 때면 이것저것 사다 심고 싶어 몸살을 앓습니다. 해마다 제가 텃밭 타령하면 남편은 인상을 찡그리지만 말이죠. ㅎㅎ
넓은 천오백 평 밭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거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네요.
사실 제가 이것저것 모종을 사다 심어놓고 며칠만 돌아보지 못하거나... 미쳐 다 못 먹어서 관리를 못하거나... 나중에는 너무 엄청 일이 많아져서 포기해버려 남편 몫으로 돌아간 적이 많기는 해요. ㅎㅎ
하지만 올해에도 어김없이 텃밭 타령하면서 찰옥수수 모며 볏모가 나가고 난 자리에 이걸 심을까.. 저걸 심을까... 머릿속으로 사다 심을 모종을 열두 번도 더 심었다 뽑았다 하는 사이 이렇게 텃밭을 만들어서 남편이 아예 이웃에서 심고 남은 고추며... 방울토마토를 얻어다가 주르륵 다 심고 줄도 띄어버렸습니다. ㅎ
그러고도 남는 자리가 있어 드디어 저도 제가 원하는 것들을 사다 심을 작정으로 룰루랄라 장에 가서 모종을 구입했습니다.
근데 두개만 사려하면 네개를 주시고, 네개를 사려하면 여덟개를 주셔서 생각보다 모종이 많아져서 밭이 더 늘어버렸습니다.
(저희 동네 모종 팔러 오시는 분들은 인심도 좋으셔요, 주시는 거 거절하는데 굳이 굳이 싸서 주시니 안 받아올 수도 없고 해서 주시는 대로 받아왔습니다. ㅎㅎ;;)
방울토마토 심고 난 옆에 양배추도 심어졌는데요, 제가 모종 사다 놓고 저녁에 퇴근해서 심어야지 했는데, 낮에 할 일 없다며 남편이 몽땅 다 심어버렸습니다.
내가 할 건데~ 살짝 투정을 부려보지만 속으로야 만세~ 만만세죠~! ㅎ
물을 주고 심었는데 비가 너무 안 와서 이렇게 겨우겨우 모살이를 하던 녀석들에게 저는 가끔 물도 가져다주고 비닐 속에 들어가서 미처 못 자라는 녀석들은 비닐 밖으로 꺼내주고...
풀도 뽑아주면서 아침저녁으로 돌아보며 돌보아 주었더니...
이렇게 제법 뜯어먹을 만하게 자랐습니다. 정말 기특한 녀석들이죠? ㅎ
그래서 식빵 대신 두부를 준비했습니다.
두부를 넓적하게 편으로 썰어서 소금으로 밑간을 해서 물기를 빼고 녹말가루를 앞뒤로 발라 들기름에 노릇하게 구워내고 거기에 준비한 채소와 겨자 소스 그리고 미니 떡갈비를 반으로 갈라 차례차례 얹어 두부 샌드위치를 만들었습니다.
짠~ 두부 샌드위치입니다. ㅎ
이번에는 채소들을 한 입 크기로 썰고 무순과 햇양파, 아이들이 피자를 시켜먹고 남은 피클의 물기를 빼서 얹고 건포도와 선물 받은 아로니아를 섞어 채소샐러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떠먹는 요구르트와 마요네즈를 섞어서 소스를 만들고 버무렸더니 고소하면서도 맛이 참 좋습니다.
마요네즈가 싫으신 분들은 매실액과 참깨를 갈아 만든 소스로 버무리셔도 좋고요~이 채소샐러드는 다이어트 할 때 먹어도 좋을 거 같아요!
남편은 샐러드는 싫다고 고개를 도리도리 하더니 두부 샌드위치는 순식간에 먹어치웁니다. ㅎㅎ 우리 아이들 있을 때 해줄걸... 살짝 아쉽기도 합니다.
방울토마토꽃, 고추꽃, 가지꽃 보는 재미도 좋더니~ 꽃 진 자리에 예쁜 열매들이 조랑조랑 맺혔습니다.
이제 며칠만 더 기다리면 방울토마토도 빨갛게 익을거고 가지도 자랄거고 미니 양배추도 달릴거고 상추도 더 많이 자랄테고 열무도 클테고 방아다리 고추도 딸 때가 될 겁니다.
그땐 우리 텃밭에서 나오는 채소들만으로 맛난 밥상 차릴 수 있을 거예요~
화분 하나 제대로 건사 못하는 제가 이렇게 농사를 지으면서 아기자기 텃밭도 만들어 손수 가꾸어 먹는 날이 있으리라는걸, 처녀시절에는 정말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요, 역시 삶은... 정말 살아봐야 아는 거 같아요.
삶이란...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는 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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