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가을단상

삼생아짐 2011. 11. 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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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집안에서보다 집 바깥으로 나가야 더 잘 느낄 수 있답니다.

 

일때문에, 혹은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은행나무 숲을 찾아갔을때

 

그 황금빛 아름다움에 눈이 황홀했건만

 

 

며칠 뒤 다시 가 버리니 바닥에 쫘악 깔리고

 

나무에는 한 이파리도 남아있질 않았지요.

 

조금 더 뒤에 찾아가면 이 노란 낙엽마저도 흙으로 돌아가고

 

헐벗은 나무들만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채 줄지어 서 있겠지요.

 

 

우리들 삶도 그런 듯 싶습니다.

 

 

참 오랫동안 시간이 흘러가지 않는구나...

 

삶이 때때로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한때는 그 삶이 너무도 치열해서 힘겹기만 하다가

 

어느새...벌써 제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리고

 

아이들과 함께 하던 시간들도 금방 지나가버렸음을 알게 됩니다.

 

한때 딱지에 열광하던 막내녀석...

 

이제는 다 자라서 안 갖고노나보다 했더니

 

어느날부터인가 또다시 귀가시간이 늦어집니다.

 

 

아니나다를까...막내녀석 책상위에랑

 

피아노위에 딱지가 여러 봉지가 있습니다.

 

 

이제는 엄마인 제 키보다 훌쩍 커버려서

 

아이티가 안 난다..조금 서운해했는데 녀석의 조잡한 딱지무더기를 보니

 

아직은 어린시절이 남아있구나...안도하게 됩니다.

 

참 이상한 모정이죠??

 

녀석이 딱지치기 하느라 늦게오고, 학교에서도 딱지치기만 하면

 

공부는 언제하나..불안하더니

 

이제 딱지를 갖고 노는 아들에게서 아직은 어린구석을 발견하고

 

안도하게 되다니요...

 

 

아들과 함께 드라이브를 했지요.

 

우리 마을에서 이웃 동창마을로 넘어가는 길에는

 

꽤 괜찮은 산책로가 있고,

 

또 은행을 털(?) 수 있는 기회도 있어서 해마다 아이들과 가곤 하는데..

 

그 대상이 영재랑 민재일때도 있고,

 

수향이일 때도 있습니다.

 

올해에는 민재랑 갔었는데...

 

 

한창 은행을 줍는데 뭔가 머리에 투두툭 떨어지고

 

등에도 마악 떨어져요,

 

돌멩이에 맞은듯 아파서 돌아보았더니

 

민재녀석, 깔깔 웃으면서 나무에 연결된 그물망을 흔들어서

 

제 머리에 은행을 떨구고 있는 거지요.

 

아, 이 냄새를 어찌할까나......

 

떨어질때꺼정 기다리고, 나무가 아파하니깐 억지로 떨구지 말라고 했더니 녀석,

 

마지막으로 축구공을 허공으로 한 번 뻥 차서 은행알을 떨구네요.

 

 

저녁에 곤히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 일기장이 놓여있어

 

들춰보았더니,

 

일기 쓰기 싫은 녀석, 시조를 써 놓았네요.

 

 

아마도 요즘 시조짓기 공부하나봅니다.

 

 

녀석의 시조에서 '상처, 그리움...애닳음...'등의 싯귀를 보니

 

어쩐지 또 그만큼의 거리(?)가 느껴집니다.

 

 

녀석도 정말 이제는 성숙해지고 자라나 봅니다......

 

 

올 여름, 누나랑 데이트나가서 찍은 모습......

 

 

올 가을, 추석특판나가느라 엄마, 아빠가 함께 해주지 못하고

 

누나랑 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운동회를 보내던 모습......

 

컴퓨터에서 녀석의 사진을 뒤적이며

 

정리하다보니...

 

어느덧 저또한 자식을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된 듯 싶어

 

조금 기분이 싱숭생숭해집니다.

 

 

녀석도 이제 조금씩 녀석의 삶을 살듯이

 

저또한 제 삶을 알차게 살아야 할 터인데...

 

아직까지도 제 삶의 길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며 흔들리는 걸 보니

 

저또한 갈대인가봅니다.

 

 

민재녀석, 저더러 그러네요.

 

"엄마, 엄마가 나두 이제 늙었나부다라고 말하는 건

 

아직 엄마가 늙은게 아니란 증거야!!!"

 

 

매사에 지나치게 긍정적인 녀석의 장점을 닮고 싶은 가을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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