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허부래기

삼생아짐 2011. 8. 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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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은네 형님이 전화를 주셨네요.

 

 곤드레밥 먹으러 오라구요.

 

아~~ 한끼 해결됐구나~~

 

룰루랄라 형님네 집으로 향했죠.

 

새벽부터 일어나서 애호박 늘어진거 집어주랴, 깻모 하랴, 인삼 밭 풀 매랴...

 

며칠 내내 비가 오던 중에 잠시 해가 난 날...

 

하루가 어찌 가는지도 모르게 바쁘신 형님인데...

 

그래도 챙겨주시는게 넘 감사해서 커피 한 봉지 들고 달려갔죠.

 

 

위원장님이 홍천 가셨다는데, 좀 쉬시지 또 사람불러 일 만드냐고 눈 흘겼지만

 

형님, 씨익 웃으시네요.

 

열두시 정각, 점심시간 맞춰서 형님이 맛난 점심상을 내주셨어요.

 

고사리, 개두름무침과 함께 알맞게 익은 김치와 깍두기

 

반은 강된장에,

 

그리고 반은 조선간장에 비벼 먹었네요.

 

 

많은 듯 싶어 덜어내려 했더니 형님이 나물밥이라 금방 소화된다고 억지로라도 다 먹으라네요.

 

채은네 형님은 음식을 굉장히 잘 하시는데

 

저만 보면 많이 먹으라고 성화시죠.

 

운동해야지 하면서도 컴 앞에 앉는 시간이 많아 몸무게가 점점 더 늘어...걱정이 태산인데요.

 

 

저희 친정어머니도 저만 보면 많이 먹으라고...

 

이것저것 자꾸 챙겨주셔서 제가 마악 갈등하는데...

 

채은네 형님도 똑같아요.

 

 

마치 제게 없던 친언니 한 분이 생긴듯 싶어 가끔 제가 찾아가

 

하소연도 하고, 투정도 부리고 그런답니다.

 

 

조카인 찬희도 델구 갔는데, 찬희녀석, 밥 한그릇을 다 먹네요.

 

좀 많지않냐 했더니 안 많대요.

 

너무너무 맛나게 비우는거 보니깐 아무래도 저도 곤드레밥 한 번 해줘야 할 듯 싶어요.

 

한번도 해 본 적 없지만요.

 

먹어봤으니 조금 흉내는 낼 듯 싶어요.

 

요리법을 상세히 들었지요.

 

 

허부래기반찬이라고...미영이랑 채은네 형님이 말씀하시는데...

 

그게 당최 뭔 말인지 몰라서 자꾸 물었네요.

 

미영이 아빠가 허부래기 반찬은 금방 소화되어 건강에 좋다는데

 

그 허부래기 라는 뜻은

 

나물류의 가벼운, 부담없는, 그런 뜻인가 봐요.

 

국어사전에도 안 나오는 지역 방언인듯 싶은데

 

재미난 말 하나 배웠네요.

 

 

위에 부담도 안 가고, 맛난 허부래기(?) 반찬으로 오랫만에 밥 한그릇 다 먹고 나오니

 

 마당 한구석에서 시베리안 허스키녀석

 

오랫만에 난 햇빛을 이기지못해 헥헥거리고 있어요.

 

원래 에스키모의 얼음 썰매를 끌던 녀석이라

 

한겨울에도 집에 안 들어가고 얼음구덩이에서 잔다네요.

 

털을 보니...한여름에 모피코트 걸친 것 마냥 저도 덩달아 덥네요.

 

 

덩치는 송아지만하고,

 

인상은 무척 험상궂게 생겼는데

 

그래도 얼마나 순한지 짖지도 않고,

 

쓰다듬어 줘도, 귀를 잡아당겨도 가만있는 순둥이녀석

 

형님이 빠지려하는 털뭉치를 쑤욱 잡아댕겼더니 녀석, 깜짝 놀라면서도

 

으르렁거리지 않네요.

 

 이녀석이랑 한참 놀다가

 

동네 사람들 얘기를 잠깐 했네요.

 

 

시골에서 개의 족보는 아무 상관없어요.

 

시베리안 허스키이든, 비글이든, 골든 리트리버든

 

시골 사람들이 물어보는 첫 마디는

 

"그 개 맛있냐??"라는 말이라면서 형님이랑 한참 웃었네요.

 

누군가 이 두리녀석도 맛있냐고 물어보더래요.

 

그래서 형님이 맛없다고 그랬더니,

 

맛있나 맛없나 한번 잡아먹자는 소리를 하더래요.

 

 

우리집 비글이도 자꾸만 사람들이 눈독들여서 못 박아놨네요.

 

죽을때꺼정 안 잡아먹을거라고요.

 

아~~주 아~~주 맛없는 개라구요.

 

그런데 이 비글이녀석, 저번날 저녁 중복 앞두고 줄 끊고 달아나서

 

 이녀석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고담날 학교에 간 아이들이 전화했는데

 

어떤 분이 줄을 늘여서 학교 앞 마당에 묶어 놓으셨더라구요.

 

아이들은 대개 누구네 어떤 개가 있는지 아니깐 찾아가라고 학교에 묶어놓으셨나봐요.

 

얼마나 다행인지...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시골인심이 이래서 살아있다고 하나보네요.

 

집에 돌아오면 혼내줘야지 했는데...서울로 회의갔다 돌아온 울 남편

 

이쁘다고 쓰다듬어주니

 

비글이녀석, 아기마냥 옹알거리며 하소연해요.

 

집에 오고 싶었는데 묶여서 못 왔다는 뜻인지...

 

어쨌든 중복을 무사히 넘겨서 다행이네요.

 

 

채은네 형님네 집에서 이쁜 인삼꽃 사진도 찍고...

 

방울토마토랑 토마토도 따서 찬희 주고

 

아직 덜 익은 포도를 보고 군침도 삼켜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다가

 

센터로 돌아왔네요.

 

 

새벽부터 어두울때꺼정 일하시느라 형님 얼굴이 많이 부었어요.

 

특히 엎드려서 하는 일이 많아 땀을 흘리면서 얼굴이 쉽게 부어버리죠.

 

농가의 아낙들은...늘 살아도 살아도 힘겹네요.

 

 

나이가 들면서 시골에서 사는 생활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허리가 꼬부라져 늙어죽을때꺼정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좀 서글프기도 해요.

 

사실 도시에 사시는 분들은 정년퇴직하고

 

시골에서 사는 생활을 꿈꾸기도 하신다는데...

 

그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시골 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답니다.

 

 

종합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큐주택이라고...

 

농촌생활에 관심을 갖는 도시인들이 완전히 땅을 구입하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임대형식으로 인큐주택을 빌어 일년동안 생활해보고

 

자신감이 붙으면 정착하도록 도와주는 사업을 예정중인데...

 

아직 계획중입니다.

 

 

시골생활......허부래기 반찬처럼 하잘것없고, 빈약해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웬만한 강단이 아니고선 배겨낼 수 없는게 시골생활이지요.

 

하긴...어느 삶인들 쉬운게 있겠나요.

 

 

모처럼 다른 사람 손으로 차려주는 맛난 점심먹고

 

잔뜩 심란해하니......

 

제 마음이야말로 허부래기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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