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꿩의 죽음에 관한 추론

삼생아짐 2011. 11. 1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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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남편이 꿩 한 마리가 집앞 화단에 죽어있다고 해서 나가 보았더니......정말 있네요.

불쌍하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하고...민재랑 저랑 우두커니 쳐다보는데......

비글이녀석, 맹렬하게도 짖어댑니다.

 

도대체 이 꿩은 왜 죽었을까......

아침밥을 먹으면서 이 꿩의 죽음에 관해 온가족이 이런저런 의견들을 내놓았습니다.

그래봤자 달랑 세식구지만요.

 

울 남편 ; 사냥꾼 총에 맞아서 날아가다가 우리 집 앞에 떨어졌을거야.

 

삼생아짐 ; 혹 조류독감 아냐?? 지난번엔 보니깐 참새도 한마리 떨어져 죽어있었잖아.

 

울 아들녀석 ; 엄마, 날다가 날개가 부러져서 땅에 곤두박질쳐서 목이 부러져 죽었을거야,

아님 비글이가 앞발질해서 내장파열로 죽었을지도 몰라.

아냐아냐, 비글이가 하두 짖어대서 고막이 터져 죽었을걸?

그것도 아니면, 소꼬리에 앉았다가 소가 뒷발질로 뻥날려서 안타를 때려서 저기까지 날아와 죽었을거야,

 

삼생아짐 ; 또 있냐??  

민재녀석 ; 응, 까마귀들과 18대 1로 싸우다 져서 죽었나봐

 

삼생아짐 ; 더 말해봐.

민재녀석 ; 우리가 나가니까 혹시 죽은 척 한거 아닐까??

 

기타 등등...


추론끝에 울 아들녀석, 꿩만두 해먹자고 하네요.


기가 막혀 한마디 해 줬습니다.


삼생아짐 ; 넌 도대체 내가 저 꿩 털을 뽑아내고,배를 가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니...내가 저 꿩을 만질수나 있다고 생각하니?ㅡㅡ;;

 

민재녀석, 씨익 웃습니다.

 

울 최후의 보루, 이웃집 재석이에게 가져다가 먹으라고 할까, 아님 민재말마따나 손질해서 먹자고 할까, 제 눈치를 실실 보지만, 워낙 단호한 제 표정에 포기하는 표정입니다.

시골에 아무리 오랫동안 살았어도 이런 녀석들을 손질한다거나 닭을 잡는다거나 도대체 이런 일들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습니다.

그에 비해 제 남편이나 우리 아이들은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가축에 대한 개념이 '길러서 잡아먹는것'이라는 것에 의견일치를 보고 있고, 대부분 농촌에서 자란 주변의 아이들또한 닭이나 토끼를 길러서 잡아먹는 것은 당연하다고 느낍니다.

 

앞집 아들녀석이 어렸을때 개잡아먹자고 떼를 쓴다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우리 영재녀석, 중학교때 소잡아먹자 그래서 기함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아마도 저의 약한 비위는 평생을 농촌에 살았어도 고쳐지지 않을 듯 싶습니다.

 

울 최후의 보루, 서울 올라가면서 이웃집 이장님께 꿩 가져다 드시라고 연락했다는데......저는 우리 집 앞에 떨어졌던 이녀석의 명복이나 빌어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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