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동태눈깔, 해태눈깔^^;;

삼생아짐 2011. 7. 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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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살던 아이들을 이따금씩 만날 때마다

 

성큼 자라있는 모습을 보면 참 가슴이 뿌듯합니다.

 

 

 

 

저보다 훌쩍 큰 키도 그렇지만

 

생각도, 마음씀도, 남을 배려하는 모습들도 보여질때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습니다.

 

중학교때 무진장 공부 안 하고 속 썩이길래

 

나중엔

 

'그래,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닌거지......'

 

그렇게 포기에 가까운 위안을 삼았던 아들녀석인데...

 

요즘은 그래도 조금, 아주 조금 공부도 좀 하는 모양입니다.

 

(이녀석 아버지 말마따나 좀 많이 심심한 모양입니다.)

 

 

아버님 제사날

 

제사 준비를 마치고, 식탁에 앉았더니

 

세 놈이 병아리마냥 어느새 제 주변에 쪼르르 모여앉습니다.

 

그러면서 조잘조잘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들을 늘어놓습니다.

 

 

영재녀석, 이번에 모의고사를 봤는데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자랑합니다.

 

담임선생님이랑 기숙사 사감선생님한테도 칭찬을 들었다구요.

 

아무리 공부쪽으로 포기를 했던 아들이지만

 

그래도 성적 올랐다는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습니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축구에 미쳐서,

 

 유니폼꺼정 몇 벌씩이나 맞춰입고,

 

유럽 축구팀의 이름을 따서 친구 유니폼에 마크꺼정 만들어서 달아주고,

 

어쩌다 집에 다니러 올 때도 책 한 권 없이 축구공과 축구화만 가져오고,

 

 오로지 민재넘과 만나면 축구얘기만 하고,

 

학교에서 축구 동아리까지 결성했는데 그 이름이 제법 그럴듯 하더군요.

 

기숙사 선생님이름을 따서 AC밀란이 아닌 AC상호,

 

맨유가 아닌 만유=만천리 유나이티드

 

봉씨티, FC사대 등  나름대로 소속팀에 자부심을 갖고 매주마다 경기를 한다더군요.

 

 

주말에도 새벽에도 축구하던 얘기만 해서 마음속으로

 

공부는 언제 하냐, 임마......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성적이 올랐다고 뿌듯해 하는 모습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습니다.

 

 

칭찬을 해줬더니

 

말 끝에 아들녀석, 한마디 덧붙이네요.

 

영재 ; 엄마, 근데 내 룸메(룸메이트)가 나한테 위안 얻으려다가 빡쳐서 공부한다??

 

삼생아짐 ; 뭔소리야??

 

영재 ; 걔가 시험 못 봤다고, 내 점수 물어보고 위안받으려고 했는데, 내가 시험 더 잘봐서 열받았어.

 

이번에 내가 걔보다 모의고사 점수가 60점 이상 높아. 

 

고담날 일어나니까 걔 혼자서 죽어라 공부하고 있더라.  

 

아들녀석과 기숙사의 방을 같이 쓰고 있는 룸메이트랑

 

평소 우리 아들녀석이랑 성적이 비슷비슷했었는데

 

이번에 영재녀석 성적이 쑥 오르자 샘이 난 친구녀석

 

아마도 분발하는 모양입니다.

 

선의의 경쟁이라 보기 좋다고 칭찬해 주었네요.

 

 

이번에는 민재 차례입니다.

 

민재넘, 평소에 저랑 같이 살면서 이런저런 얘기 끝없이 하면서도

 

 누나랑 형이 서로 자기네 살아가는 얘기를 하니깐

 

자기도 주제를  하나 꺼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봅니다.

 

민재 ; 엄마, 난 사춘기일까, 아닐까?

 

내친구들은 목소리도 변하고,

 

여자애들은 신경질도 많이 내고 분명 사춘기인거 같은데...

 

난 사춘기 왔을까, 안왔을까??

 

삼생아짐 ; 그거야 네가 가장 잘 아는거 아니겠냐??

 

그랬더니 수향넘, 대뜸 ; 넌 멍청해서 사춘기가 와도 몰라.

 

한마디 콕(!)질르네요.

 

그순간 민재넘 벙뜨고, 전부다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이런이런...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 귀염둥이, 재롱둥이 막내를 보고 멍청하다니요...

 

제가 가만있을 수 있나요,

 

수향넘을 향해 공격의 화살을 퍼부었지요.

 

삼생아짐 ; 얘들아, 엄마 전화번호부에 너네 누나 뭘로 저장했는지 볼래??

 

카카오톡입니다.

 

가끔 제가 수향넘한테 대화를 걸곤 하지요.

 

그러다가 뭔가 수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얼릉 화상통화를 겁니다.

 

제 때 안 받으면 그담에 제가 난리치니까 녀석, 제 호출엔 얼릉 대답합니다.

 

 

 

며칠 뒤, 또 보냅니다.

 

삼생아짐 ; 뭐하냐??

 

 

 

이녀석, 물건을 사거나 친구를 만나는데...

 

매번 좀 제 눈에 안 찹니다.

 

그래서 녀석한테 어느순간부터인가 별칭을 동태눈깔이라고 붙여 버렸습니다.

 

이 문자내용보고 영재랑 민재랑 두 넘이서

 

"동태눈깔, 동태눈깔"하면서 제 누나를 엄청 놀려대네요.

 

 

수향넘, 민재한테 한마디 던졌다가 본전도 못 찾았지요.

 

 

가끔은 저도 녀석들 수준에 맞게 유치해지기도 합니다.

 

근데...이게 저만 그런건 아니더라구요.

 

동네형님 한분, 대학을 졸업한 딸아이가 남자친구를 데려왔는데

 

정말정말 마음에 안 든다고 제발 좀 헤어졌으면 좋겠다고

 

그래도 딸아이가 꾿꾿하게 버티니깐

 

'해태눈깔'이라 부르더군요.

 

 

에궁, 엄마들 마음은 다 그런가요??

 

그러지말아야지......하면서도 자식에게 거는 기대가치는

 

제 자신이 부모에게 했던 것보다...못 미치면서도

 

늘 앞서곤 합니다.

 

어쨌든...부모는 항상 자식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인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