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에게
사랑하는 아들 민재
오늘 아침은 정말 춥구나.
예로부터 하늘이 말갛게 추운 겨울날 아침, 옛어른들은 새가 얼어죽었다고 하시는데, 정말 보이지 않는 어떤 곳에서는 새가 얼어죽었을런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추운 날, 따뜻한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어 꾸물거리는 민재를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또 지각할까봐 성화부리고 혼내며 깨울 때면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렇지만, 민재야.
무언가 꼭 해야만 하는데 하기 싫고, 자꾸만 게을러질 때는 이런 생각을 해봐.
지금 내가 마냥 게으름을 부리고 있는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는 생각.
이렇게 추운 새벽에도 꼭두새벽에 일어나 호호 언 손을 녹여가면서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들과 새벽시장에서 장사하시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계시다는 걸.
물론 가까이에서는 음메소들 밥을 주기 위해서 추운 바깥으로 나가시는 아빠도 계시지. 꽁꽁 언 물을 녹여가며 소들에게 밥을 주시는 아빠,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아빠잖아.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엄마도 따뜻한 이부자리에 더 누워있고 싶다가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온 가족이 먹을 따뜻한 아침밥을 준비해야지, 하는 생각도 한다. 물론 우리 민재도 아빠가 소똥을 치우실 때면 소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도와주고, 농사일로 바쁜 때에 모판도 날라주고 씻어주어서 늘 고맙게 생각하곤 하지.
요즘 엄마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곤 해.
텔레비전을 켜면 온통 죽이고, 훔치고, 싸우고, 빼앗고 뺏는 이야기들만 나오니 텔레비전 뉴스를 보기가 겁난단다. 특히나 아직 어린 민재가 이런 이야기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가질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단다.
가끔 우리 민재가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엄마에게 고대로 전해줄 때면, 엄마는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든다. 우리 민재가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기보다는 살기 힘들고, 미움으로 가득 찬 곳이라는 생각을 하면 어쩌나, 또 우리 민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그러면서 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더 이렇게 삭막하고 무서운 곳이 되어갈까......라는 비관적인 생각도 들긴한단다. 정말 해결방법은 없는 것일까 라는 의문도 가져보고.
그렇지만 이런 문제들의 원인은 분명히 있단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바로 ‘탐욕’이란 놈에게서 모든게 시작되는거지.
남보다 더 갖고자하는 마음, 다른 사람들을 시기하는 마음, 자기만 위하고, 자기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심이 남의 것을 빼앗고, 서로 죽이고, 결국은 나라간의 전쟁마저 일으키는 것이지.
이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나갈 수가 없단다.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곳이란다.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산다고 행복한 건 아니란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돌보아줄 줄 알고, 함께 손 잡고 살아야 행복한 것이란다.
어른들은 그런 말을 하곤 한단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나가면서 배우는 예의나 예절, 바른 인성은 초등학교때 완성된다고. 그렇지만 엄마 생각은 다르다. 초등학교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걸쳐서 완성되어야 할 것들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시작은 초등학교가 아니라, 바로 우리 가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엄마, 아빠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란다고 하지. 엄마나 아빠의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 민재가 어떤 생각과 가치관으로 자랄까, 고민도 많이 한단다.
엄마, 아빠가 바르게 살면 우리 민재도 바르게 자라고, 엄마 아빠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나누며 살아가면 우리 민재도 그렇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리라고 생각해.
추운 겨울, 어렵고 힘든 우리 이웃들을 생각하며 살아가자.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남의 것을 시기하고 빼앗기보다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꾸나. 물론 그러기위해선 스스로도 다른 사람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하루 종일 춥더니 오후가 되면서 이젠 창밖엔 눈이 내리네.
눈이 내리면 먹을 것을 찾는 산짐승, 날짐승들이 농가로 내려온단다. 그들을 위해서도 우리 조금만 사랑을 나누어주자꾸나.
옛어른들이 까치밥이라고 해서 나무의 열매를 모두 따지 않고 하나쯤은 새들을 위해 모이를 남겨두었던 것처럼, 우리도 집 뒤에 산으로 향한 밭에 그들을 위한 모이를 뿌려주자꾸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제나름의 존재의 이유가 있는거란다. 우리 그렇게 다른 생명들을 외면하지 말고 살아가자꾸나. 진정한 행복은......함께 나누는 것에 있는 거란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잠들기 전, 우리 민재의 귓가에 항상 엄마가 속삭이던 말, 기억하지??
착하고, 건강하고, 지혜롭고, 슬기롭게 자라라, 엄마 아들 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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