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딸과 이제 50대로 접어서는 아빠
따로 살때는 잘 몰랐는데
녀석이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러 집으로 들어와서
아침마다 데려다주곤 하는데
복장 문제로
한번씩 꼬옥 부딪쳐요.
한창 멋부리고 싶은 나이의 수향녀석
찢어진 청바지는 봐주겠는데......
치렁치렁 늘어지는 커다란 귀걸이에, 손톱엔 네일아트, 진한 아이라이너하며
짧은 숏팬츠에 레깅스타이즈를 신고 나서니
울 최후의 보루, 기겁을 하네요.
옷 안갈아입냐고 눈 부라리는 바람에 수향넘, 눈치를 슬슬 보다가 울먹울먹해요.
삼생아짐 ; 기냥 내비둬. 멋부리는 것도 다 한때란 말이야.
무슨 말이냐면요...
제 나이가 되면 이젠 멋부리는 것도 귀찮아져서
편한 옷, 실용적인 옷만 찾게 되는데
처녀때 나름 멋장이였다고 했던 때라도 없었다면
얼마나 후회스러웠을까...싶거든요.
특히 시골에 살게되니 아무리 멋 부려봐야 딱히 나갈 데도 없고
또
유난히 꾸미면 그도 시골에서는 꼴불견...
그래서 저절로 촌스런 시골아낙이 되어버렸거든요.
삼생아짐 ; 나도 요즘은 젊었을 적에 왜 더 꾸미지 않았나 후회스러워.
울 엄마 맨날 나보고 화장도 제대로 안 하고
멋도 안 부린다고 성화셨는데...
그게 후회도 되고, 지금에 와선 엄마말씀이 이해가 가.
하고 제가 좀 씁쓸하게 얘기했더니
울 최후의 보루, 대뜸 ; 넌 이뻤잖아!!!
그러는거예요.
그순간 제가 벙떠서 암말도 못했죠.
참, 사람 입막는 방법도 가지가지예요.
근데 그 말을 저녁때 울 수향이한테 해 줬더니
수향넘, 으악~~~비명을 질러요.
아빠말빨은 아무도 못 말린다구요.
그러더니 녀석, 자기는 그럼 왜 이렇게 밉게 낳아놨냐구 투덜거려요.
울 최후의 보루 ; 넌 우리가족 아니잖아
그러는거예요.
수향넘 ; 그럼 영재는??
하면서 영재를 가리키니
울 최후의 보루 ; 쟨 우리 참가족이야.
그러는거예요.
수향넘 ; 그럼 엄마랑 민재는?
전 무슨 소리가 나오나 했죠.
그랬더니 울 최후의 보루 ; 진가족
결국 수향넘만 벙~~~떠버렸죠.
울 최후의 보루는 자기말을 안 들으면
이렇게 사람을 한순간에 벙뜨게 만드는 기막힌 재주가 있네요.
어쨌든 수향넘...
다시 이 시골에 들어와 며칠 살더니 이젠 알아서 옷을 챙겨입어요.
짧은 숏팬츠에 레깅스 신고 나간날
단박에 감기 걸렸거든요.
역시 뭐든 직접 경험해 봐야 아는건지..
그러게 부모말을 들으면 좀 좋을까요...
그나저나......
뭐, 저도 그런때 있어요.
(실은요......저도 대학교때 찢어진 청바지를 즐겨 입었고,
울 최후의 보루도 대학교때 찢어진 청바지를 즐겨입었거든요.
게다가 울 최후의 보루는 청바지에 낙서꺼정 하고 돌아다녔어요.
그게 옛날 여자친구 전화번호여서 나중에 저랑 한바탕하긴 했지만요. )
하여튼 핏줄은 못 속이나봐요.
어쩜 수향녀석, 이런것 꺼정 닮는지......
참가족, 진가족...
그거 전혀 근거없는 말은 아닌 모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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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한 2010년도 정말 저물어가네요.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신 여러분들...
힘들고 어려웠던 2010년은 흘려보내고
2011년에는
모두모두 행복한 참가족 진가족을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삼생아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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