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 할머니 집에서 생활하는 녀석...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하면
늘 무언가 먹고프다는 말로 끝을 맺곤 하는데...
사실 우리 시어머니가 음식을 굉장히 맛나게 잘 하시는데
녀석이 돌아다니느라 집에서 안 먹고 꼬옥 패마에서 해결하면서
사달래요...
할머니댁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집에서 나간 녀석이니
마음쓰이는게 어쩌면 더할런지도 모르죠.
녀석이 뭐가 먹고프다고 사달라 그러면
괜히 마음이 짠해져요.
저번엔 녀석이 아르바이트해서 생기는 돈의 액수를
가만히 헤아리길래
저도 맛난 거 사달라 그랬죠.
넘 넘 피곤하고 입맛없는데 네가 사줌 기운이 날 거 같다 그랬더니...
그랬더니 녀석,
자기가 아르바이트 하는 집의 메뉴를 읊조리네요.
자기가 사면 사장님이 10프로 싸게 해주고
또 주방장님은 일인분 줄 거 이인분 준다고 얼릉 말하라네요.
영악한 녀석...
그러면서 저번에 집에왔길래 제가
용돈 벌은 거 허투루 쓰지말고 저축 좀 하라 그랬더니
녀석, 그러겠다네요.
그러면서 수향넘 ; 엄마, 내 친구들이랑 선배들이 나 집에서 용돈 얼마 받냐 그래서
안 받는다 그랬더니 독한 녀석이래.
삼생아짐 ; 네 친구들은 얼마 타는데??
수향넘 ; 보통 한달에 30만원에서 50만원 정도 타는데 모자르다네.
삼생아짐 ; 넌 그거보다 더 벌잖아??
수향넘 ; 그렇긴 하지. 근데 엄마 내 발 볼래???
하면서 녀석, 자기 발을 보여주는데...
헐~~~
발가락 마디마디 굳은 살이 배겼어요.
토요일, 일요일 내내 써빙하고 청소하고 아르바이트 하느라
녀석의 발에 이렇게 굳은 살이 배겨버렸다는거죠.
녀석의 발을 보는 순간,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그담부턴 녀석이 뭐 사달래면
아낌없이 사주죠.
사실 녀석이 대학 입학하고나서 첫달에 20만원 보내 준 이후로
단 한 번도 용돈 안 줬거든요.
계속 녀석이 벌어서 생활해 온거죠.
차비며, 화장품이며, 책값이며, 밥값이며, 옷값이며...
그런데도 녀석은 또 그돈에서 동생들 선물도 사주고,옷도 사주고, 앰피쓰리꺼정...
또 왔다 갈 때면 용돈도 주고, 제 화장품꺼정 사주곤 하죠.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스스로 생활할 줄 알아야
이담에도 생활력이 강해진다고 가르쳤지만
사실 녀석의 발을 보고 내내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울 최후의 보루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울 최후의 보루, 단박에 ; 야, 그게 일 많이 해서 생긴 굳은살인줄 아냐??
싸구려 신발에다 제발에 맞지도 않은 작은 거 신어서 생긴거지.
하면서 코웃음쳐요.
에이, 설마...하면서도
정말 그런가 싶어 수향넘한테 물어보니 수향넘, 깔깔 웃으며
역시 아빠는 못 당하겠다고...
에휴...
나참...
도대체 이 부녀는 어쩜 이리도 능청스러운지...
둘이 정말 똑 닮은꼴이예요.
것두 모르고 전 녀석을 얼마나 안쓰러워하고 안타까워했는지......
그렇긴해도...녀석에게 고마운 마음은 늘 갖고 있답니다.
착하게 잘 자라줘서...그리고 부모의 마음을 잘 이해해줘서...
정말 열 아들 안부러운 맏딸이지요.
그나저나...녀석, 이번 학기에도 아르바이트 핑계대고 성적 내둥 개판으로 받아오면...
그건 좀 생각해볼 문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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