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교원능력개발평가회를 다녀와서

삼생아짐 2009. 11. 3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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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녀석, 학교에서 안내장을 한 장 가져왔네요.

 

 

울 민재가 다니는 학교가 교원능력개발평가 시범학교로 지정되어

 

오늘 학부형을 대상으로

 

평가 설명회가 있다구요...

 

갈까 말까 했더니 녀석, 문자를 넣었네요.

 

얼릉 오라고......지금 와야만 하는 시간이래요.

 

답장할 필욘 없대요.

(꼭 오란 소리잖아요, 암말말고...즉 토달지 말고...)

 

부모님들이 모두 바쁘셔서 못오시는 엄마들이 많으니 엄마라도 꼬옥 와야 한대요.

 

참 이상하죠...

 

막내녀석이 조르면 도대체 안 들어줄 수가 없어요.

 

아직은 좋고 싫고가 분명하고 그걸 금방 얼굴에 드러내는지라

 

녀석의 실망한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어 갔지요.

 

(사실 선생님들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썩 내키는 일은 아니기도 했어요....)

 


시작에 앞서 일년동안 학교에서 했던 행사사진들을

 

정리해서 보여주시네요.

 


장애체험교육...

 

저도 예전에 특활시간에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체험을 시도 했었어요.

 

둘씩 짝을 지어 한 사람의 눈을 안대로 가리고

 

다른 한 사람이 부축해서 학교를 한바퀴 돌아오는 체험을 해보게 했지요.

 

그리고 그 경험과 느낌을 써보게 했지요.

 

그랬더니 아이들의 반응이 무지 뜨거웠어요.

 

평상시엔 앞을 볼 수 있다는 게 당연하다고 느꼈는데

 

(아니, 아무 생각안했는데...)

 

눈을 가린 순간 세상 모든 소리와 모든 것이 무섭게만 느껴졌대요.

 

앞으로 한 발 내딛는 것이 그렇게 무서운 일인줄 몰랐대요.

 

그래서 부축해주는 친구에게만 전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었는데

 

친구의 도움이 얼마나 절실하고 고마웠는지

 

그리고 앞을 못 보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눈물을 흘리는 녀석들도 있더라구요.

 

아마도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이렇게 휠체어에 앉아

 

움직여보는 체험을 했나보네요.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자세를

 

가르쳐주는 교육이라 아이들에게도 역시 뜻깊었을 듯 싶어요.

 


도서관 개관식에 맞춰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비즈공예를 했었지요.

 

한알 한 알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면서

 

예전에 우리 마을 체험으로 비즈로 옥수수 핸폰 고리를 만들면 어떨까 했던

 

생각이 나네요.

 

(찰옥수수로 유명한 마을이니깐요.)

 

그때 먼저 나와야해서 마치지 못한 목걸이가 지금도 책상 서랍속에 놓여있네요.

 


우리 민재가 일학년때부터 오매불망 손꼽아 기다렸던 야영활동

 

수향넘과 준비물을 챙겨 가방 싸면서

 

다른 건 다 친구들한테 빌려쓰고

 

미안하면 빌려쓴 친구한테 샴푸만 빌려준다고 해서 웃었고...

 

또 수향넘이 도시락 싸주면서 김밥에다 장난을 해서 한바탕 웃게 만들었던 바로 그 야영.

 

민재는 그것도 모르고 '누나가 싸줬다'고 자랑했다가

 

도시락 열어본 순간 친구넘들이랑 기절 할뻔 했다고......

 

그리고 야영가서 얼마나 원없이 소리지르며 훈련을 받았던지 녀석,

 

목소리가 다 쉬어 돌아왔죠.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예의를 배워보는 충효교실

 

 

이 흡연예방교육 받고와서는

 

아빠한테 담배는 무지 해로우니 무조건 끊으라고...

 

제아빠한테 걱정스레 충고(?)하던 기억도 나고...

 

니코틴과 타르(콘크리트 도로 포장에 쓰는거),일산화탄소 등

 

4천가지의 각종 발암물질이 가득하다고

 

끊으라고 신신당부 ......

 

울 최후의 보루, 요즘 무슨 맘이 들었는지 이제 다시 끊으려고 노력한다고...

 

그니깐 도움을 달래요.

 

(한마디로 개기지 말라 이거죠, 성질 나면 피우고 싶어진다고...

 

참내, 자기 담배 끊으면서 꼭 식구들한테꺼정 영향을 미쳐요...)

 

그러면서 담배 챙겨 밖으로 나가네요.

 


지난 여름 방학내내 학교에 나가면서

 

보충수업을 받았어요.

 

간식도 사주시고, 아이스크림도 사주시고...

 

2학기 수학을 미리 다 떼는 바람에

 

요번 학기 수학점수는 내내 좋았죠.

 

 

민재네 공개수업을 보고 선생님께서 참 잘 가르치시는구나...했었는데

 

학년마다 모두 공개수업을 실시했네요.

 

사실 이 공개수업은 선생님들끼리 평가도 하고,

 

수업방식 개선도 하고

 

부모님들이 내 자녀들이 어떻게 공부하나 알 수도 있는

 

참 좋은 수업이예요.

물론 수업준비하시는 선생님들은 조금, 많이 힘드시겠지만요.

 


우리 영재는 물론 저까지도 반성하게 했던 효행록...

 

영재넘, 좋은 엄마 되는 법 나온 신문 들이대길래

 

저는 이 효행록을 이용하여 녀석에게 자식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내밀었죠.

 


전교생에게 무료로 나누어준 체육복

 

민재가 이 체육복 입고 신나서 패션쇼 했었죠.

 

체육복 구입비도 만만찮은데

 

새 체육복 받고서 얼마나 좋아하던지...

 


한때 기타처럼, 가야금처럼 놀이감처럼 갖고 놀던 바이얼린인데

 

이젠 연주도 할 줄 안다네요.

 

선생님들이 들려달라 그래서

 

연주도 했다고...

 

얼릉 바이얼린 다시 가져와보라 했지요.

 

학교종이 연주가 고작이었는데

 

이젠 클래식곡꺼정 연주한다니...들어봐야죠??

 

일년간 학교에서 실시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보니

 

선생님들께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는지

 

새삼 알겠더라구요.



운영위원장이신 동완아버님과 전임 운영위원장이었던 민영아버님

 

마치 시험보는 것처럼 평가지를 작성하고 계시죠.

 

서로 작성하는 거 보지말라고(컨닝하지 말라고...)

 

그래서 뚝(!) 떨어져앉아 작성중이세요.

 


앞에 앉은 수영어머니와 승원어머니두요...

 

앞에 사람, 옆에 사람 보지 않게 가리고 하시네요.

 

저또한 평가지를 꼼꼼하게 작성하고...여기저기 둘러보니...

 


개관할 때 보다 책이 참 많이 늘었어요.

 

교감선생님께 우리 민재가 보고 난 책들...

 

동네 아이들 주곤 했는데 학교 도서관에 기증하겠다고 말씀드렸죠.

 

센터에 작은 도서관을 마련할 계획이었는데

 

아직 뜻을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별로 없어

 

그냥 학교에 기증하려 해요.

 

아이들이 수시로 책을 대출해서 보고, 또 관리도 되니

 

이곳에 기증하는 게 더 활용가치가 높으리란 생각이 드네요.

 

센터에는 어른들을 위한 도서실을 마련해야할까보네요.



끝나고 나오는데, 밝고 따스한 그림이 눈에 띄어 봤더니

 


민재그림이네요.

 

독서그림대회에서 최우수상 탔다고 자랑하더니...

 


'똥개의 방송출연'이란 책을 읽고 그린 그림이네요.

 

시골 생활을 그리워하는 똥개가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장면이라고...

 

웃는 얼굴의 똥개와 방송국 관계자...

 

그 미소만으로 마음이 함께 밝아지네요.

 

그림은 마음을 반영한다는데 이렇게 내내 밝은 마음으로 살아가길

 

살며시 기원해보네요.

 


민재말고도 많은 어린이들의 독서그림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이렇게 책을 읽고 감명깊은 장면을 시로 써 보거나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도

 

아이들에겐 참 좋은 작업일 듯 싶어요.

 

무조건 딱딱하고 지루하게 독후감만 쓰라고 하는 것 보다는요.

 

이렇게 아이들의 그림으로 학교 달력을 만드는 것도 좋을 듯 싶은 생각도 드네요.

 

 

민재네 학교에 다녀올 때면 늘 마음이 뿌듯하고 즐거워요.

 

 

수향넘, 민재를 시골에서 키우지 말고 도시로 내보내라고

 

자기가 다 보살펴줄테니까 도시로 보내라고 성화인데

 

초등학교는 그래도 시골에서 다니는 게 훨씬 나은 듯 싶어요.

 

 

학생들 수가 적어 선생님의 손길이 꼼꼼하고 자상하게 하나하나 다 미칠 수 있고

 

학교 학습 환경과 시설도 무척 좋아졌죠.

 

 

 

얼마전에도 민재넘, 저녁늦게 누군가와 통화를 하길래 혼내려고 보니 선생님이래요.

 

녀석이 가끔가끔 선생님께 전화를 해대는데...

 

 

민재넘 ; 선생님, 숙제가 뭐예요?

 

선생님, 저 숙제 못가져갔는데 어떻게 해요?

 

선생님, 저 숙제 다했어요!

 

선생님, 저 정말 학교 가고 싶어요, 이렇게 학교 가고 싶어본 적 없어요, 정말.

 

선생님, 뭐해요? 저 지금 숙제 다하고 자려고 누웠는데, 선생님 지금 주무시면 내일 뵈요.

 

선생님, 나눠주신 프린트 다 찾았는데요, 사회프린트가 앞에 오게 해요?

 

수학 프린트가 앞에 오게 해요?

 

선생님, 시험지 스테플러로 찍어두 돼요?

 

 

하여튼 이런류의 질문거리로 선생님께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드리곤해서

 

삼생아짐 ; 야, 이넘아, 그딴걸로 선생님께 전화하냐?

 

하고 제가 한마디 했지요.

 

 민재넘 ; 나만 그런거 아냐, 우리 반애들 다 그래.

 

너무도 당당하게...

 

 

삼생아짐 ; 그래도 선생님 퇴근하셨는데 쉬게 해드려야지.

 

퇴근후에까지 그런 전화로 선생님 괴롭히냐??

 

민재넘 ; 우리 선생님 튼튼해, 그니깐 호랑이 선생님이지.

 

괜찮아, 엄마. 선생님 다 이해하셔.

 

삼생아짐 ; 괜찮긴 뭐가 괜찮아, 선생님 쉬셔야 하는데

 

주말이고 밤이고 상관없이 전화질해대면 짜증나신단말야.

 

민재넘 ; 아니야, 선생님 짜증 안난대.

 

해두 된다 그랬어.

 

 

어휴...뻔뻔한 넘...

 

입장바꿔 생각하면...

 

하루종일 개구쟁이 녀석들에게 시달리고

 

퇴근후엔 좀 편안하게 쉬고 싶으실 터인데

 

녀석들, 이렇게 수시로 전화질해대면 선생님이 얼마나 피곤하실까 싶어...

 

죄송하기 그지없네요.

 

 

그래도 요즘...진정한 스승이 없다고 다들 불평하는데

 

특히 초등학교는 담임선생님에 의해 아이들의 모든 생활이 통제되고

 

인격형성도 되는데

 

이렇게 좋은 선생님을 만난 건 우리 민재 복이란 생각마저 들어요.

 

삼생아짐 ; 그래서 선생님 평가 할 때 모두 좋다 그랬어??

 

물어봤더니

 

녀석, 골고루 표시했대요.

 

 

뭐가 보통이었냐고 물었더니

 

수업시간에 딴 짓 하는 애를 혼내시는 거 보니깐

 

모두 다 사랑하시는 것 같지 않다고...

 

어떻게 딴짓 했냐니깐 수업 시간 내내 책상 밑에서 밤까고 있었다고...

 

에휴...

 

당연히 혼나야 할 걸 혼냈는데 그걸 사랑하지 않는다 표현하다니요...

 

평가란에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꼬옥 들어가야 될 듯 싶어요.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

 

 

어찌보면 번거롭고, 또한 부담되고, 교권 침해로도 느낄 수 있는 민감한 부분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남용되거나 악용될 수 있는 부분들은 제거하고...

 

지극히 학부모의 입장에서 어찌보면 감정적인 평가도 들어갈 수 있고

 

또 아이들이 선생님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조금 슬프기도 하고...

 

그러네요.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 바라는 점, 하고픈 이야기들을

 

쪽지로 써서 교실 뒷 편에 설치해놓은

 

우편함에 넣었던 기억도 나고...

 

 

'시험'이 순위를 갈라 인생의 승리자와 성공자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자신이 얼만큼 교과과정을 이해했나를 테스트한다는 의미였던 것처럼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가

 

선생님들의 순위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의 자질과 학생을 지도하는 스스로의 지표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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