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유행하는 아이리스 드라마를 보고, 자려고 누웠다가 일기쓴다고 도로 공부방으로 들어와 책상앞에 앉아있던 민재란 넘...
허공 한 번, 일기장 한 번, 이리저리 쳐다보며 일기쓸 거리를 찾는듯 한참동안 두리번거리더니, 갑자기 물어보네요.
민재넘 ; 엄마, 초경이 뭐야?
삼생아짐 ; 여자들이 처음 생리하는거.(ㅡㅡ;;)
민재넘 ; 월경은?
삼생아짐 ; 한달에 한 번씩 여자들이 생리하는거. (ㅡㅡ;;;)
민재넘 ; 생리는?
삼생아짐 ; 그건......여자들이 아기 만들기 위해 몸안에서 준비를 했다가 아이를 못 갖는 바람에 몸 밖으로......┗(ご_ご)┓
(삼생아짐 ; 이넘이 쓰라는 일기는 안 쓰고...난처...곤란... (ご , .ごメ))
민재넘과 저의 대화를 거실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수향넘, 제가 잠시 멈칫거리며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자 깔깔 웃으며
수향넘 ; 엄마,어렵지? 난 잘 설명할 수 있는데.
나 학교에서 강의시간에 배웠는데 ' 부모교육과 아동발달'이라구.
내가 이번 시험에 아동의 발달과정 외우느라 죽는 줄 알았다?
이때다 싶었죠.
삼생아짐 ; 그럼 네가 설명해봐.
수향넘 ; 하나님이 최초에 아담과 하와를 만들 때, 그때부터 피흘리라고 시켰다.
엥? 이건 또 뭔 뚱딴지같은 학설???
삼생아짐 ; 강의시간에 그렇게 배웠어?
수향넘 ; 아니. 강의시간에 배운 건 유치원애들 발달단계까지야.
어린아이들은 태어나면 항문기 - 구강기 등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아이들은 태어나면 항문기가 젤 처음이래.
그래서 자기가 변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고 자랑스러워한대. 그래서 자기똥을 자기가 막 만지고 논대.
그다음에 구강기로 가는데, 모든 걸 입으로 빨면서 쾌감을 느낀대.
삼생아짐 ; 그거 프로이드 이론이잖아. 우리때도 배웠어, 아동발달과 육아라고.
민재넘(솔깃한듯) ; 야동발달과 육아??
수향넘 ; 어휴, 저게.쬐끄만게 밝히구 있어.
엄마, 근데 이딴건 영재한테 물어보면 안될라나. 영재가 또 친구들한테 한교육했잖아.
영재야,생리가 뭐니?
영재넘(시큰둥) ; 애날라구하다가 피 질질 나오는거잖아.
삼생아짐이랑 수향넘 ; 헐~~~~
민재넘 ; 애는 어떻게 낳아?
영재넘(버럭) ; 알잖아, 시발XX야!!!
수향넘이랑 저랑 영재의 대답이랑 욕질에 한동안 기가 막혀서 충격에서 못 헤어나고 벙떠 있는데 민재넘 태연하게
민재 ; 모르는데?
영재 ; 다 봤잖아.
민재 ; 못봤는데?
영재 ; 구라까지마!!!
(삼생아짐 주 : 구라 = 거짓말)
연이은 영재넘의 어휘사용에 정신을 못 차릴판에 수향넘, 영재가 하는 말을 고대로 전달하네요.
수향 ; 엄마, 민재가 보는거 영재가 다 봤대. 난 영재말을 고대로 전달하는 것 뿐이야.
민재 ; 에이씨, 변태형아.
영재넘 ; 저게 죽을라구.
영재넘, 자려고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서 동생이랑 한 판 붙을 판이라서 말리려했더니
민재넘, 태연하게 ;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동생을 때리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 2조, 동생에게 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 3조,동생에게 발로 차지 않는다.
이를 어겼을시 벌금 오천만원!
이넘도 참 대단한 놈이란 생각을 하는데...(ㅡㅡ;;;)
영재넘 ; 너 국회에 신고해버린다?
민재넘 ; 대한민국 헌법 제 7조, 동생을 신고하지 않는다.
일인 시~~~위 갔~~~다가 계란 맞고 오지요.♪♬
노래를 부르네요.
어휴, 저녀석을 기냥,.....해가며 영재넘, 분해서 방방 뜨는데
민재넘, 갑자기 ; 엄마, 섹스는 뭐야?
삼생아짐 ; 음, 그건 말이야......(이넘이 오늘 작정을 했네...(ご , .ごメ))
민재넘 ; 섹스마니아는 뭐야?
또다시 질문공세를......
삼생아짐 ; 그건 또 어디서 봤어?
민재넘 ; 책에 있는데??
삼생아짐 ; 뭐? 무슨 책인데?
민재넘, 큰소리로 책의 일부분을 읽네요.
민재넘 ; 집안 자체가 신앙이 깊어서 섹스 이야기는 아예 나오질 않았어. 주위도 다들 그랬고.
그렇지만 ...(중략)...섹스마니아가 많다는 건...
삼생아짐 ; 헐~~
영재넘 ; 어휴ㅡ 저XX 뒤질라구.(삼생아짐주 ; 죽을라구..., 이넘도 언어순화좀 시켜야지, 영......)
민재가 책의 한 귀절을 큰소리로 읽어가자 수향넘, 기겁을 하고 그제서야 벌떡 일어나더니 달려들어와요.
수향넘 ; 너 뭐봐? 에휴, 내 그럴줄 알았어.
하더니 민재한테서 책을 빼앗고, 뒤통수를 따악(!)갈기네요.
무슨책이냐구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소설인데, '1Q84'라는 책이예요.
1,2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제가 1권을 다 봤다니깐 수향넘이 가져간다고 챙겨놓은 걸 민재넘이 일기쓴다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뒤적뒤적 하며 본 거죠.
수향넘이 어디서 야(?)하다고 듣고 와서 제일 먼저 챙겼거든요.(별로 야하지도 않아요.맹세컨대.)
근데 그걸 민재넘이 듣고 있다가, 누나가 책상위에 놓은 걸 보고 읽다가 기어이 매를 버네요.(-.ㅡㆀ)
하여튼, 이넘들 교육 시키는 건 정말 쉽지 않아요.
무조건 모른다고 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설명해 주자니 가끔 곤혹스럽고,
며칠 전에도 매춘이 뭐냐, 매춘부가 뭐냐, 청소년 성매춘은 또 뭐냐...
궁금한 것도 많고, 호기심도 강하겠지만...나참...이녀석이 이말뜻을 정말 모르고 묻는건지, 알면서 저 골탕먹이려 묻는건지.
하여튼 헷갈리기도 하고, 난처할 때가 많네요.
언젠가 자라면 사회적인 현상이나 낱말의 뜻을 다 알게 되는 때가 오겠지만
이렇게 어린녀석이 이런 질문을 해대면 쉽게 선뜻 대답할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런지...
어쨌든 마냥 아기같기만 하던 아들녀석들이 이런 질문을 해대고
수향넘도 다 커서 이런 농담도 주고받으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저는 나이들어가는 거겠죠??
저자신, 나이드는 만큼 세상을 잘 살았는지는...스스로도 가끔 의문이 일곤 하지만요.
그나저나 민재넘, 제가 자려고 양치질 하는데 목욕탕꺼정 졸졸 따라와서 또 물어보네요.
민재넘 ; 엄마, 누드가 뭐야??
삼생아짐 ; (미치겠다, 정말......┗(ご_ご)┓ ) 그건 또 어서봤어?
민재넘 ; 인터넷에서 연예인 연관단어에 누드화보촬영 나오던데?? 누드가 뭐야?? 무슨 뜻이야??
삼생아짐 ; 홀딱 벗은거.
민재넘 ; 구체적으로 어디??
삼생아짐 ; 어디는 뭘 어디야, 이놈아. 기냥 벗고서 사진 찍거나 그림 모델 했는데 예술성이 있어야 누드라 그래.
요즘은 개나 소나 다 누드타령하지만.
기어이 한 대 쥐어박고 말았네요.
에휴...제 인내심은 요기까지가 다인가봐요.
근데 이런 질문은 원래 아빠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아들 성교육은 아빠가 시킨다.
그럼 안될라나......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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