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기브앤테이크

삼생아짐 2009. 11. 2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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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브앤 테이크

 

주고 받다란 말이죠...뭐, 주면 받고, 받으면 주고...

 

근데 요게 딱 좋은때만 쓰이는 말이 아니더라구요.

  

 

 

무슨 소리냐면요...

 

지난번에 울 딸녀석이 넘넘 회가 먹고 싶다 그래서 개구쟁이 두 아들넘들 안경도 고칠겸

 

(이넘들이 안경 낀 채로 저녁마다 레슬링에 씨름에 권투에 각종 타이틀매치로 뒹구는 바람에 안경테가 다 늘어났어요.

 

머리 한 번 휘익 흔들면 안경이 코끝에 내려와 걸려요,마술이래나.

 

민재넘,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밥 먹다가 안경알이 쑥 빠져나와 국그릇에 빠져버렸대요, 그거 헹궈서 다시 끼웠다고...

 

집 안 유리며, 문이며 녀석들 손에 남아나는 게 없는데...늘 끼고다니는 안경이 안 망가지면 별일이죠.)

 

하여튼 겸사겸사 큰 맘 먹고 춘천에 나갔죠.

 

나간 김에 영재넘, 겨울 코트도 사 줄겸 백화점에 가서 의류매장을 한바퀴 삐잉 도는데,

 

여자 속옷만 걸쳐 놓은 까맣고 야한(?) 마네킹이 있더라구요.

 

삼생아짐 ; 영재야, 저거봐, 너가 좋아하는 거 있다.

 

그러면서 제가 얼릉 영재얼굴을 잡아서 마네킹쪽으로 돌려놓고 강제로 보게 했더니

 

판매하시던 분들이 마악 웃으시고, 수향넘 깔깔거리고 웃고, 그 뒤를 따라오시던 시어머님마저 웃으셨죠.

 

영재넘, 얼굴 빨개지면서 엄마, 변태같다고...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라구요.

 

그렇게 제가 장난 좀 쳤더니 녀석, 그게 조금 속상했는지...

 

오늘 저녁, 야자 끝나고 와서 쿡티브를 켜더니 절 보고 씨익 웃어요.

 

영재넘 ; 엄마, 오늘은 꼭(!) 아빠 옆에서 주무실거죠??

 

삼생아짐 ; ??

 

아직도 잠 잘 때면 곰인형을 끌어안고 자거나,

 

자기 베개 옆에 백만불짜리 예약석을 마련해 놓고 호시탐탐 엄마, 아빠의 눈치보는 막내 아들넘땜에,

 

그리고 울 최후의 보루, 늘 텔레비젼을 켜놓고 자는 습관땜에

 

제가 깊은 잠을 자고플때면 가끔 민재넘 옆에서 자곤하는데

 

영재넘, 오늘은 분명 아빠 옆에서 잘 거라고...백프로 확실하대요.

 

그러면서 의미심장하게 씨익 씨익 웃어요.

 

삼생아짐 ; 왜 그렇게 생각해???

 

영재넘 ; 엄마, 낮에 야한 영화 봤잖아요. 다 알아.

 

뭔 소린가 했죠.

 

알고보니 쿡 티브 메뉴중에 목록보기가 있는데,

 

제가 낮에 점심먹으러 왔다가 잠시 영화 한 두편을 뒤적뒤적 했는데, 그 중에

 

'슬리핑 딕셔너리'랑 '카리브해의 정사'란 영화가 있어요.

 

영화제목 자체가 선정적이어서 그렇지, 뭐 그렇게 야한 영화도 아닌데

 

이게 19세이상으로 되어 있어 비밀번호를 넣게 되어 있거든요.

 

그니깐 녀석, 제목이랑 유추해서 이게 무조건 야한영화인줄 알고...

 

목록보기 해 보니깐 엄마가 야한 영화를 봤다 이거죠.

 

삼생아짐 ; 놀고있네. 이게 엄마수준을 뭘로 알고??

 

영재넘 ; 엄마가 먼저 그랬잖아요. 엄마도 왜 절 놀려요?? 피장파장이지.

 

하면서 녀석깐에는 엄마 약점을 잡은 줄 알고

 

야한 영화인지 아닌지 자기도 지금 보겠다고 막무가내로 우겨대네요.

 

내참...

 

녀석, 보고 싶으면 그냥 보고 싶다고 할 것이지...

 

게다가 야한 영화 봤다고 아빠 옆에서 잔다는 건 뭔가 그 이상의 상상을 한단 거잖아요.

 

징그러운 녀석...

 

아들 녀석이 크니깐 별 이상한 상상을 다 하는데

 

말 그대로 기가막혀 말도 안 나오네요.

 

하여튼 녀석 나름대로는 기브앤 테이크...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맞긴 맞네요.

 

누굴 닮았는지 받으면 되돌리는 거 하나는 확실하긴 하네요.

 

이그...그래도 그렇지, 녀석, 생각할수록 징그럽넹...

 

그나저나 이넘, 결혼기념일 돌아오자 한 번 더  쇄기를 박네요.

 

영재넘 ; 엄마, 오늘은 두 분이서 오붓하게 좋은 시간 보내세요

 

삼생아짐 ; 어떤 게 오붓하게 좋은 시간 보내는거야?

 

영재넘 ; 두 분이 손잡고 야한 영화 보세요. 근데 쿡티브는 목록보기 함 다 나오는데 지우기가 안되니깐...

 

           아, 방법 있다.

 

           야한 영화 보고 이것저것 마구 틀면 넘어가니깐 제가 못 볼 수도 있겠네요. 좋은 하루~~~

  

 

내 참... 지금 내나이에 아들녀석한테 이런 얘기를 듣다니...

 

녀석, 엄마가 자기 수준인줄 아남...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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