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칭찬의 진리

삼생아짐 2009. 11. 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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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

 

막내녀석은 나에게 기댄채 텔레비젼을 보고 있고

 

나는 엎드려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긴장된 장면이 나왔던지...

 

녀석이 탄성을 지르더니...

 

 갑자기 내 손가락을 가져가서 아랫니사이에 손톱을 끼우고

 

윗니로 잘근잘근 씹어대기 시작한다.

 

칼로 싸악 도려내듯이 잘근잘근 손톱을 씹어대는데...얼마나 놀랐던지...

 

 

깜짝 놀라 손을 빼고 보니, 녀석은 당황한 채 얼굴이 붉어져서 어쩔줄을 모르고...

 

나또한 너무 놀라서 한동안 말을  잊었다.감사

 

  

이상한 생각이 들어

 

녀석의 손톱을 보았더니 아니나다를까 하얀색 부분이 하나도 없다.

 

녀석의 손톱을 깎아준게 언제였던가 생각하니 좀처럼 기억이 없다.

 

선생님이 매번 깎아 주셨을리도 없고...

 

다그쳐물으니...그동안 다 먹어치웠단다.

 

잘근잘근 물어뜯어 먹어치운 손톱...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슬퍼3

 

어렸을 적에 손톱 물어뜯는 버릇이 있어 다 고친 줄 알았는데...

 

되짚어 보니 올해도 녀석의 손톱 깎아준 때가 까막득하다.

 

내가 너무 무심했단 반성이 들고...

 

또 손톱 물어뜯는 아이들은 대개 강박관념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있다고 들었던터라

 

마음도 아프고,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 그랬다.

 

 

녀석의 눈과 손톱을 번갈아서 여러번...말 없이 빤히 바라봤다.

 

이걸 야단을 쳐 말어...순간 살짝 갈등이 오긴 했다.

 

근데...녀석, 얼굴이 벌개진 채 어쩔줄을 모르는 표정을 보니...

 

기냥 사알짝 쇼하기로 했다.부르르2

 

삼생아짐 ; 엄마는 민재의 손을 잡고 손톱을 깎아 줄 때가 가장 행복한데...

 

민재가 엄말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으려나......

 

하면서 부러 한숨을 푸욱 쉬었다.

 

녀석, 내둥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정말!굿보이

 

그 다음 주에 녀석은 열 개 중에서 일곱개의 손톱을 깎게 해 줬다.

 

녀석, 얼굴이 빨개진 채 세 개는 테니스치다 그만 부러졌단다.

 

(삼생아짐 ; 에구...이넘아, 네가 물어뜯은 거 다 안다, 짜식아!  ) 

 

 

하지만 겉으론 그랬다.

 

삼생아짐 ; 그랬어?? 정말 클날뻔 했네. 얼마나 아팠겠어...쯧쯧...

 

하면서 손가락을 호~~불어줬다.

 

녀석, 잔뜩 미안해 하더니, 실은 자기가 물어뜯었다고 이실직고 한다. 

 

 다음엔 열 개를 꼬옥 다 깎아주고 싶다고 말했더니

 

녀석, 말없이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그 담주에 녀석, 자랑스럽게 손톱깎기와 함께 아홉개의 손톱을 내민다.

 

한 개는 자신도 모르게 시험보다 물어뜯었댄다.

 

솔직하게 고백하며

 

다음에는 열 손가락 모두 깎게 해 주겠단다.

 

게다가 카메라를 가져다가 약속의 증거로

 

자기가  자기의 손톱 사진을 찍어서 보여준다.

 

 

 

기대된다.

 

과연 녀석은 약속을 지킬 수 있을런지...

 

손톱 물어뜯는 버릇을 고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녀석의 사촌누나는 지금 중 3인데도 그 버릇을 못 고쳐 고민중인데...

 

아직 인내심이 부족한 어린 녀석이지만

 

그래도 할 수 있으리라 믿고 싶다.

 

 

어제 저녁, 열심히 숙제를 하고 있는 녀석,

 

자를 입에 물고 있다.

 

삼생아짐 ; 민재 손톱 잘 있나?? 

 

민재넘, 자랑스럽게; 응, 엄마, 이거봐. 열 개 다 길렀지?

 

근데 아직은 자르기엔 조금 짧은 거 같아.

 

열개의 손톱길이가 고만고만하게 다 무사하다.

 

삼생아짐 ; 그래, 정말 잘 자라고있네??  

와아, 우리 민재 손톱 깎는 날 무지무지 기다려지넹.....

 

녀석, 활짝 웃는다.

 오케이2

 

녀석의 누나인 수향넘과 형인 영재넘은 너무 길러서 탈...

 

(수향넘은 네일아트 하느라,  영재넘은 기타 친다고 귀신손톱에...)

 

막내넘은 나오기가 무섭게 몽땅 먹어치워서 탈...

 

어째 자식들이 손톱하나 갖고도 이렇게 다른지......

 

 

민재넘이랑 삼생아짐이랑 손톱갖고 도란도란 떠들자...

 

옆에서 가만 보고 있던 영재넘 ; 엄마, 나두 손톱 깎아줘.

 

하고 손톱깎기랑 손가락을 내민다.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평소에 녀석 손톱 깎자 그러면 짧게 깎을까봐 기겁하고

 

자기가 혼자 깎을 수 있다며 달아나서 겨우 깎는 둥 마는 둥 하던 놈이...

 

 

내참...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지만

 

칭찬은 울 아들넘들 손톱도 엄마맘대로 할 수 있다는 거...

 

자식넘들 말 듣게하는데는 정말...

 

칭찬 이상 없다는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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