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면 날마다
하늘을 지붕삼아
(공을 고르는 중이래요...작전짜는 중...
강속구, 변화구 어쩌구 저쩌구...
던지는 공은 기냥 글러브안에 넣기만 해도 성공인 녀석이...
...흉내는 다 내요.)
녀석들에게 땅은 안방이나 마찬가지죠.
하여튼 늘 집 안팎에서 갖가지 놀이에 신나는 이넘들...
지겨운(?) 시험 끝나고 방학 들어가자...
세상을 다 가진 듯 신나고 넘넘 즐거워요.
민재넘, 자기의 멋진 피칭 폼을 보라고...
집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게
엄마, 봐요, 봐요~~하면서
제 발을 붙드네요.
영재넘, 그에 질세라...자기의 멋진 수비폼을 보라네요.
(다섯살이나 나이차가 나면서도
은근히 어린 동생넘에게 매사에 경쟁하고 질투하는 넘...)
그러다 녀석, 지나치게 다리를 벌려 고대로 엉덩방아...
녀석, 머쓱한지 씨익 웃고...
민재녀석, 그 모습 보곤 놀려대듯 마구 웃어대네요.
저또한...멋진(?) 폼 찍어달라 그래서 카메라들고 있다가
어이없어 웃고 말았네요.
녀석들의 이런 자유롭고 즐거운 모습을 보면...
그리고 아침저녁 피부에 와 닿는 선선한 공기와
맑고 깨끗한 햇살과
고요하고 평화로운 전경과...
사계절 색깔을 달리하며 아름다운 산천들과 꽃들과 풀들과 나무와
새로이 태어나는 새생명의 축복과...
하룻밤사이 차안에꺼정
집을 지어놓는 얌체 거미를 비롯한
(무심코 차 문 열었다가 쏜살같이 도망가는 거미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갖가지 생명체들...
이런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볼 때면...농촌에서 사는 걸 선택한 제자신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음...몇가지...아주아주 맥빠지게하는,
그리고 뜻하지않게 틀어지기도하는 그런 인간관계들과...
또 힘들고 치열하게 먹고살아야하는 생계의
근본적인 고민(!)들을 제외한다면요...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요...비단 농촌 뿐만이 아니라...)
하긴 울 최후의 보루는
저더러 욕심을 버리면 편하다는데...
전 욕심이 아니라 부모로서
자식들에게 최소한 빚을 물려주지 말아야하지 않겠냐 강변하고
울 최후의 보루는 그조차 욕심이라 하고...
그러네요......
어쨌든...
(이것도 언어습관이네요.
"근데요"와 함께..삼생아짐의 즐겨쓰는 언어...)
그러거나 뭐, 어쨌든...
초딩인 민재보다 이틀 먼저 방학한 큰 넘...텔레비젼을 못 켜게 하고
컴퓨터도 못 하게 했더니 혼자서...방안에서 뒹굴거리길래...
모처럼 햇살아래 이불과 베개잇을 모두 뜯어 빨아 말리고
걷어오라 심부름을 시켰죠.
녀석, 투덜투덜 걷으러 나가더니...다급한 목소리로
영재넘 ; 엄마, 비와요. 비!!!
하고 마악 소리 질러요.
마당에 빨래줄마다 가득 가득 이부자리를 널어놓았던 터라
기겁을 하고 뛰어나갔더니
영재넘 ; 엄마, 제비가 와요~~~
제비가 날아와요~~~
삼생아짐 ; 헐~~ 이넘이...
가끔가끔 사람을 놀려요.
하긴...우리집 식구들 말빨은 사실 좀 세긴하죠.
새로 처마 귀퉁이에 있던 둥지 보수공사를 하고
울애들 말마따나 하얀 백로 깃털 물어다가 집안 장식꺼정 한 센스있는 제비넘들
어느새 또 새끼를 깠네요.
자꾸만 둥지에서 떨어져서
울 최후의 보루더러 올려 놓아주라 했더니
에미가 건사한대요.
기냥 놔둬두 된다는데...
제가 마악 성화를 부리니깐 할수없이 둥지에 넣어줬어요.
근데...이넘이 또 떨어졌어요.
피할 생각도 않고 제 손바닥에서 얌전히 눈만 깜빡하던 넘...
마침 울 최후의 보루가 외출하고 없어서
키 큰 수향넘더러 놓아주라 했더니...
수향넘, 싫대요.
고양이가 잡아먹음 어떡하냐고, 무정한 넘이라고 제가 뭐라 그러자
수향넘 ; 엄마, 길가다 무서운 개XX가 쫓아오면
저도모르게 초스피드로 달리지, 그치??
삼생아짐 ; 응.
수향넘 ; 쟤도 고양이가 쫓아오면 저도모르는 날개짓이 나와.
살래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어?
그게 세상사는 이치야.
하는거예요.
듣고보니 그럴듯도 한...
그러더니 제가 무당새인지 종달새인지 옥상에서 내려오는 수통에 새가 집을 지었다니깐
수향넘 ; 헐~~ 엄마, 우리집 완전 동물농장이네.
그나저나 쟤네 비오면 완전 X(?)되는거야, 그치??
어휴...그 소리에 제가 그만 두 손 두발 다 들었죠.
제 아빠보다 한 술 더 뜨는 무정한 넘...
하긴 뭐, 세상사는 이치가 별 거 있겠어요??
지난 가을부터...유난히 부대끼는 것들이 싫어지고 싫증나던 차에...
차라리 모든 것 다 때려치우고.... 아예 등을 돌려버리고 싶어지던 차에...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세상사는 이치가
듣고보니 어쩜 그토록 단순한것을...
제가 뭐하러 속을 끓이고, 실망하고, 미워하고, 신경질내고, 짜증내고...
그랬나모르겠네요.
살래면 그렇게 무슨 짓인들 못하겠냐는 것을...
누구나 살려면 저도모르게 극성스러워지고 그악스러워지는 것을...
그걸 이해했다면 반년이 넘도록 혼자 속앓이 하지 않았을것을......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도
누군가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는 것도
그리고 또 누군가에 의해 세상살이가 박해진다고 느끼는 것도
모두 맘속에서 비롯되는 것, 그리고 마음먹기 따름일 뿐인것을......
누군가 그러대요.
농촌이 점점 각박해져간다고...
또 누군가 그러대요.
도시는 이미 일찌감치 각박해졌는데
그나마 농촌이니까 이제 비로소 각박해지는 거라고...
그러게요.
모두들 세상살이가 각박하다 느끼면서
왜 자신은 그 각박함의 대열에서 비껴서지 않고
또다른 누군가에게 각박한 사람이 되는 것인지...
그냥 그렇게 '먹고 살기 위해서' 무슨 짓인들 못하냐는 그 이치를
나자신부터 이해하면
그토록 맘이 힘들진 않을 터인데...
또한 '나'부터 그러하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조금은 덜 팍팍할 듯 싶은데요...
그러네요......
그나저나...어제 하루종일 무지 덥더니
저녁무렵 한차례 천둥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왕창 쏟아지는데...
이 수통을 타고 옥상에서 물이 마구 흘러내려요,
어쨌겠어요, 제가...수향넘 큰소리로 다급하게 불렀죠.
무슨 일인가 눈이 휘둥그래져서 나온 수향넘한테, 제가 그랬죠.
삼생아짐 ; 어떡하냐? 비가 이렇게 쏟아지니
쟤네들 정말 완전 X됐네??
수향넘, 지가 말할 땐 아무렇지도 않더니
제가 똑같이 하니깐 우스워죽겠다네요.
X가 뭐냐구요??
알아맞춰보세요, ㅈ으로 시작하는 한글자!!
(친절한 욕 잘하는 딸 둔 덕에 점점 욕만 늘어가는 삼생아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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