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말없음표

삼생아짐 2009. 8. 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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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선물'이라며 내미네요.

 

정수기 물 마실때 사용하는 종이봉투죠.

 

뒷면에 볼펜으로 '정수기 사용금지'라고 써있네요.

 


 삼생아짐 ; 뭐야??

 

영재넘 ; 있잖아, 엄마, 내가 이걸 복도에 있는 정수기에 붙여 놓았거든.

 

근데 애들 되게 웃겨. 기냥 믿더라.

 

이걸 본 애들은 물 마시러 왔다가 전부 안 마시고 도로가고...

 

1학년 여자애들은 첨에 이걸 못 보고 물을 마셨나봐.

 

 

그러더니 어떤 애가 이거 보라 그러니깐

 

어쩐지 물 맛이 이상하대나 어쩐대나 그러면서

 

물을 마신애가 물을 막 뱉어내고 구역질하고...

옆에 있던 애들도 물에서 기름냄새가 난다고 호들갑떨고...되게 웃겨.

 

삼생아짐 ; 하여튼...못말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학교에서 장난이나 치고...언제 철들래???

 

 

 

얌전한 듯 싶으면서도 가끔가끔 생각지도 않게 장난기가 넘치는 녀석...

 

기냥 웃으면서 야단치고 말았지만

 

문득...그런 생각이 드네요.

 

 

'말'이란 거요...

 

우리 사람들은 얼마나 남의 말에 현혹되기 쉬운 존재인가하는 것들이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잔인한 일 중의 하나가

 

바로 '말'에 의해 입는 피해죠.

 

육신의 다친 상처는 '약'으로 치료하면 된다지만

 

'말'로 다친 상처는 잠시 치료되었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후휴증이 남아요.

 

 

근거도 없는 소문들은 왜 이리 전파력이 좋은건지...

 

남을 모략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헐뜯고...

 

'진실'이란 말은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고...

 

실천이 따르지 않는 말들은 왜 또 그리 많은지...

 

대안없는 비판은 왜 또 그리 잘들 해대는지...

 

자기앞에 떨어지는 작은 이익엔 목숨을 걸면서도

 

다른 누군가를 위한 커다란 희망에는 왜 돌을 던지는지...

 

 

 

 

또 왜 사람들은 남의 말만 듣고 그게 곧 자기 생각인양

 

부풀리고 덧보태고

 

누군가가 그 말에 상처입고 마음을 상하고 피를 흘려도

 

그걸 즐기는지요...

 

 

 

요즘은...글을 쓴다는 것

 

말 한마디를 내뱉는다는 의미가 얼마나 소름끼치는지를

 

실감하곤 합니다.

 

때론...말을 줄임으로써, 글을 쓰지 않음으로써

 

나만이라도 그 잘못을 잠시나마 면해보려 합니다.

 

 

누군가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지 않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무엇이 다수의 이익을 위해 최선인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또...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를 되짚어 보곤 합니다.

 

 

 

또..때론

 

차라리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무언가를 하려고 시도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아닌가...라는 바보같은 생각조차 해 봅니다.

 

 

삶의 가치관조차 흔들리게 하는 것이

 

인간관계이며, 또한 그 인간관계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것이 누군가의 악의담긴 말한마디이며

 

그 말 한마디에 너무 쉽게 휘둘리는 '마음'들이 서글프네요.

 

 

 

뭐 하긴...어쩌면...이조차...

 

하지않아야 할 말일런지도 모르겠네요.

 

 

요즘은...'말없음표'의 가치를 새롭게 느끼는 시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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