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닦아내어도...
이게 뭐예요...
아침 햇살에 비친 텔레비젼 화면에 선명하게 찍힌 발자욱...
삼생아짐 ; 어떤 넘이야?? 범인 나왓!!!
아무래도 범인은 시시때때로 제게 흔적을 남겨놓는
큰넘임에 틀림없을 듯 싶은...
민재넘, 자긴 결코 아니라고 발 크기를 재어보래요.
하더니...이넘도 얼릉 발들어서 콕!!
삼생아짐 ; 이넘들이...
집안에 먼지가 쌓였으면 닦아야지 장난질을 쳐??
가뜩이나 너희들땜에 생기는 먼지잖어??
(밤이면 밤마다 올림픽경기하는 넘들...)
하는데 학교갈 준비하고 나온 영재넘 ; 헐~~~
엄마, 그거 제가 한 게 맞는거 같은데요,
근데 일부러 한 건 아녜요.
저도 그딴게 남을 줄 몰랐어요.
곰곰 생각해보니...아!!!
텔레비젼과 컴퓨터와 삼위일체인 이넘의 평소의 자세...
요 자세에서 발을 조금만 더 뻗으면 바로 화면으로 직행하는거죠.
삼생아짐 ; 이 먼지 빨랑 닦아라~~~
영재넘 ; 엄마, 죄송하지만 엄마가 하시면 안될까요??
저 학교 가야 해요.
삼생아짐 ; 얼릉 닦으라 그랬다!!!
영재넘, 가방꺼정 메구서 걸레들고 투덜투덜 텔레비젼 닦으며...
영재넘 ; 엄마, 자꾸 저 구박하시면 이담에 저 자라서 엄마 용돈 안 드려요??
삼생아짐 ; 이넘이???
어린넘이 걸핏함 이담에 부모용돈 안 주겠다고 협박을...
한두번도 아니고...
삼생아짐 ; 너 어른되려면 아직 한창 멀었다.
당장 낼 소풍비 걱정부터 해라, 이넘아!!
내참, 우리 세대가 자식이랑 함께 살고,
자식한테 기대어 자식덕 보고 살 세대도 아니건만...
모르죠, 저도 나이들고 경제력 없어지면 어찌될런지...
하여튼 이넘 하는 소리 듣고 있음
정말 노후대책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 들어요.
민재넘(천원을 내밀며) ; 엄마, 내가 이담에 크면 엄마 비행기도 태워주고
용돈도 많이많이 드릴께요.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삼생아짐 ; 들었지???
영재넘, 째려봤죠.
옆에서 민재하는 양을 가만 보던 영재넘...조금 민재가 얄밉단 생각이 드는지...
(원래 민재넘이 기회포착에 강하거든요.)
영재넘 ; 얼마 드릴건데??
민재 ; 음...10만원??
영재넘 ; 너 그 돈 갖고 엄마가 뭘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정도 드리려면 안드리는 게 낫지.
민재넘 ; 그럼 얼마 드려야돼??
영재넘 ; 적어도 한달에 천만원은 드려야지.
민재 ; 엄마, 내가 이담에 가수나 의사돼서 구준표처럼 하녀도 많이많이 불러주고
엄마 힘든 일 하나도 안하게 할거야.
그리고 엄마집도 좋은걸로 얻어줄께.
삼생아짐 ; 에궁...말만 들어도 고맙네.
근데 얼릉 학교나 가셔~~
녀석들 보내고, 방에 청소하러 들어왔더니
민재넘, 아침에 제가 사양한 천원에다 천원을 더 보태어 기어이 용돈이라고 써서
제 컴 자판위에 떡하니 놓고 갔네요.
에휴...
이거ㅡ 엄마 체면 안 서서...
지난번에 아들녀석은 만원주고 가더니
이번에 작은 아들넘은 자기형이 자기한테 준 2천원 전재산을
엄마 용돈하라고......
평소에 농촌이 어렵고 전세계가 경제적인 위기에 처했으니...
절약하라고 강조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닌데...제가 울 아들넘들한테
넘 불쌍하게 보였나봐요.
어린 아들넘들이 용돈꺼정 챙겨주는 가난한 엄마가 되어버렸으니...
조금 마음이...그렇더라구요.
녀석들이 의기소침해질까...걱정도 좀 되구요.
민재녀석, 학교에서 돌아온 다음에
자기 형과 누가 먼저 채우나 내기하는 요(↑↑)저금통에 넣든지
학교에서 가져온
'사랑의 빵'에 넣으라 그랬어요.
녀석의 아이스크림이 지구 어느 한구석에서 굶어죽어가는 아이들에겐
생명을 살리는 식량이 되니깐요.
녀석, 씨익 웃더니 한장은 자기 저금통에
또 한장은 사랑의 빵에 넣구요...
민재넘 ; 엄마, 저랑 내기하실래요??
삼생아짐 ; 무슨 내기??
민재넘 ; 제가 내는 문제 알아맞히면 제가 일주일동안 용돈 안 받구요
엄마가 틀리면 저한테 아이스크림 사주시는 거요.
삼생아짐 ;내봐.
민재넘 ; 엄마, 아이스크림이 녹으면 뭐가 되는 줄 아세요??
삼생아짐 ; 크림! (아이스가 얼음이잖아, 요넘아.)
민재넘 ; 엥? 엄마, 대단하네?? 그럼 하나더요.
아이스크림이랑 웨하스랑 몸띵하면 뭐가 되게요??
(몸띵?? 어휴...
삼생아짐 ; 아이스크림 콘!
민재넘 ; 와아~~ 엄마, 정말정말 짱이야.
하나만 더요!
아이스크림나라에 사는 아이스크림왕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 줄 아세요??
삼생아짐 ; 어떻게 하는데??
민재넘 ; 신하아이스크림한테 그럼 돼요.
너 몸가지고 와서 나한테 몸을 바쳐.
삼생아짐 ; 알았어, 이넘아. 아이스크림 사줌 될거아냐???
영악한 넘...
결국, 그날 아이스크림값은 제 지갑에서 나갔지만...
녀석의 하마와 사랑의 빵은 각각
퇴계이황 어르신을 한장씩 드셨죠.
정말...자식 교육은 해도해도 끝이 없고...또...쉽지 않네요.
절약도, 저축도, 효도도, 봉사도...
형제간의 우애도, 가족간의 사랑과 배려도...
울 어머니, 아버지 나 키우실 때도 이렇게 힘들었을까요???
조금씩...조금씩...
지난 시간들이...되돌아보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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