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조금씩...조금씩...

삼생아짐 2009. 5. 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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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매일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닦아내어도...

 


이게 뭐예요... 

아침 햇살에 비친 텔레비젼 화면에 선명하게 찍힌 발자욱... 

삼생아짐 ; 어떤 넘이야?? 범인 나왓!!!

 


아무래도 범인은 시시때때로 제게 흔적을 남겨놓는  

큰넘임에 틀림없을 듯 싶은...

 


민재넘, 자긴 결코 아니라고 발 크기를 재어보래요. 

하더니...이넘도 얼릉 발들어서 콕!!

 


 삼생아짐 ; 이넘들이... 

집안에 먼지가 쌓였으면 닦아야지 장난질을 쳐?? 

가뜩이나 너희들땜에 생기는 먼지잖어?? 

(밤이면 밤마다 올림픽경기하는 넘들...)

 

하는데 학교갈 준비하고 나온 영재넘 ; 헐~~~ 

엄마, 그거 제가 한 게 맞는거 같은데요, 

근데 일부러 한 건 아녜요. 

저도 그딴게 남을 줄 몰랐어요.

 

곰곰 생각해보니...아!!!

 

 

 

텔레비젼과 컴퓨터와 삼위일체인 이넘의 평소의 자세... 

요 자세에서 발을 조금만 더 뻗으면 바로 화면으로 직행하는거죠. 

 

삼생아짐 ; 이 먼지 빨랑 닦아라~~~

 

영재넘 ; 엄마, 죄송하지만 엄마가 하시면 안될까요?? 

저 학교 가야 해요.

 

삼생아짐 ; 얼릉 닦으라 그랬다!!!

 

 

영재넘, 가방꺼정 메구서 걸레들고 투덜투덜 텔레비젼 닦으며...

 

영재넘 ; 엄마, 자꾸 저 구박하시면 이담에 저 자라서 엄마 용돈 안 드려요??  

삼생아짐 ; 이넘이???

 

어린넘이 걸핏함 이담에 부모용돈 안 주겠다고 협박을... 

한두번도 아니고...

  

삼생아짐 ; 너 어른되려면 아직 한창 멀었다. 

당장 낼 소풍비 걱정부터 해라, 이넘아!!  

 

 내참, 우리 세대가 자식이랑 함께 살고, 

자식한테 기대어 자식덕 보고 살 세대도 아니건만... 

모르죠, 저도 나이들고 경제력 없어지면 어찌될런지... 

 

하여튼 이넘 하는 소리 듣고 있음 

정말 노후대책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 들어요.

 


 

민재넘(천원을 내밀며) ; 엄마, 내가 이담에 크면 엄마 비행기도 태워주고 

용돈도 많이많이 드릴께요.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삼생아짐 ; 들었지??? 

영재넘, 째려봤죠. 

 

옆에서 민재하는 양을 가만 보던 영재넘...조금 민재가 얄밉단 생각이 드는지... 

(원래 민재넘이 기회포착에 강하거든요.)

 

영재넘 ; 얼마 드릴건데?? 

민재 ; 음...10만원?? 

영재넘 ; 너 그 돈 갖고 엄마가 뭘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정도 드리려면 안드리는 게 낫지. 

민재넘 ; 그럼 얼마 드려야돼??  

영재넘 ; 적어도 한달에 천만원은 드려야지.

 

민재 ; 엄마, 내가 이담에 가수나 의사돼서 구준표처럼 하녀도 많이많이 불러주고 

엄마 힘든 일 하나도 안하게 할거야. 

그리고 엄마집도 좋은걸로 얻어줄께.

 

삼생아짐 ; 에궁...말만 들어도 고맙네. 

근데 얼릉 학교나 가셔~~ 

 


 

 녀석들 보내고, 방에 청소하러 들어왔더니 

민재넘, 아침에 제가 사양한 천원에다 천원을 더 보태어 기어이 용돈이라고 써서  

제 컴 자판위에 떡하니 놓고 갔네요.

 

에휴...

 

이거ㅡ 엄마 체면 안 서서... 

 

지난번에 아들녀석은 만원주고 가더니 

이번에 작은 아들넘은 자기형이 자기한테 준 2천원 전재산을  

엄마 용돈하라고......

 

 

평소에 농촌이 어렵고 전세계가 경제적인 위기에 처했으니... 

절약하라고 강조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닌데...제가 울 아들넘들한테

 

넘 불쌍하게 보였나봐요.

어린 아들넘들이 용돈꺼정 챙겨주는 가난한 엄마가 되어버렸으니...

 

조금 마음이...그렇더라구요.

 

녀석들이 의기소침해질까...걱정도 좀 되구요. 

 

 

민재녀석, 학교에서 돌아온 다음에

 


 

자기 형과 누가 먼저 채우나 내기하는 요(↑↑)저금통에 넣든지 

학교에서 가져온  

'사랑의 빵'에 넣으라 그랬어요.

 

 

녀석의 아이스크림이 지구 어느 한구석에서 굶어죽어가는 아이들에겐  

생명을 살리는 식량이 되니깐요.

 

녀석, 씨익 웃더니 한장은 자기 저금통에 

또 한장은 사랑의 빵에 넣구요...

 

 

민재넘 ; 엄마, 저랑 내기하실래요?? 

삼생아짐 ; 무슨 내기?? 

민재넘 ; 제가 내는 문제 알아맞히면 제가 일주일동안 용돈 안 받구요 

엄마가 틀리면 저한테 아이스크림 사주시는 거요. 

삼생아짐 ;내봐.

 민재넘 ; 엄마, 아이스크림이 녹으면 뭐가 되는 줄 아세요?? 

삼생아짐 ; 크림! (아이스가 얼음이잖아, 요넘아.) 

민재넘 ; 엥? 엄마, 대단하네?? 그럼 하나더요.  

아이스크림이랑 웨하스랑 몸띵하면 뭐가 되게요?? 

(몸띵?? 어휴... 

삼생아짐 ; 아이스크림 콘! 

민재넘 ; 와아~~ 엄마, 정말정말 짱이야. 

하나만 더요!  

아이스크림나라에 사는 아이스크림왕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 줄 아세요?? 

삼생아짐 ; 어떻게 하는데?? 

민재넘 ; 신하아이스크림한테 그럼 돼요. 

너 몸가지고 와서 나한테 몸을 바쳐. 

삼생아짐 ; 알았어, 이넘아. 아이스크림 사줌 될거아냐??? 

 

영악한 넘... 

 

결국, 그날 아이스크림값은 제 지갑에서 나갔지만... 

녀석의 하마와 사랑의 빵은 각각  

퇴계이황 어르신을 한장씩 드셨죠.

  

정말...자식 교육은 해도해도 끝이 없고...또...쉽지 않네요. 

절약도, 저축도, 효도도, 봉사도... 

형제간의 우애도, 가족간의 사랑과 배려도... 

울 어머니, 아버지 나 키우실 때도 이렇게 힘들었을까요???

 

조금씩...조금씩...

 

지난 시간들이...되돌아보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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