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성적표유감(2)

삼생아짐 2009. 5. 3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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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제가 아무리아무리 아들녀석 공부 좀 하게

 

혼좀 내 달래도 귓등으로 듣고

별 신경 안 쓰던 울 최후의 보루

 

 

제가 지난겨울에 녀석이 성적표에 양 받아왔다고 기절초풍해서 마악 난리쳐도

 

'개'도 기르는데 '양'은 못 기르냐며

 

한마디 툭 던져서 저를 더욱 기막히게 하던 사람이...

 

어쩐일인지 아침밥을 먹으면서 불쑥 물어보대요.

 

 

최후의 보루 ; 성적표 왔냐??

 

삼생아짐 ; 웬일이래?? 애 성적표에 관심을 다 갖구???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넹...

 

최후의 보루, 열심히 밥 먹으면서 ; 어제 문자왔던데?

 

성적표 발송한다구.

 

그 말에 제 귀가 번쩍!!!

 

삼생아짐 ; 그래?? 학교에서 문자 보냈어??

 

영재녀석, 저번에 성적표 빼돌리려구 편지통만 들여다보더니...

 

꼼짝마라네??

 

맞아, 학교에서 문자 보내주지??

 

제가 좋아서 히히거리니깐...

 

 

울 최후의 보루, 혀를 끌끌 차며;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성적표 빼돌리는게 통하냐??

 

컴퓨터에만 들어가면 학교 생활기록부꺼정 쫘악 보는데...

 

돌대가리 부모들이나 성적표 빼돌리는 거 신경쓰지.

 

 

영재랑 삼생아짐 ; 헉!!!!!!

 

돌.대.가.리!!!!!!!!!

 

(그동안 녀석이 성적표 빼돌릴까 노심초사하던 삼생아짐 = 돌대가리(1)......

 

호시탐탐 성적표 빼돌릴 기회만 엿보던 영재넘 = 역시, 돌.대.가.리(2)......)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지난번에 영재랑 민재네 학교에서 내자녀바로알기 서비스 신청하라길래

  

교육청 홈피에 들어가서 학부모 공인인증절차꺼정 다 밟아놔서

 

로긴만 하면 언제든 다 볼 수 있는 것을...

 

 

아, 왜 이 생각을 미처 못했을까요??

 

 

평소에 울 최후의 보루가 절더러 돌대가리 내지는

 

새대가리라고 놀려도 할 말 없네요...

 

 

바짝 쫄은 영재넘, 잔뜩 풀이 죽어서 묵묵히 밥만 먹구 있구요,

 

전 얼릉 밥먹고 조회해봐야지 벼르고 있는데....

 

민재넘(당당하게 큰소리로) ; 엄마, 우리 밥먹고 들어가서 컴퓨터로 내 성적볼래??

 

(시험 잘 봤다 이거죠...

 

평소에 올백도 가끔 맞아오고,

 

이번 시험에도

 

국어,수학, 과학 모두 백점에 사회만 한개인지 반개인지 틀렸다고

 

시험 못 봤다고 아까워하던 넘...)

 

 

 

에휴...제 형인 영재넘, 가뜩이나 시험 못 봐서

 

엄마, 아빠한테 잔뜩 쪼이고 있는데 얄밉게...

 

제가봐도 좀 얄미럽겠다 싶은데...

 

 

영재넘, 동생보구 눈 흘기구요...

 

안되겠다 싶어 제가 한마디 거들었죠.

 

 

삼생아짐 ; 야,이넘아,

 

 넌 형제가 되어가지구 형이 성적땜에 잔뜩 욕먹고 있는데

 

고렇게 말함 니네 형이 너 좋아하겠냐??

 

민재넘, 아차 싶은지 형 어깨에 손 올려놓고 미안해, 미안해 거듭 사과하구요...

 

그제야 힘을 얻은 영재넘 : 나두 너 나이땐 너보다 잘했어, 임마.

 

동생 손 뿌리치며

 

눈물 글썽...

 

 

녀석이 눈물 글썽거리는 거 보니깐

 

더이상 성적표땜에 동생앞에서 형녀석 기죽임 안되겠다 싶어

 

그날 성적 얘기는 그걸로 끝냈네요.

 

근데요...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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