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
참 중요하고 유익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어린 녀석에겐 가장 싫고 부담스런 일중의 하나겠죠??
다른 숙제는 다 마치고...
늘 일기쓰기만 남겨둔 채 딴짓을 해요.
나름대로 무언가 쓸 거리를 생각하는 중인듯 싶기는 한데...
지켜보다 잠시 나갔다 왔더니...
세상에...
이불장속에 들어가 자고 있어요.
깨워서 일기를 쓰라고 시켰더니 졸린 눈을 비비며...
골똘히 생각하다가...
가끔 쓰던 사행시가 아닌 14행시로...
'엄마아빠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로 14행시를 지었다네요.
엄; 엄마는 나를 낳아주시고 사랑
마; 마저 다 주셨다
아 ; 아빠는 나를 위해
빠 ; 빠르게 돈을 벌려고 노력하신다
사; 사랑하는 엄마 아빠
랑 ; 랑 살아서 나는 좋다
해 ; 해처럼 내 얼굴이 밝게 웃는다
요 ; 요즘에는 내가 효도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그; 그리고 요즘은 짜증나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리 ; 리어카를 열심히 끌며 일하시는 아빠와
고 ; 고생하시는 엄마에게도 짜증을 낸다
고 ; 고마우신 부모님에게 짜증 부리는 것을 오늘 이후로
마 ; 마칠 것이다. 짜증은 말 몰듯이
워 ; 워워워거리며 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
요 ; 요술처럼
쯧쯧...이거 쓸려고얼마나 고민했는지...눈에 선하네요.
어떤날은 담임선생님께 편지도 써요.
근데 구절중에
민재넘 ; 선생님 연세 진짜로 26이에요?
저는 그렇게 믿지만 왠지 의심이 되어서요.
그랬더니 담임선생님이 OK라고 쓰셨네요.
게다가 선생님이 키가 작으신지
키높이 깔창 구해서 선물로 드리겠다네요.
동시 쓰는 건 다반사구요.
멋쟁이 나무라는 시를 썼는데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내뿜는 고마운나무
휴지가 되고 종이가 되어 이로움을 주는 나무
....
맛있는 열매를 만들어 주는 멋쟁이 나무..."
나무의 장점을 쭈욱 늘어놓고
운율이 좋다나, 들어보라고 강요를...
삼생아짐 ; 운율?? 배운건 있나보넹...
그랬더니 옆에서 일기내용을 쭈욱 들은 영재넘 ; 그렇게만 쓰면 재미가 없지.
반전이 있어야 해.
엄마의 몽둥이도 될 수 있는 무서운 나무!!!
......가 들어가야지.
그러자 민재넘, 정말 형말대로 얼릉 덧붙이네요.
삼생아짐 ; 나쁜넘...
며칠전에 정말 몇년만에 처음으로 울 영재녀석 몽둥이로 좀 패줬죠.
녀석의 하는 양을 꾸욱 참고 늘 지켜보기만 하다가
용돈 받으면 저축하는 통장이 있는데
그 통장의 돈을 몽땅 빼내다가 게임 아템사는데다 쓰고
제핸폰 가져가서 연실 문자해가며 게임을 하면서...
게임 안 한다고 거짓말을...
그래서 좀 패줬는데, 울 최후의 보루는 왜 애들을 때리냐며 도리어 저에게...
어쨌든 녀석, 그 복수를 이렇게 하네요.
게다가 민재가 엄마 머리냄새 넘 좋다고 7천조원을 줘도 못 살거라고 예찬을 하니깐
영재넘 ; 만원만 줘봐. 샴푸 한 병 사다가 쳐바르면
실컷 살 수 있어.
민재랑 삼생아짐 ; 헐~~
어쨌든 녀석들 하는 양을 지켜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한숨과 웃음이 반복되네요.
앞으로도 녀석의 일기장에 어떤 내용이 등장할런지...
내심 기대가 되네요.
엄마랑 선생님이 읽는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천진함을 지켜보며...
바르고 아름답게 커가는 모습을 기대하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한가지겠죠??
아...
자식가진 사람과 짐승가진 사람은 큰소리 못친다며
울 친정어머니 늘 자식기르는 일에는
조심과 최선을 다하라 하셨는데...
자라면서 여러 환경과 요인에 의해
시시각각으로 변할 아이들이지만...
지금 이순간만큼은 아이의 순수함과 바른 마음을 칭찬해주고 싶네요.
그러므로 앞으로도 일기는 쭈욱 쓰거라, 민재야, 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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