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성적표유감(1)

삼생아짐 2009. 5. 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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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3학년 되면서 이제 정신 좀 차렸나 싶어  

잠시나마 제 맘을...흐뭇하게 하던 녀석...

 

 

근데 세상은  

녀석에겐...어쩜 이렇게도 유혹이 많을까요...



학교에서 돌아온 녀석의 가방에서 나온 건 

달랑 장기판과 장기알통뿐... 

(책은 커녕 볼펜 한자루 없어요...)



영재녀석, 장기판 꺼내자마자  

영재넘 ; 엄마, 장기 두실래요???

 

눈치없는 넘, 제가 황당해 하고 있는 참인데...흘깃 보더니

 

영재넘 ; 싫어요?? 그럼 아빠랑 둬야징. 

아빠 방으로 직행



요즘 논 삶고 모 심느라 정신없던 울 최후의 보루 

비가 와서 잠시 쉬고 있던 참에  

녀석이 이걸 들구 들어가서 펼쳐놓으니깐 

아주 반기네요.

 

 

샤워는 커녕...교복도 갈아입기 전에  

제 아빠랑 접전...

 


누가 이겼겠어요... 

장기판 보믄 딱(!) 나오죠??

 

한나라왕이 차먹음 영재넘 포가 기다렸다 장군!! 

따악 봐도 파란 알갱이가 더 많잖아요.

 


머쓱한 울 최후의 보루, 에이~~장기알 휘익 던지더니 

기지개를 쭈욱 켜면서...

 

최후의 보루; 이딴거 올리지마!!

 

 


영재넘 ; 엄마, 아빠가 중간에 한 수 물러주셨어. 

아빠가 나보다 훨씬 고수야.

 

그래도 제 아빠 편을 들어 무안함을 감춰주네요. 

 


샤워 후, 혼자 앉아서 본격적으로 수 연구... 

예전에도 학교 끝나면 어디론가 사라져서 찾아보믄 친구네 집에 장기두러 갔다고... 

주말이면 교회 목사님댁에 들어가서 장기두자고 집적집적... 

제 핸폰 수시로 가져가서 장기게임 하고... 

하여튼 컴게임 못하게 했더니 이젠 장기에 빠져서...

 


뿐인가요, 제누나가 마스터하고 떠난 기타를 이어받아 

틈만 나면 기타 딩딩...

 

지난 주말엔 공설운동장 가서 이틀 내내 축구만 하다  

저녁 늦게야 돌아오고...

 


삼생아짐 ; 고등학교 갈 맘은 있냐???  

영재넘 ; 가야죠.아무 고등학교나 못 가겠어요?  

농고라도 가믄 되죠. 

삼생아짐 ; 농고는 쉬운줄 아냐???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 농사일이다, 이넘아. 

땅의 성질 알아야지, 작물의 성질 알아야지, 기후에, 약에, 

온갖 기본적인 학문이 총동원되는게 농사다, 이넘아.

 

 

영재넘 ; 걱정 마세요, 할머니가 그러시는데 다 자기먹을 건 타고난대요. 

삼생아짐 ; 어휴...도대체 누굴 닮아서...

 


며칠전... 녀석의 개교기념일...

 

점심먹으러 집에 들렀더니 녀석, 우편물을 뒤적뒤적 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제가 들어서니깐 화들짝(!) 놀라요.

 

삼생아짐 ; 왜 그렇게 놀래??? 성적표 숨겼지??? 

영재넘 ; 그럴려구 그랬는데 아직 안 왔네요. 

삼생아짐 ; 너 성적표 오믄 을준비해!!! 

영재넘(씨익 웃으며) ; 은 안되남요??  

삼생아짐 ; 이넘이 언제적 농담을...

 

(사오정시리즈...죽대신 밥이라고...) 

도대체 나이먹으면서 느물거리는 정도만 늘어요.

 

 

제가 어이없어서 눈 흘겼더니 

영재넘 제 눈치 슬슬 보면서...

 

영재넘 ; 근데, 엄마 정현이형은 되게 불쌍해요. 

삼생아짐 ; 왜?? 

영재넘 ; 아빠가 우체부아저씨니깐 성적표도 못 숨길 거 아녜요??

 

학교에서 보내는 순간에 꼼짝마라죠.

 

삼생아짐 ; 헐~~~

 

 

도대체, 어쩌면... 

녀석의 머리는 이런 쪽으로만 돌아가는지......

 

 

아무래도 우체국에 전활 하든지 해야지... 

(녀석이 못 빼돌리도록이요...)

 

 

 

어쨌든... 녀석이 성적표 빼돌릴 생각 할 만큼이라도 

성적에 신경을 쓴다고 생각하니깐 

그나마라도 만족해야하는건지...

 

참...한숨나오네요.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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