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주이장님내외분이 까만 가방 같은 걸 하나 들고
센터에 들르셨어요...
삼생아짐 ; 그게 뭐예요???
사모님 ; 내가 농산물값도 없고, 힘들어서 부업하려구.
삼생아짐 ; ???
지용주이장님 ; 이거 10분만 꼽아놨다 빼면 저절로 꺼지고
한 세시간 이상은 따뜻하게 찜질할 수 있어.
하시면서 전기코드를 찾아 꽂으시대요.
삼생아짐 ; 아, 찜질팩이요???
사모님 ; 동생이 이거 만드는데...내가 해보니깐 아주 좋더라구.
삼생아짐, 귀가 솔깃...
왜냐하면 요즘 내내 어깨와 허리 통증에 시달렸거든요.
근데 가격표를 보니...조금 망설여져서...고민...
삼생아짐 ; 이거 팔아주면 동생이 누나 고생했다고 좀 드리나요??
근데, 이장님이랑 사모님이 서로...아무 말씀 않으셔서...
아...안 주나보다...
동생 사업이 많이 힘드나부다...생각했는데...
사모님 ; 나두 이것저것 해봤는데 이게 가장 낫더라.
일할 때 이거 두르고 했더니 허리 아픈게 싸악 낫던걸??
삼생아짐 ; 음...그렇다면야...
하나 구입결정
근데 돈을 드리니깐 정색을 하고...안 받으세요.
이장님이랑 사모님; 내가 팔려는 게 아니구, 한 번 해 보라구 주는거야.
삼생아짐 ; 네???
지용주이장님 ; 지난번에 보니깐 어깨 아프다고 부항떴더구먼...
이거 앉아있을 때 대구서 있음 훨씬 덜 아퍼.
맨날 어깨랑 목 아프다고 하길래 내가 하나 선물하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울 최후의 보루보다 낫다는 생각이...마악...
제가 늘 목이랑 어깨랑 단단하게 뭉쳐서 고생하는데...
(예전엔 오이따느라 농사일땜에, 요즘은 컴작업하느라...)
심한 날은 목도 잘 안돌려지고...
두통이랑 구역질꺼정 나요.
파스도 붙이고, 물리치료도 받고, 약도 먹고...
병원갈 시간 안되면 집에서 가끔 부항도 뜨는데 시커면 핏덩어리가...
그리고 부항자욱도 보라색으로 크게 남아요...
그게 좀 보기가 그랬나봐요...
제가 부항 뜰 때마다 울 최후의 보루,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 죽을려구 작정을 했어요, 쯧쯧...
부항뜨지 말구 자세를 바르게 해.
자세가 나빠 그런거야."
하고 마악 구박하면서...
뭉친 근육좀 풀어 달라 그럼 성의없게 몇 번 콕콕 누르다 말아요...
삼생아짐 ; 덩치가 아깝당, 쯧쯧...
울 최후의 보루 ; 아니, 니가 아플까봐...
근데 지용주 이장님내외분은 이렇게 선물을...
삼생아짐 ; 근데...이건 뭐예요??
했더니..
지용주이장님 ; 수향엄마한텐 해당사항 없는거야,
이건 날씬한 사람들이 저게 너무 커서 붙일데가 안 맞으면
끼워서 붙이는거야.
삼생아짐 ; 에궁..그렇다고 그렇게 노골적으로...
(제 허리도 옆으로 들어갔다구요...예전엔 일자였지만...)
이 찜질팩이 허리에 차게끔 되어있는건데
허리가 가는 사람한텐 좀 클듯...
이장님내외분 가시고 나서
한 번 해 봤더니...우와...따끈따끈한게
뭉쳐서 아프던 허리근육이랑
어깨 근육이 풀리면서 따뜻해져요...
넘 좋아서 집에 가져갔더니 울 아들넘들이 저보다 더 좋아하네요.
그럴 밖에요.
녀석들의 심부름거리가 하나 줄었걸랑요.
울 민재 효행록이예요.
이런 걸 쓰고 있는 줄 몰랐는데, 어느날 보니
이런 효행록이 있더라구요.
효행사항 ; 어머니 허리 밟아 드리기
반성할 점 ; 어머니 허리를 너무 세게 밟은 것
(제가 비명을 지르자 영재녀석이 엄마 허리부러진다고
이녀석 마악 혼내줬죠.)
효행사항 ; 어머니 어깨를 주물러 드린 점
반성할 점 ; 하다가 갑자기 하기 싫어지는 점
근데 이걸 찬찬이 읽어보니...
어쩐지 제가 아들을 넘 부려먹는...나쁜 엄마인듯한 죄책감이...
참 기분 묘하대요...
일기에꺼정 이걸 쓰는 녀석이었으니
이제 이 찜질팩으로 녀석들의 할 일이 줄어드는 거니 얼마나 좋겠어요??
민재넘, 얼릉 전기 꽂아 데우고,자기가 한 번 해 보더니 넘 좋다고...
제 허리에 올려놓아주고...
민재넘 ; 엄마, 시원하시죠?? 그렇죠??
하면서 이걸 한 엄마모습이 넘 귀엽다는 둥 어떻다는 둥 애교를 떠는데...
울 최후의 보루 ; 옷장안에 안 쓴 찜질팩 두 개나 있다.
그러는거예요.
에휴......
갑자기 그 말 듣는 순간, 열이 화악...
남들은 일부러 사서도 갖다주는데...
있는 것도 안 가르쳐주고...
이거 정말... 최후의 보루, 맞아요??
아무래도 '무늬만 최후의 보루'란 말이 정말 딱 맞는거 같아요...칫...
근데 이 찜질팩, 정말 좋네요.
지금도 이거 목에 두르구 앉아서 컴 하고 있는데...
따끈따끈하면서 잔뜩 뭉쳐있던 목이랑 어깨근육이 스르르...풀려요.
감사합니다, 지용주 이장님.
두고두고 잘 쓸께요^^
이 신세를 어찌 다...갚죠???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뿌린대로 거두리라 ㅡㅡ;; (0) | 2009.06.12 |
---|---|
만빵??? (0) | 2009.05.21 |
무엇일까요... (0) | 2009.05.13 |
몇년 갈래나요... (0) | 2009.05.08 |
효도 한 번 하려다가... (0) | 2009.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