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는 울 최후의 보루, 귀빠진 날...
생일전날 아침, 아침밥을 먹으면서
울 최후의 보루 왈 ; 얘들아, 너네 내일 아빠 생일이라고 뭐 사오거나 하지 말아!!
절대 사오면 안돼, 알았지??
영재랑 민재넘(이구동성으로) ; 아빠, 우린 아빠 생신 선물 사고 싶어도
돈이 하나도 없어요.
엄마가 용돈 주신 지가 언제인지도 몰라요.
삼생아짐(이중으로 뜨끔...) ; 아, 맞다. 낼 당신 생일이지???
최후의 보루 ; 혹시라도 너희들이 아빠 생일선물 살까봐 걱정돼서 그러지.
살려면 천원이하루다 과자 하나씩 사와, 알았지??
쓸데없이 금송아지,100년묵은 산삼 이딴 거 사오지말구.
참내...생일 기억시키는 방법도 가지가지...
사실 제가 그딴 날짜를 잘 까먹긴해요.
결혼기념일도...제사날도, 심지어 내생일도...
오죽하면 제 별명이 깜빡이...
아마도 자기 생일도 기냥 지나칠듯 싶은 생각이 들었나봐요.
근데요...그러면서도...
늘 생일상 차린다 하면 번거로워하고 화비스름하게 내면서 거부하는 울 최후의 보루,
이날도 아무것도 사오지 말라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빠 생일날, 작은 기념조차 못하게 하면 어떡해요.
그래서 동학문화제 행사 끝나자마자
밤늦게 얼릉 장거리에 내려가서 케잌하나 달랑 사고...
미역국 끓이고, 반찬은 메인으로 쪽갈비 사다 양념 재워서 구웠어요.
매번 생일상 차릴 때마다 실랑이하는 것에도 조금 질리긴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있기때문에
기냥 넘어감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생일초를 꽂으라니깐 울 최후의 보루, 달랑 하나만 꽂게 하네요.
제가 나이수대로 꽂아야 한다니깐...
(좀 많긴 많아요.
열살짜리 네개랑 한살짜리 아홉개 꽉 채워서...)
울 최후의 보루, 굳이굳이 마악 화를 내면서 하나만 꽂으래요.
아, 또 저 쓰잘데없는 귀차니즘 내지는 고집탱이성질 나오다부다...싶어서
삼생아짐 ; 당신이 한살이야??
왜 하나만 꽂으라 그래??
제가 방방거리니깐 울 아들넘들 ; 엄마, 한살이 아니라 열살인데요??
삼생아짐 ; 어,쨌,든!!! 야, 너네 아빠한테 이제 형이라 부르라 그래.
영재랑 민재넘, 엄마, 아빠 사이에서 당황하면서도 아빠말이 곧 법인지라
결국 하나만 꽂고 생일축하 노래 불렀어요.
영재랑 민재넘 ; 생신축하합니다, 생신축하합니다아~~~~~
녀석들 크게 부르는데, 삼생아짐(같이 부르다가) ; 열살짜리 뻥현이~~~
'사랑하는 우리아빠' 대신에 '열살짜리 뻥현이'로 바꿔서 크게 불렀더니
영재랑 민재넘, 얼떨결에 저를 따라서 고대로 불러놓고 찔리는지 아빠 눈치를 흘깃...
울 최후의 보루(황당한 듯) ; 너네엄마가 뭘 몰라.
초를 한 개 꼽는건 백살까지 살라는 뜻이야.
영재랑 민재랑 삼생아짐 ; 아항~~~~~
참내...전 또 그런 뜻이 있는 줄 몰랐잖아요.
정말 김치 두 가지랑 미역국이랑
요 쪽갈비 한 접시 달랑 차렸는데...
울 최후의 보루, 쪽갈비를 한점 먹더니 ; 와, 이거 맛있네. 양념 잘했어.
어쩐일로 칭찬을 다 해 주네요.
삼생아짐(으쓱) ; 다아 그게 사랑과 정성이 들어가서 그래.
울 최후의 보루, 민재넘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 들었지?? 김민재, 새겨들어.
엄마가 아빠를 더 사랑한대잖어.
안그래도 절보고 민재의 아내라는 둥, 알게모르게 민재넘과 경쟁하던 울 최후의 보루,
기어이 생일날 아침, 민재넘 염장을 지르네요.
순간 안색이 싸악 변하고, 멈칫하던 민재넘...
묵묵히 밥 먹다가, 제 아빠가 다 먹고 일어나자 뒤통수에다 대고
민재넘 ; 내생일때 더 맛있음 아빠 되게 실망하겠다, 그치??
삼생아짐이랑 영재넘 ; 푸하하하핫~~~~~~
순간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어요.
하여튼, 민재넘도 대단한 말빨이예요.
울 최후의 보루, 기가막힌지 씨익 웃더니; 야, 너네 선물 사왔어??
알고보니, 어제 동학문화제라고 아이들한테 용돈을 줬다네요.
근데 그게 동학문화제때 쓰라고 준 용돈이 아니라, 아빠 생일 선물사라고...
의 뉘앙스가 살며시...
하여튼 사연많은 생일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케이크도 한 쪽 못 먹고 부랴부랴
고성으로 교육 간 울 최후의 보루...
그날 저녁, 아이들과 케이크를 먹으면서
미안한 김에 문자를 보냈더니...
헐~~~
요런 답장이 왔네요.
하두 기가 막혀서 이런 문자로 대신하고 말았지만
생각할수록..열이 받혀 있던 참에...
전화가 왔어요.
울 최후의 보루 ; 나 물회먹는다. 너 생각나서~~~
제가 생선회를 넘 좋아해서 울 아부지, 저 어부한테 시집보낸다 그랬는데
바닷가에서 물회 먹으니깐 제 생각이 났는지...
행사끝나고, 결산서류 정리땜에 우리집에 와 있던 동네 형님들은
영문도 모르고, 제 생각나서 전화해주는 거 보믄 자상한 남편이라고 부러워하대요.
근데...어땠겠어요, 제가...
삼생아짐 ; 마니처......묵으라
옆에 있던 동네형님들, 기가 막혀서 자지러지건 말건...
요런 좋은 기회를 놓침 삼생아짐이 아니죠.
......
어쨌든...
그래서 이런 말이 나왔나봐요,
뿌린대로 거두리라!!!
아닌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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