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청소를 하려는데 컴퓨터 앞에 신문 하나가 떡하니...
보란듯이, 시위하듯이...
장장 네페이지에 걸쳐서 좋은 엄마 되기에 대한 기사와 전문가의 칼럼과
이야기들이 사례와 곁들여서 주르륵....
삼생아짐 ; 이거 누구 짓이냐??
민재넘 ; 저 아닌데요??
영재넘, 현관을 나서면서 씨익 웃어요.
그래서 아이들 보내고, 청소하다말구 읽어봤죠.
음...반성이 되긴 되더라구요.
어제 우리집 녀석들, 일제고사를 봤는데
영재넘(활짝 웃으며 자랑스럽게) ; 엄마, 나 우리 학교서 혼자 영어 백점 맞았다?
윤미애선생님(영어담당)이 나 맛있는 거 사주신대.
그러면 무조건 칭찬을 해 줘야하는데...
일단 칭찬은 해주고, 당연히 다른 과목이 궁금...
왜냐하면 녀석은 항상 잘한거만 이야기하거든요.
삼생아짐 ; 다른 과목은?
영재녀석, 머뭇머뭇...
삼생아짐 ; 국어랑 수학이랑 사회랑 과학도 봤잖아?
몇 등이야? 등수도 나왔을거구...
영재넘 ; 국어는 세 개 틀리고, 과학은 다섯개...등수는 몰라.
삼생아짐 ; 왜몰라?? 점수 다 나왔을거 아냐. 누가 일등이야?
그리구 과학은 왜 그렇게 많이 틀렸어?? 공부안하니깐 그렇잖아.
노력한만큼 나오는게 성적인데...맨날 컴게임이나 하구, 텔레비젼이나 보고...
낚시에, 테니스에, 기타에, 축구에...
공부빼곤 다 즐겁잖아.
공부하라 그럼 잠만 자구, 엄마한테 대들기나 하고...
저도모르게...다그치듯이...일장연설이 주르륵...
저도 그러고 싶진 않은데...도대체 녀석을 보면
왜 잔소리쟁이 자동기계가 되어버리는건지...
그 말을 내뱉으면서도, 이럼 안되지 하면서도
넘넘 제 맘을 몰라주고, 제 뜻을 안 따라주는 녀석이 안타까워
기냥 속사포처럼......
부모맘이 다 그렇겠지만 조금만 더 성실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은데
할만한 놈이 안 하니 더 미울밖에요.
게다가 요즘은 장기두러 다니느라 학교 끝나고
집에도 제때 안 와요.
사춘기 접어서면서 하도 속썩이고 대들길래
녀석 공부 시키다가 아무래도 아들과 엄마 사이가 웬수될까 싶어
당분간 기냥 저 하는대로 내버려뒀거든요.
그 당분간이 어느새 2년이 넘어버렸구요.
근데 지난 번 시험전날, 수학문제지를 풀면서 끙끙거리길래 봐줄까 싶어서
채점을 해봤더니 세상에...30점도 안 나와요.
초등학교때 그래도 수학 영재교육원꺼정 다닌 녀석이
그 간단한 방정식을 이해못해서...
얼마나 기가 막힌지 한숨만 푹푹 쉬다가 그래도 기본적인 것은
일러줘야겠다 싶어서
시험에 꼭 나올만한 것만 집어서 해 줬더니
겨우 낙제 면할 정도의 점수를 받아오고서
그래도 녀석, 60점 넘었다고 신나서 헤헤거리는데...
참...너무 어이없어 기냥 같이 웃고 말았죠.
하여튼 녀석의 중학교 생활은
이렇게 흘러왔네요.
근데 녀석, 모처럼 영어 백점 맞았는데
제가 시험 못 본 다른 과목이랑 등수 물어보니깐
당연히 기분이 상했었겠죠.
그렇지만... 뭐 어쨌든, 녀석이 이렇게 나온다면야...
저도 질 수가 없지요.
아이들의 책꽂이에 보니
"효행록"이 떡하니 꽂혀 있어요.
괜찮은 구절도 많구요...
제가 하고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말도 있네요.
예전에 '논어'원서로 공부꺼정 했었는데
왜 이구절을 몰랐을까요??
(좁은 서석바닥에서 학교 끝난 녀석 찾아 헤맨게 한두번도 아니라서요...)
이건 아예 복사를 해서 액자에 넣어 벽에 붙여 놓을까봐요.
근데요...이 구절들을 읽으면서 맘 한구석이 묘해지대요.
제가 울 아들넘한테만 이럴게 아니라
저는 어쩌구 있나...하는 반성이요.
농촌 살림살이 힘들고
애들 키워가며 먹고 살기 힘들다고 부모님께 용돈도 제대로 못 드리고
그렇다고 전화도 자주 못 드리고...
점점 무심해지는 제자신이요......
요즘 저희 친정어머님, 노여움이 잦아지셔서
제가 전화 제때 안 하면
손가락이 부러졌냐고 하시는데...
(원래 제가 전화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래도 울 최후의 보루는 아이들에게 당번을 정해서
돌아가며 어른들께 전화드리게 하는데
울 최후의 보루도 요즘 바빠서 아이들에게 검사를 잘 못하고 있어요.
에휴...
그러고보니 정말..
피장파장인걸요.
아들넘이 속 썩인다고 속상해할게 아니라
부모님께 무심해지는 저자신을 먼저 반성했어야 하는걸...
위의 효행록 구절들은 복사해다가
제가 먼저 보고 실천해야 할 듯 싶어요.
효자 아들 밑에 효자난다는 말
달리 나왔겠어요??
뭐 효도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게 기본 도리라는 생각 드네요.
아들넘 덕분에 뒤늦게 철드는 삼생아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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