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저녁
앞쪽에 뭔가 손바닥보다 더 크고 이상하게 생긴 것이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어요.
빨랑 집에 가서 애들 저녁밥 차려줄 생각에 마악 달리다가
가까스로 이녀석을 피하고...
내려서보니...
헐~~두꺼비네요.
게다가 한마리도 아니고 두마리씩이나...
엄청 크게 생긴것이...아이들 머리통만해요.
보던 중에 제일 큰 두꺼비네요.
아마 얘네도 겨울잠에서 깨어나와
물을 찾아
이동중인가봐요.
엄마두꺼비랑 아기두꺼비인가 보다...
얘들도 모성애가 참 대단하구나...
그렇게 생각했죠.
그 먼길을 이렇게 아가를 업어서 건너다니..
차가 막 달려오는데 내려놓지도 않고
끝꺼정 건너다니...
이 엄마두꺼비도 정말 모성애가 강한 두꺼비구나...
가슴이 찡하더라구요.
길건너편에서 차가 마악 달려오길래
제가 차를 세웠죠.
혹 이녀석들 깔리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길 건너편으로 무사히 건너가게 해 준다음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줬죠.
삼생아짐 ; 얘들아, 두꺼비 엄마도 이렇게 모성애가 지극하단다.
그 먼길을 아기를 등에 업고
조금씩 조금씩 건너가잖니.
내려놓지도 않고...
그니까 너희들도 이담에 두꺼비 보면 함부로 죽이지마.
그리고, 두꺼비는 원래 복을 가져다 주는 동물이야, 알간??
민재녀석, 이 사진을 보고 가만히 생각하더니..
민재넘 ; 엄마, 저희들 기르시느라 힘드시죠?? 제대로 쉬지도 못하시고...
그래도 하나가 없어졌으니 좀 낫죠??
(누나의 분가를 이렇게 말하네요...)
삼생아짐 ; 아냐, 엄만 너희들 기르는게 낙이야.
민재넘 ; '낙'이 무슨 뜻이예요??
삼생아짐 ; '낙'이란 건 즐거움이란 뜻이야.
그리고 누나가 따로 살아서 편한게 아니라 보고싶고, 서운하고 그래.
민재넘(곰곰 생각하더니) ; 그럼 전 엄마가 없으면 '악'이예요.
엄마 없음 전 못사니깐 엄마 오래오래 사세요, 알았죠??
삼생아짐 ;
두꺼비 덕분에 엄마의 사랑을 잘 전수했구나...그렇게 생각했죠.
저녁에 상군두리 마을 회의 하는데
현기네 형님이 오셨길래 제가 자랑했죠.
삼생아짐 ; 있잖아요, 오늘 무지 큰 두꺼비 봤어요.
것두 두마리나.
엄마 두꺼비가 아기 두꺼비 업고 길을 건너는 거예요, 볼래요??
하고 카메라 꺼내서 사진을 보여줬죠.
현기네 형님, 아무 말씀 안하고 빙긋이 웃으시대요.
삼생아짐 ; 형님, 이렇게 쌍두꺼비 봤으니 올해는 복 무지 많이 받을거야, 기대해봐요.
형님, 그래도 아무말없이 보고 고개돌리고, 웃기만 하길래...
이상하다 생각했죠.
근데 오늘, 센터에 지용주이장님이랑 울 최후의 보루랑 와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제가 쌍두꺼비 보여주며 자랑하니깐
머뭇머뭇 하시더니...
지용주 이장님 ; 그게 아기 두꺼비가 아니고 숫놈이여.
울 최후의 보루(한숨을 푹쉬며) ; 짝짓기하는 거다, 이넘아.
삼생아짐 ; 엥?? 등에 있는게 되게 작은데??
엄마랑 아기 두꺼비 아냐??
울 최후의 보루, 기가 막히다는 듯 쳐다보구요,
지용주 이장님, 실실 웃으시네요.
아...이 망신을...
전 것두 모르고, 울 애들한테 교육시킨다고...
진작진작 생물학공부 좀 할껄...
후회막심...
에이, 그럼 뭐 어때요.
봄인걸요.
이제 새 봄이니깐 만물이 소생하고
녀석들도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자손 번식시켜서
행복하게 살라그러죠, 뭐.
그나저나 울 영재랑 민재넘한테
엄마 무식을 통째로 들켜버렸으니...
미안하다, 아들들아.
엄마가 너희들 기르고, 열심히 농사짓고 하느라
미처 생물학 공부를 할 틈이 없었구나.
그게 엄마두꺼비랑 아기 두꺼비가 아니라
부부라는구나.
두꺼비 아기들은 그렇게 생겨난다니
엄마덕분에 생물학공부한거라 생각하렴,알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