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생아짐 ; 헉!! 벌레닷!!
목욕탕앞의 걸레를 들추는 순간 발 많이 달린 징그러운 벌레 한마리가
쑤욱 나오더니
발발거리며 집안을 기어다녀요.
돈벌레 = 일명 그리마.
수향넘 ; 엄마, 죽임 안돼욧!!
밖으로 인도(!)해야해~~~
현관문 앞에 서서 현관문을 열더니
수향넘 ; 얘야, 얼릉 밖으로 나가라~~~
손짓을...
삼생아짐(속으로) ; 인도??
녀석이 춘천으로 가서 할머니랑 열심히 교회다니더니 용어마저도
교회에서 쓰는 용어로...
(울어머니 신앙심이 워낙 투철하시거든요.)
영재넘 ; 으악!! 내 신발에 들어가면 안돼!!
하더니 자기 신발을 낼름 드네요.
수향넘 ; 네 신발만 드냐? 치사하게!!
하더니 수향넘은 자기 신발을...
영재넘, 현관문을 활짝 열어 밖으로 유인하고...
근데, 이넘이 방향을 못잡고 돌아서 들어오니깐
수향넘, 신발로 벌레 앞을 툭툭 쳐서 못 들어오게...
발 많이 달린 이녀석, 결국 방향을 회전
두 넘의 인도(?)하에 밖으로 무사히 탈출
최후의 보루 ; 추운데 왜 문 열구 그래?? 기름값 아깝게...
새벽에 애들 추울까봐 기껏 보일러 온도 높여 방 데워놨더니
두 녀석이 문을 열고 한참 이러고 있으니깐 화를 내네요.
돈벌레만 봤다 하면 책이든, 신문이든, 양말이든 잡히는대로 쥐어서
내리치는 울 최후의 보루, 애들 이런 행동이 이해가 안가나봐요.
수향넘 ; 돈벌레는 죽이면 안돼.
삼생아짐 ; 왜 안되는데??
울엄마가 이녀석한테꺼정 세뇌를 시켰나??했죠.
저희가 자랄때 저희 친정어머니가 돈벌레는 돈을 가져다준다고
함부로 죽이지 못하게 하셨거든요.
또 아침에는 거미도 죽이지 못하게 하셨구요.(재수없대요.)
문지방 밟고 다니지마라(역시, 재수없대요), 밤에 손톱깎지 마라(재주 뺏긴대요)
턱괴지 마라(부모 일찍 죽는대요), 다리 떨지 마라(복달아난대요)
(워낙 미신을 많이 믿는 분이라 하여튼 자라면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엄청 많았어요.)
그게 습관이 되어서 웬만하면 집안의 거미도 죽이지 않고 그냥 내보내고
울애들한테도 알게 모르게 저도 고대로 답습하는데
제가 울애들한테 돈벌레 죽이지말라 소린 한 적 없거든요.
수향넘 ; '미수다'에서 봤어.
돈벌레 죽이면 돈 못 번대.
근데 어떤 여자가 '돈벌레'가 새까맣고 조그맣게 생긴거냐구 그러더라.
삼생아짐 ; 그건 바퀴벌레지.
수향넘 ; 그니깐 그 여자가 바퀴벌레를 돈벌렌줄 알고 20년동안 살려주고 살았대.
삼생아짐 ; 푸하핫!!!
돈벌레를 죽이지말란 이야기는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닌가보네요.
많은 사람들이 믿는걸 보면요.
어쨌든 우리집 돈벌레는 수향넘과 영재넘의 인도(?)하에 무사히 탈출했고,
녀석 말마따나 '돈'이 들어왔음 좋겠지만
'노력'없는 대가란 없기에...
또 아이들에게 늘 '요행'을 바라지 말라고 했던터라
'힘없는 생명'하나 '살길'로 '인도'한걸로 만족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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