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면 벌써 태어난 송아지들로 북적거렸을 우사가
올해에는 송아지울음소리가 들리지않아...
다들 아빠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왜냐하면 저희처럼 새끼를 낳아 파는 번식우를 기르는 집에서는
어미소가 새끼를 배지 않아 송아지를 낳지 않으면
일년동안 주야장창 헛기르는게 되거든요.
근데 소는 항상 배가 불러있어...
사실 새끼를 가졌는지 안 가졌는지
헷갈리는 적이 간혹 있어요.
검사하는데도 비용이 들어서 대부분 새끼 가지려고 하는 때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수정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죠.
게다가 주인이 항상 소 옆에 있으면서
잘 살피지 않으면 번식우농사는 실패하기 쉽상이예요.
그땐...어미소가 먹는데 들어가는 사료값과
볏집값만 기냥 날리는거죠.
말 그대로 일년 소농사는 헛빵이란 얘기죠.
작년까지 이장 일 보고 마을 일 보느라
혹, 송아지농사를 헛 지은게 아닌가...라는 의혹의 눈길이
아빠에게로 쏠리는건 당연지사...
삼생아짐 ; 올해는 왜 송아지울음소리가 안 들리지???
기다리다못해 성질 급한 제가 한마디했는데,
울 최후의 보루, 묵묵부답...
아이들 ; 정말, 올해는 송아지가 한마리도 안 태어나네...
그래도 아빠의 자존심을 지켜주고자 녀석들,
궁금한 걸 꾹 참고 아무도 먼저 말을 안 꺼내다가 제가 한마디 하니깐
제 아빠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그제서야 한마디씩...
그래도 울 최후의 보루, 아무 말도 안하대요.
근데 오늘 아침, 울 최후의 보루(자랑스럽게 큰목소리로) ; 얘들아, 송아지 태어났다.
삼생아짐 ; 정말??
밥 차리다 말고 후다닥... 쫓아나걌죠.
그랬더니 정말 못보던 송아지 한 마리가 태어나서
우사안을 깡총깡총 뛰어다녀요.
털도 보송보송 마른 거 보니깐
아마 밤사이에 태어났나봐요.
집에 다니러왔던 늦잠꾸러기 수향넘도 쫓아나오고...
학교가려던 민재도 구경나오고...
그 와중에 움직이기 싫어하는 영재넘, 집안에서 얼굴만 빼꼼히 내밀며
영재넘 ; 아빠, 창과 방패예요??
아님 빗과 거울이예요??
뭔소린가 했더니...
수컷, 암컷의 성별을...
녀석, 성교육책을 열심히 봤나보네요.
울 최후의 보루, 피식 웃더니 송아지붙들고 확인작업
......음
민재랑 똑같은 넘이네요.
그 와중에 송아지녀석, 자기 엄마 찾다가 다른 소한테 걷어차이고
다른칸으로 발 내밀었다가
그 발을 거둘줄을 몰라 메애거리면서 헤매니깐...
수향이랑 민재랑 저랑 안타까워서...바보...발을 빼라구, 빼!!
해가면서 발을 동동...
엄마소가 밥 먹다말고 얼릉 쫒아가서
녀석을 끌어내어 보살피네요.
수향넘 ; 엄마, 저 송아지 침 흘려, 애기같애.
너무 이뻐.
아마 엄마젖이 먹고 싶었나봐요.
민재넘 ; 엄마, 송아지는 금방 태어난 게 나보다 더 클라그래.
그리구 마악 뛰어다녀. 힘도 세겠지??
요즘 털갈이 하느라 엄청 미워진 엄마소들...
이때에는 영양도 많이 필요하다는데...
요즘 사료값이 넘 올라서...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네요.
그치만...아무리 송아지값이 많이 떨어졌어도
그래도 새생명의 탄생은 언제나 즐겁네요.
이젠 미역국 끓여다주는 짓은 안하지만
그래도 맘속으론 어미소도 무사하고, 송아지도 건강하게 태어나서 참 다행이란
생각 들어요.
예전에 송아지 낳다가 어미소가 잘못된 경우도 있었고
태어난 송아지가 탈이 나서 잘못된 경우도 있었고...
생명가진 것들을 기르다보면
뜻하지 않은 실패를 볼 때가 참 많은데...
그때마다 참 마음이 아팠거든요.
물론 어미소를 잃은 송아지를 다른 소들이 젖을 먹이기도 했는데
녀석이 탈이나서 아무것도 못 먹고 탈진해서 기운이 없을 때
밥을 푸욱 끓여서 물을 걸러 설탕, 소금 넣고 우유병에 넣어 먹여
살린 적도 있지만요.
이제 이넘을 시작으로
우리집 우사안이 꽈악 찼음 좋겠어요.
작년에 태어난 넘들은 울 수향이 학비에 보탰지만
올해 태어나는 넘들은 울 영재 고등학교 가는데 보태야하거든요.
울최후의 보루(자랑스럽게) ; 어머니, 송아지 낳았어요.
송아지 낳을 때마다 어머님께 전화드리던 울 최후의 보루,
오늘은 어쩐일로 안 하나 했더니
역시나......
가끔 전화에다 대고 하루 일과 보고하는 울 최후의 보루 보고 제가 그러죠.
삼생아짐 ; 아예 전화로 일기를 써요, 일기를...
언제나 새생명의 탄생은 흥분되고, 기대되고...그러네요.
사람이건, 가축이건간에요.
비록 요즘은 '워낭소리'에 나오는 소처럼
농사일에 직접적으로 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소는 우리에겐 언제나 요긴한 가족같은 존재였어요.
이제 이넘(창과 방패)의 탄생을 시작으로
우사안이 어린 송아지넘들로 꽈악 찼음 좋겠어요.
이넘들이 말썽부리며 쫓아나오면 함께 몰아서 집어넣던 때도 그립고...
아침에 나갈 때마다 까만 눈 초롱초롱 뛰어다니며 다가오는 넘들도 그립고...
무엇보다...
울 최후의 보루, 가족들에게 의혹과 책망의 눈초리 안 받게 하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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