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딸 수향녀석, 이주일에 한번 정도 집에 오면
아빠의 일정이 어찌되나...
달력도 뒤져보고...
왜 이렇게 결혼식이 많으냐, 환갑집이 많으냐 쫑알쫑알...
(받는건 없는데 부조가 넘 많이 나간다 이거죠...)
시골에서는 몽땅 다 하는 분위기...
삼생아짐 ; 별 참견을 다하네...
이곳저곳 집안을 둘러보면서 시시콜콜 잔소리를 하네요...
녀석, 그새 좀 나가있었다고...
반찬이며, 옷장이며...이것저것 뒤져보고 잔소리를...
삼생아짐 ; 그렇게 잘 함 니가 다해!!!
그동안 군기가 빠진 동생녀석
훈련도 좀 시키고...
민재녀석, 걷어온 빨래를 널어야 하는데
눈치 슬슬 보며 꾀부리니깐
몽둥이 들고, 협박을...
그러더니 갑자기 민재녀석을 화악~
덮쳐버리네요.
기겁한 민재녀석, 잔뜩 쫄아서 비명을...
수향녀석, 양손을 잡고 일으키는듯 싶더니...
다시 메치기 한판으로...
이번에도 민재녀석 ; 엄마야~~
놀래서 비명을...
삼생아짐 ; 너네 빨랑 빨래 정리 안해??
하는데...
울 최후의 보루 ; 야, 너 도로 춘천에 가! 너만 오면 집안이 시끄러워.
삼생아짐 ; 헐~~ 저런 상처가 되는 말을...
했는데, 워낙에 성격좋은 수향녀석, 눈썹하나 까딱안해요.
민재랑 나란히
자기 방에 들어가 얌전히 있는 듯 싶더니...
수향넘 ;(문뒤에서 빠끔히 돼랑이 고개 내밀며) 엄마~~~까꿍!!
삼생아짐 ; 헐~~
이번에는 민재를 내보내네요.
민재넘 ; 엄마~~~까꿍!!
삼생아짐 ; 헐~~
이번에는 두넘이 같이 ; 엄마~~~까꿍!!
삼생아짐 ; 푸하핫~~~
웃고 말았죠.
두녀석, 함께 빨래정리 하면서
수향넘 ; 민재 요즘 엄마 말 잘 안듣지?? 누나도 똑같이 할까??
하더라구요.
무슨말이냐면요...
민재녀석, 요즘 제가 똑같은 말을 세번쯤 되풀이 해야 말을 듣거든요.
제가 한숨을 푸욱 쉬니깐 수향넘,
"나도 이제부턴 민재가 세번 말해야 들을거야."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민재가 뭐라고 말해도 대꾸를 안 하니깐
민재넘 ; 누나,누나,누나!!
세번씩 부르니깐 그제서야
수향넘 ; 응, 왜??
민재넘 ; 있잖아, 있잖아, 있잖아...
이거해줘, 이거해줘, 이거해줘!!
수향넘 ; ㅋㅋㅋ
두넘이 장난질 쳐가며 합심해서 빨래를 다 정리하더니...
민재넘 ; 누나, 누나, 누나
이거봐, 이거봐, 이거봐!!
하더니 며칠 전 테니스치다 넘어져서 상처가 난 다리를 보여줘요.
수향넘 ; 왜 그랬어~~~~~
아프겠다며 위로해주더니...
민재에게 용돈이라며 오천원을 주네요.
누나한테 용돈 탄 민재녀석, 신나서 지갑에 집어넣고...
수향넘 ; 엄마, 나 일찍 시집가버릴까??
이쁜 딸 낳게...
또다시 협박을...
이젠 여동생 타령 고만 할 때도 되었는데,
이녀석, 심심할만 하면 할머니 만들어준다고 사람 속을 긁어놓네요.
삼생아짐 ; 시집가려면 민재 너 혼수로 데려가.
수향넘 ; 그러지뭐.
녀석, 망설임없이 시원하게 대답을...
녀석이 대학 졸업할 때쯤 되면 민재가 중학생 되니깐...
자기가 취직해서 책임진다네요.
대신 자기한테 아낌없이 투자하라고...
(셈빠르고 영악한 녀석...)
지난번에 제가 큰 가방 사달라는데도 안 사줬더니
(그동안 아르바이트해서 자기가 샀네요.
집 앞 24시 감자탕 식당에서 저녁 일곱시부터 밤 열두시까지 한다더니
일하는 시간에 비해 돈이 넘 적다고 이틀 일하고 땡!
주말에 사촌동생들 공부 봐주고 받은 아르바이트비로
아쉬운 건 해결하는 중예요.
아르바이트 하려 애쓰지말고 열심히 공부하라 그랬는데
용돈이 적은지...
(당연히 적죠...이번달에는 안 줬거든요.
지난달에 울 최후의 보루랑 저랑 이중으로 주는 바람에...)
녀석, 나름대로 자기 생활을 꾸려가는 중...
부모로서, 좀 미안하고...그러네요.
그래도...울 최후의 보루, 수향넘한테 자기가 쓰던 컴을 깨끗하게 손질해서 줬어요.
제가 재작년에 관리자 우수사례 최우수상 받아서 부상으로 타온 카메라도 주고요.
(울 최후의 보루, 애지중지 아끼던 거...)
최후의 보루 ;(술에 취해서) 미안하다, 아빠가 농사를 짓다보니 농촌이 힘들어서
너 대학입학 선물로 새건 못 사주고
내가 쓰던 거지만 깨끗이 손질했으니깐 잘 써.
하더라구요.
근데 어쩐지 울 최후의 보루 목소리가 서글프게 느껴져서...
삼생아짐 ; 잘 봐! 거기 야동도 한 편 있을거야.
했더니
울 최후의 보루 ;(무심코) 그건 내가 다 지웠지.
하니깐 수향넘, 자지러지고 웃네요.
아빠 낚였다고...
아~~
자식 앞에서 할 농담은 아니지만...녀석이 워낙 느물거려서...
(지난번에 대학 들어가서 좋은 점이
술집 맘대로 드나드는 것과 마트에서 소주 사는 거
19세이상 영화 맘대로 보는 거라고 하는 녀석...)
저도 수준이 같아지네요.
그래도 수향넘, 자기 친구는 대학입학 선물로 노트북을 받았는데
워낙 시골이라 잘 못 쓴다고 도로 가져왔다면서
자기는 이거면 됐다네요.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는데...
팔불출 아니라 구불출이 되어도 좋으니 이대로...이렇게
이쁘게만 살아줬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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