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간혹 그런 말씀 하시지요??
(저도 어른이지만...)
아들 낳고 딸 낳으면 100점이지만
딸 낳고 아들 낳으면 200점 이라고...
요렇게 목욕탕 가는 날 처럼 그 말을 실감할 때도 없답니다.
수향넘이야 이미 다 커버려서 저랑 각자 알아서 가뿐하게 씻고
먼저 나와서
바닷바람을 쐬면서 즐겁게 사진도 찍고...산책도 하고...
삼생아짐 ; 딸 하나 낳기를 잘했어, 그치??
딸 둘 낳았으면 아직까지 내가 때밀고 있어야할 거 아냐??
울 최후의 보루가 민재랑 영재 두 넘 씻기려면 힘좀 빼겠다며
킥킥거렸는데...
아무리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둘이 먼저 낙산사를 돌아보았지요.
삼생아짐 ; 난 카메라 들었으니깐 네가 목욕가방 들어.
하여튼 엄마 잔머리 굴리는 건 아무도 못말리겠다며 투덜거리면서도
목욕가방 드는 착한 울 딸...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집 떠날 녀석,
열심히 사진 찍어줬지요.
(물론 녀석은 창피하다고 목욕가방 뒤로 숨기구요...)
낙산사 입구에 놓인 팻말...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과
진실과 거짓을 구별시키는 것...
누군가에게 내 진심을 이해 받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먼저 진실과 거짓을 구별해 내는 눈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 되나요?? )
산골마을의 나무잎은 모두 져버리고
몇 몇 소나무와 잣나무에게서 한겨울의 푸르름을 보는데
바닷가의
대나무는 여전히 무성하고
여전히 푸르네요...
고개 두 개 넘으니 완전히 다른 세상...
해송아래로
파도가 높아 출항하지 못한 고깃배들
나란히 나란히 묶여서 어부의 애를 태우는 듯 하네요.
오늘따라 파도는 유난히 거세고 높기만 합니다...
시리고 푸른 겨울바다
방파제를 넘어온 거칠고 험한 파도가
모든것을 쓸어버릴 듯 합니다.
..........
......
....
여전히 삼부자는 보이지 않네요.
전화를 넣어보니...
역시나 안 받네요.
아직도 목욕중이란 말씀...
수향넘 ; 아빠, 오늘 팔운동 제대로 하네.
수향넘, 킥킥거리며 즐거워하고...
그로부터도 한시간이 넘어 어슬렁 어슬렁 추욱 늘어져서 나온 삼부자...
울 최후의 보루는 때미느라...
녀석들은 때밀리느라...
민재녀석, 깨끗해진거 보라며 자랑을 하고...
정말 인물이 훤해졌네요.
울 최후의 보루, 목욕하러 들어가기 전에는
최후의 보루 ; 야, 너네 의상대에 못 올라가봤지?? 낙산사 가봤어??
이따 가보자, 응??
하면서 아이들과 의상대에도 오르고
낙산사 절에도 들어가보자더니
목욕하고 나와서는 입구에 들어서다말고 돌아서서 배고프다며 밥 먹으러 가재요.
삼생아짐 ; 느그 아빠 늙었나부다, 화악 지쳐버렸네.
(삼생아짐 ; 미리 돌아보길 잘했지...)
최후의 보루 ; 너도 애들 둘 때밀어봐. 남는 기운 있나.
그순간, 수향넘이랑 저랑 눈마주치며 마악 웃어버렸어요.
삼생아짐 ; 그래두 두 넘이 등밀어서 시원했겠네.
최후의 보루(억울한 얼굴로) ; 시원하기는...
두 넘이 한군데만 집중적으로 밀어서 허물벗겨졌는데.
영재넘 ; 엄마, 내가 아빠 등 밀었는데, 민재가 내가 민 데만 또 밀었어.
그래서 아빠 등 허물 벗겨졌다??
잔뜩 지쳐서 차로 가는 울 최후의 보루 뒤를 쫓아가며
내내 킥킥거렸네요.
정말 오랫만에 가족이 함께 한 나들이예요.
지난 여름, 찰옥수수작업에 치여서 아이들과 바다 한 번 못 가보고...
녀석들 소원하던 온천에도 못 가보고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일에 매이고
집에서 소를 기르니 어디를 가더라도 그날 안으로 돌아와야 했지요.
이날도 소 밥 주기 전에 돌아와야 했지만
그래도 가족과 함께 한 목욕여행은 나름대로 즐거웠답니다.
비록 울 최후의 보루는 등허물 벗어지고,
양팔에 알 배었지만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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