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상하게도...
태국사람들을 생각할 때면
조금 으스스한 느낌이 들고...
해적 이미지가 떠오르곤 했어요.
피부색도 까맣고,
콧수염에...이슬람 쪽 느낌..
그리고 말 없고, 무뚝뚝하고...
게다가 문신한 사람도 많고
눈 마주쳐도 잘 웃지도 않고...다혈질...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중
즐거운 표정의 사람이 별로 없어
거리감이 느껴졌었거든요.
(쓰잘데없이 실실거리는 것도 사실 우스운 일이지만요...)
여행기간 내내 우리랑 함께 했던 태국인 가이드 "지지" 인데요...
처음 만나면서부터 이틀째 지나는 날까지
말하는 모습은 커녕 단 한번도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없었어요.
인사도 잘 안하고
차에서도 앞만 바라보고...
지지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있을 때는
차에서 오르고 내릴 때마다 우리의 인원수 체크할 때...
풍암리 형님(가만히 지지를 쳐다보더니) ;
쟈는 밥먹고 하는 일이 만날 사람 머릿수 세는 거야.
그러시대요.
정말 그래보였어요.
근데 이 말을 듣고도 지지는 아무 표정 변화가 없길래 못 알아 듣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고다음날 "지지"가 또 사람 수 세길래 광영엄마한테
"저기 형님이 쟈는 밥먹고 하는 일이 사람 머릿수 세는 것 밖에 없대"
고대로 옮겼더니...
광영엄마 ; 맞아, 맞아.
하면서 둘이 맞장구치고 깔깔 웃었거든요.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깐,
"지지"가 한국말을 말하는 것 뿐만 아니라 듣고, 읽고, 쓰는 것 꺼정
거의 한국사람처럼 하는 언어의 도사...
여행사 사장 이영태씨...
"지지 한국말 잘해요, 한국 사람하고 똑같애요."
광영엄마 ; 헐~~
삼생아짐 ; 어머, 어떡해요, 저흰 못 알아 듣는 줄 알고
형님이 쟈는 밥먹고 하는일이 사람수 세는 것 밖에 없다 그래서
저도 똑같이 그랬는뎅...
이영태사장 심각한 얼굴로...
"형수, 배 타고 내릴 때 조심해요.
아마 배에서 바다로 화악 밀어버릴지도 몰라"
삼생아짐 ; 에이~~ 설마요.
이영태사장님 ; 정말이라니깐. 여기 사람들은 여기 사람들, 자존심 굉장히 강해요.
일단은 참다가 나중엔 칼이랑 총 가지고 와서 사람 죽여버려요.
저도 살인난 거 몇 번 봤는데...
자존심 건들면 못 참아요.
삼생아짐 ;
아무리 봐도 농담하는 것 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운전수 아저씨 좌석 밑에도 커다란 칼이 있다고...
지난 번에 교통 사고 났을 때 아저씨가 몇 마디 하더니 큰 칼 들고 내렸다고...
게다가 우리 일행 차를 몰면서 다른 차가 끼어들자 아저씨가 차문 열고 마악
소리치고, 화내는 거 봤거든요.
그래서 좀 겁이나서 "지지"더러 제가
우리가 하는 말 다 알아들었냐고 물어보니깐...
웃지도 않고 그렇대요.
한국말로 대답하는데 넘 넘 유창하게...
제가 지지의 유창한 한국말 듣고...기절 하는 줄 알았어요.
배에 탔는데 좀 신경도 쓰이고, 뒤꼭지도 켕기고,
지지가 뒤에서 안 나타나나 걱정도 되고...
하여튼 그랬어요.
에라, 모르겠다. 이왕 실수한거...
아예 애교작전으로 나가야지 싶어서...
다음에 지지가 사람수 세길래 제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 지지, 맞아요??
그랬더니...지지가 씨익 웃으면서
지지 : 네에, 맞아요.
그러대요.
그래서 그담부턴 제가 지지한테 장난을 좀 쳤지요.
지지가 인원수 셀 때마다
삼생아짐 ; 지지, 맞아요??
그럼 지지가 한숨을 푹 쉬더니 웃으면서 ; 네에, 맞아요.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오르고 내릴 때마다 그랬더니...사람들이 마악 웃음을 터뜨리고...
나중엔 지지가 조금 삐친 기색...
이영태사장님 ; 쟤 화났어요, 형수가 자꾸 놀려서...
이래뵈도 여기선 대학꺼정 나오고, 영어 유창한 앨리트계급이예요.
그리고 애가 둘까지 있는 서른 일곱살 된 가장인걸요.
아무리 봐도 스물 갓 넘은 어린사람처럼 보이는데...
삼생아짐 ; 지지, 화났어요??
근데 대답을 안 해요.
내가 넘했나 싶어서 맘이 좀 켕기는데...
마침 마이크가 망가졌어요.
밥 먹고 오니깐 지지가 고쳐놨더라구요.
지지가 되나, 안되나 테스트 하길래...
삼생아짐 ; 지지, 잘돼요??
그랬더니 지지가 : 네에, 잘돼요. 아아...노래방!!!
하면서 마이크잡고 씨익 웃더라구요.
그래서 웃는 김에 사진 좀 찍자 그래서 위의 멋진 표정을 찍었죠.
뭐, 장난하면 저보다 한수위인 우리 최후의 보루...
출발할 때마다 꼬옥 늦장부리는 몇 몇 분들이 있어 출발이 지체되니깐 지지더러
최후의 보루 ; 지지, 나가서 야 이 X새끼들아, 빨리와!!!
하고 소리질러.
그러자 차에 타고 계신 다른 분들이랑 지지랑
일제히 모두다 폭소를 터뜨렸죠.
그니깐 지지가 이정도 농담도 다 알아듣는다는 말이잖아요.
어쨌든 지지랑 친해져서
팡아만 가는 배를 타는데...
제가 배에 오르려 하니깐 지지가 말리더니 뒤로 가래요.
지지 ; 여기 큰소리. 앞으로 가요.
그래서 지지의 충고대로 앞으로 가서 탔더니...
정말 트럭 엔진을 달아 만든 배라 그런지 무지무지 엔진 소리 크더라구요.
전 룰루랄라 맨 앞에서 즐겁게 경치 감상...
문득 뒤돌아보니
다들 휴지로 귀 틀어막고 인상 찡그린 채 시끄러운 소리를 참아내고 있더라구요.
사람들이 지지한테 잘 보였다고 투덜거리고, 전 즐겁게 사진에서 보던
맹그로브 나무도 찍고,
멋진 경치도 감상하고...
맹그로브 군락지는 지구상에서 몇 군데 안된다는데...
정말 신기하고 멋있어요.
맹그로브 나무 위에 원숭이들이 건너다니면서 한가롭게 놀고...
파란 바다와 섬들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올라있는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보는 듯
간간이 나타나는 섬들...
가이드가 중국의 계림과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합쳐놓은
멋진 경치를 가진곳이
바로 태국의 팡아만가는 길이라더니...
진짜 멋있네요...
예전에 해적들이 살았다는 곳...
지금이라도 해적이 나타날 듯한 바위동굴들...
멀리 이슬람 회교마을도 보이구요...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멋진 경치...
나중엔 지지도 우리 일행들과 친해져서
공항에서 헤어질 때 김태철 이장님이 : 한국에 놀러오면 연락해!!
그랬더니 옆에서 들은 한국인 가이드가 : 예, 갈께요.
그러자 광영엄마 ; 아니, 가이드님 말구 지지!! 지지더러 놀러오라구!!
하는 바람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어요.
태국 사람들끼리 있으면 술 좋아하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춘다는데...
지지의 그런 자유로운 모습은 못 보았지만
성실하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지지의 모습...
참 보기 좋았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사진을 정리하면서...
여행이란 이래서 좋은거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리고..
또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도 가질 수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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