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아만 이슬람 회교마을에서 만난 레인이예요...
이곳을 카누를 타고 도는데...
사람들이 우리 카누를 보고
비양심이라니...
너무했다느니 하면서 한마디씩 하고 지나가요.
왜그런가 돌아 봤더니
처음 카누를 탈 땐 몰랐는데 카누를 젓는 사공이 너무 어린 소년이었던거예요...
열 여섯살...
우리 영재보다 한 살 위인 소년...
게다가 울 최후의 보루랑 저는 일행중에 키도 제일 크고
덩치도 제일 커서...음...
이 약하디 약한 소년이 우리 뒤에서 카누를 젓는게 넘 힘들어보였던 거지요.
근데 이 어린 소년이 얼마나 붙임성 있고 재밌는 소년인지...
울 최후의 보루랑 저를 보더니
장금이와 주윤발 닮았다고 미남 미녀라고 대뜸 아부를...
그러더니 물 위에 떠다니는 날파리 같은 걸 가리키며 개미라고...
레인 ; 웅이아부지~~ 개미 퍼먹어!!!
삼생아짐 ; 헐~~
바위 같은 곳이 나오자 머리숙여가 아니라 "자빠져!!!"
"마빡깨져!!!"
"콧구멍 조심!!!"
삼생아짐 ; 헉!!!!
자기의 이름은 "비"라면서 한국의 '비'를 넘 좋아한대요.
한국말도 제법 잘 하고...
유머감각도 넘치고...
한국 노래도 잘하고...
카누를 타는 내내 우리를 즐겁게 해 주네요.
우리를 내려주자마자 다시 다른 손님을 태우고 나가는데...
30분 남짓 노를 저어서 받는 보수는...
고작 1000원 남짓...
울 최후의 보루가 영재 생각이 나는지...다른 사람들 몰래
5천원을 쥐어줬어요.
레인, 고맙다고...너무너무 고맙다고...
커다란 눈에 빗물과 섞여 눈물이 글썽...
비가 마구 쏟아지는데 이 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다시 또...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가요...
한국에서 이 나이의 아이들은
핸폰 사달라고 떼쓰고
공부하기 싫다고 게임이나 하고...
부모님이 차려주는 따뜻한 밥 먹으면서 투정이나 부리는 어리광장이인데
태국의 이 소년 레인은
생활전선에서 하루종일 노를 저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잖아요...
이렇게 관광객들을 상대로 카누를 젓는 사공들은
형제나 부자지간 등 가족단위...
쏟아지는 비를 퍼내는지
아님 배가 새는건지...
비를 흠뻑 맞으면서 물을 퍼내요.
이것도 삶의 한 모습이네요.
살아내야하는 또 하나의 처절한 삶...
누구에게나 삶은 녹록하지 않겠지만
이 삶또한
가슴 아리도록 고달퍼 보이는 느낌이었어요.
어리디 어린... 해맑은 소년 레인과 함께
오래도록 내 기억속에
서늘하게...남아 있을 듯 싶어요.
아마도 비만 오면
한동안 '레인'생각에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오겠지요......
태국에 내란이 발생해서
관광객들 발길도 뚝 끊어졌을테고...
어찌 생계를 이어갈런지...
조금씩 삶이 힘들고 벅차다 싶게 느껴지는 요즈음...
또다른 세상의 한 쪽에서
어린 나이에 삶의 무게를 버텨내고 있는
"레인"의 소식이...문득...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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