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옆에 심었던 미흑 찰옥수수예요.
여름에 장애인단체에서 와서 옥수수따기 체험을 진행하고 난 후,
조금 일찍 말라버린 것들은
옥수수쌀을 만들려고 고대로 세워두었어요.
이젠 옥수수가 다 말라서 옥수수 섶을 베어왔지요.
옥수수대궁에서 마른 옥수수를 하나하나 따야 하는데..
일손이 딸려요.
어쩔 수 없이 배드민턴 친다고 알짱거리던...만만한 콩떡인 울 아들넘들 차지...
한 개 따는 데 100원 할까 하다가...
이넘들 버릇되서 일 할 때마다 돈 달라 그럼 어떡해요...
아예 댓가없이 수확의 기쁨을 한 번 누려보라고 고대로 입 싸악 씻어 버렸죠.
말이 수확의 기쁨이지, 이 대궁에서 하나하나 따내려면 지루하고 먼지날리고...
농사일이 어디 쉬운게 있나요...
그래도 녀석들, 말 없이 하나하나 따내더라구요.
이 착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한다 그랬더니
영재넘, 머리 뻗쳤다고 찍지 말라고 아우성...
사진 찍을 시간이면 엄마도 따라네요.
근데 제가 달리 할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녀석들 몫!!
(집안일이 넘 많이 밀렸거든요, 대청소하느라...)
잠시 물 마시러 들어왔던 민재넘 ; 엄마, 이제 2구역 마쳤어.
그러길래...
삼생아짐 ; 2구역??
뭔 소린가 했더니...
이 옥수수섶을 가져다 쌓을 데가 없으니깐
집 주변에 돌아가면서 한트랙터씩 갖다 부었는데...
녀석들이 이걸 1구역, 2구역 나누어서...
구역별로 일을 해치워나가는 거래요.
자그마치 8구역이나 되네요.
그 와중에 울 민재녀석...
옥수수 대궁을 하나 집어들더니 다리 사이에 따악 끼고...
민재넘 ; 엄마, 나 말탔어.
이랴~~~ 다그닥, 다그닥!~~~
안 그래도 어질러진 마당에 이거 끼고 돌면서 더 어질러요.
영재넘, 너 혼자 마당 다 쓸라는 등...동생한테 잔소리 하는 거 보면서 들어왔는데...
좀있다 민재녀석 따라들어왔네요.
민재넘 ; 엄마, 내 마음이야, 받아줘~~
네 잎 클로버를 발견했대요.
씨익 웃는데 보니깐
클로버도 아닌 것을 따다가 네 잎 클로버라고...
하더니 은근슬쩍 드러누워서 뒹굴뒹굴 나갈 생각을 않네요.
밖에선 영재넘, 얼릉 나오라고 소리치고요...
녀석, 몰래몰래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더니...
민재넘 ; 어휴, 아직도 두 구역이나 남았어.
하고 한숨을 푹 쉬더니...
제 귀에 대고
민재넘 ; 엄마, 나 화장실 갔다 그래, 응???
이거 네잎 클로버라고 생각하고...알았지??
하며 방긋방긋 웃어요.
삼생아짐;
녀석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고,
머리카락과 온 몸에 옥수수 마른 이파리 조각들이 여기저기 붙어있고
손도 더러운게 조금 마음이 흔들리긴 했지만...
벌써부터 요령 피우는게 조금 얄미워서
삼생아짐 ; 영재야, 민재가 화장실 갔다 그러래.
하고 밖에다 대고 커다랗게 소리 질러 버렸죠.
당황한 민재넘, 얼굴 빨개진 채 꽁지가 빠지게 뛰쳐나가구요...
제 형한테 당하든 말든 형제가 알아서 할 일...
저는 녀석들이 들어오면 먹을 맛있는 점심을 준비했지요.
그나저나 민재녀석, 평소에도 클로버 비슷한 이파리만 보면
엄마 준다고 뒤져대는데...
녀석의 그 마음을 알면서도 배신때린 제가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어쩌겠어요,
사랑은 사랑이고, 일은 일인걸...
영재도 똑같이 소중한 제 아들인걸요.
사과의 의미로...
센터에 제가 모아서 말려 놓았던 네잎 클로버 여러장 있는데
그거 이쁘게 코팅해서 녀석 주어야겠어요.
삼생아짐 ; 민재야, 엄마의 사랑이야, 받아줘~~~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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