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내마음이야, 받아줘~~~

삼생아짐 2008. 10. 1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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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 옆에 심었던 미흑 찰옥수수예요.

 


여름에 장애인단체에서 와서 옥수수따기 체험을 진행하고 난 후,

 

조금 일찍 말라버린 것들은

 

옥수수쌀을 만들려고 고대로 세워두었어요.

 

 

이젠 옥수수가 다 말라서 옥수수 섶을 베어왔지요.

 


옥수수대궁에서 마른 옥수수를 하나하나 따야 하는데..

 

일손이 딸려요.

 

어쩔 수 없이 배드민턴 친다고 알짱거리던...만만한 콩떡인 울 아들넘들 차지...

 


한 개 따는 데 100원 할까 하다가...

 

이넘들 버릇되서 일 할 때마다 돈 달라 그럼 어떡해요...

 

아예 댓가없이 수확의 기쁨을 한 번 누려보라고 고대로 입 싸악 씻어 버렸죠.

 

 

말이 수확의 기쁨이지, 이 대궁에서 하나하나 따내려면 지루하고 먼지날리고...

 

농사일이 어디 쉬운게 있나요...

 

그래도 녀석들, 말 없이 하나하나 따내더라구요.

 

 


 이 착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한다 그랬더니

 

 영재넘, 머리 뻗쳤다고 찍지 말라고 아우성...

 

사진 찍을 시간이면 엄마도 따라네요.

 

근데 제가 달리 할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녀석들 몫!!

 

(집안일이 넘 많이 밀렸거든요, 대청소하느라...)



잠시 물 마시러 들어왔던 민재넘 ; 엄마, 이제 2구역 마쳤어.

 

그러길래...

 

삼생아짐 ; 2구역??

 

뭔 소린가 했더니...



이 옥수수섶을 가져다 쌓을 데가 없으니깐

 

집 주변에 돌아가면서 한트랙터씩 갖다 부었는데...

 


녀석들이 이걸 1구역, 2구역 나누어서...

 

구역별로 일을 해치워나가는 거래요.

 

자그마치 8구역이나 되네요.

 


그 와중에 울 민재녀석...

 

옥수수 대궁을 하나 집어들더니 다리 사이에 따악 끼고...

 


민재넘 ; 엄마, 나 말탔어.

 

이랴~~~ 다그닥, 다그닥!~~~

 

안 그래도 어질러진 마당에 이거 끼고 돌면서 더 어질러요.

 

영재넘, 너 혼자 마당 다 쓸라는 등...동생한테 잔소리 하는 거 보면서 들어왔는데...

 


좀있다 민재녀석 따라들어왔네요.

 

 

민재넘 ; 엄마, 내 마음이야, 받아줘~~

 

네 잎 클로버를 발견했대요.

 


씨익 웃는데 보니깐

 

클로버도 아닌 것을 따다가 네 잎 클로버라고...

 

하더니 은근슬쩍 드러누워서 뒹굴뒹굴 나갈 생각을 않네요.

 

 

밖에선 영재넘, 얼릉 나오라고 소리치고요...

 

 

녀석, 몰래몰래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더니...

 

민재넘 ; 어휴, 아직도 두 구역이나 남았어.

 

하고 한숨을 푹 쉬더니...

 

제 귀에 대고

 

민재넘 ; 엄마, 나 화장실 갔다 그래, 응???

 

이거 네잎 클로버라고 생각하고...알았지??

 

하며 방긋방긋 웃어요.

 

 

삼생아짐;

 

 

녀석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고,

 

머리카락과 온 몸에 옥수수 마른 이파리 조각들이 여기저기 붙어있고

 

손도 더러운게 조금 마음이 흔들리긴 했지만...

 

벌써부터 요령 피우는게 조금 얄미워서

 

삼생아짐 ; 영재야, 민재가 화장실 갔다 그러래.

 

하고 밖에다 대고 커다랗게 소리 질러 버렸죠.

 

 

 

당황한 민재넘, 얼굴 빨개진 채 꽁지가 빠지게 뛰쳐나가구요...

제 형한테 당하든 말든 형제가 알아서 할 일...

 

저는 녀석들이 들어오면 먹을 맛있는 점심을 준비했지요.

 

 

그나저나 민재녀석, 평소에도 클로버 비슷한 이파리만 보면

 

엄마 준다고 뒤져대는데...

 

녀석의 그 마음을 알면서도 배신때린 제가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어쩌겠어요,

사랑은 사랑이고, 일은 일인걸...

 

영재도 똑같이 소중한 제 아들인걸요.

 

 

사과의 의미로...

 

센터에 제가 모아서 말려 놓았던 네잎 클로버 여러장 있는데

 

그거 이쁘게 코팅해서 녀석 주어야겠어요.

 

삼생아짐 ; 민재야, 엄마의 사랑이야, 받아줘~~~

 

하면서요.

 

 

 http://samsaeng.invi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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