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겨울밤은 길게만 느껴지는지...
저녁 한그릇 다 먹고도 아홉시만 되면
다들 밤참을 찾아요...
그럴때면 어릴 적 생각이나요.
어릴적 겨울밤에 밤 열시 넘어 들려오던 찹쌀떡과 메밀묵 장사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게 들리는 듯 하네요...
"찹~~쌀떠억~~ 메~~밀무욱~~"
골목을 울리며 멀어져가던 그 목소리가 왜 그리 구슬프게 느껴지던지.
그리고 그 메밀묵이란게 왜 그리 맛있게 느껴지던지...
엄마보고 사먹자 그럼 엄마는
'밤참 먹음 소화 안 된다고 안 사주셨어요.'
그럴때면 아빠가 찹쌀떡 장사 불쌍하다고 사주셨는데...
메밀묵은 그런데 생각보다 맛이 없더라구요.
(아마 어려서 그랬나봐요. 지금은 메밀묵 무지 좋아해요^^)
밤참 무지 좋아하는 신랑 땜에
겨울 밤마다 김장김치독에 김치국물 푸러 갈 때면
좀 신경질이 나기도 하지요...
어둡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누군가 등 뒤에서 꼭 머리카락을 잡아 다닐듯한 으시시함...
눈이라도 내릴양이면
그 눈길 밟아가며 김장독묻은데 가는데
좀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게다가 고양이라도 한마리 지나가봐요.
놀래다 못해 자지러집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먹고싶다는데 해줘야지...
우선...큰 그릇에 넉넉하게 물을 붓고 국수를 삶아요.
그래야 서로 달라붙지 않고 그릇 밖으로도 안 넘치죠.
국수는 금방 끓어올라 잘 넘치거든요.
국수 삶다 넘치면 일이 두배로 늘지요.
요리팁 하나 더, 굵은 소금을 한큰술 넣고 삶으면 국수 면발이 더 쫄깃하고요...
끓어올라 넘치려 할 땐
차가운 얼음물을 한 컵 부어주면 넘치지도 않고
더 쫄깃하면서 삶아놓아도 면발이 불지 않으면서
맛있는 국수로 삶아지지요...
다 삶아졌는지 확인할 땐 찬물에 국수 한 가닥을 넣었을때 투명한 빛깔이 돌면 익은거죠.
흐르는 찬물에 여러번 헹구어 사리를 만들구요...
김장독에서 갓 꺼낸 차가운 국물에
설탕 한큰술(혹은 파인애플 국물을 넣어도 좋아요)
깨소금한큰술, 참기름반큰술, 그리고 김치를 잘게 다져넣어요...
그리고
김치사이사이 묻어놓은 쪽무를 채썰어 넣음
아작아작 씹히는 맛이 일품이죠.
그리고 그 위에 양념김을 잘게 잘라 고명으로 얹어요.
그럼 정말 둘이 먹다 하나가 로또당첨되어도 모르는
맛난
김장김치 국수말이가 완성되지요.
아, 물론 밤참 반대론을 펼친 저는 군침 흘리며 구경만 하구요...
밤참 애호가인 울남편과 세 명의 올망졸망한 내 강아지들은
밥상에 둘러앉아 남은 국물꺼정 호르륵 호르륵 몽땅 마셔버리죠...
아..이런...
또 깜빡했네요.
달걀을 고명으로 얹으려고 삶아 놓았다가...씽그대에 식힌다고 찬물 부은채 그냥 놔두고...
도대체 이넘의 건망증은 왜 날로날로 심해만가는지...
아무래도 제 별명이 '새대가리'내지는 '깜빡이'가 맞나봐요...
그래도 식구들이 맛나게 먹는거보면...
저의 수고스러움이 그리 헛되진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삼생마을 여러분...
길고 긴 저녁시간 출출하시면
삼생아짐네로 김치말이 국수 드시러 오시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