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우리 동네 가은엄마 메주 쑤던 날

삼생아짐 2007. 11. 28.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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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가은엄마예요...

 

예쁘고 귀엽죠??

 

이래뵈도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 보유자예요^^

 

(제가 실기만 아주 쬐금 코치...)

 

 

게다가 서석면 체육대회 힘자랑에서 당당히 2등

 

덩치 큰 아줌마들 거뜬히 물리치고...

 

20킬로그램 모래가마니 번쩍 치켜 들고서 눈 하나 깜빡안해...

 

서석면에서 젤 작은 상군두리 마을 2등시키는데 큰 공로세워...

제가 고 이쁜 모습에 반해버렸잖아요...

 

 

 

 

울 신랑 맥주 한박스 사다주고...

 

동네 아저씨들 달려들어 헹가래 쳐주고...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당당한 세아이의 엄마^^

 

 

 

주중에는 초등학교에 보조교사로 나가고...

 

주말이면 집안일이랑 농사일하지요.

 

 

오늘은 마당에서 콩을 삶고 있네요...

 


차를 타고 지나는데 구수한 콩냄새가 코를 찔러

 

도저히 안 멈출 수가 없었어요.

 


학교 선생님 똥침 넣었다가 경칠�했던

 

우리 민재랑 짓�기로 1,2등 다투는 아들녀석과

 

귀여운 아이들은 엄마 옆에서 실컷 불장난도 하고...

 


군밤을 구워먹기도 하고...



강냉이를 구워먹기도 하네요...

 


하루종일 콩을 삶으면서도 즐겁고 신나게 아이들과 놀아요...

 

지리하고 힘든 작업에

 

아이들 간식거리 챙겨서 불장난도 시키고...

 

(불장난 많이 함 이부자리에 오줌싼다던데...)

 

그래도 울 민재 부러워서 어쩔줄을 모르네요...

 


 넘치거나 비닐에 닿지 않게 꼬박 옆에 붙어서서

 

가끔가끔 숨구멍을 터주고요...

 

메주밟기 틀도 준비하죠...

 

어렸을적에 친정엄마가 메주콩 삶아서 메주 밟아 새끼줄에 매달을 때

 

콩알이 반너머 으깨어질 때꺼정

 

밟고 또 밟고......

 

그나마 뜨거울 땐 어머니가 밟으시고...

 

어느정도 식으면 우리보고 하라고 하셨었는데...

 

첨엔 신나서 대들었다가 지리해지면...도망가고 싶어 이리저리 꾀를 찌내곤 했지요.

 

얼만큼 밟아야돼??

 

아직도 멀었나요???

 

열어보곤 한숨 또 한숨...

 

......

 

메주를 만들고 밥통 하나 정도의 삶은 콩은 남겨서

 

보자기로 단단히 동여매고

 

겹겹이 싸서 따뜻한 아랫목에 묻어두곤 하셨어요.

 

언제나 한겨울에도 아랫목 차지는 메주와 그 청국장 콩 차지였지요...

 

 

엄마가 안 계실때면 그녀석들 윗목으로 몰아냈다가

 

어머니 들어와 보시곤 호통치곤 하셨어요...

 

겨울이 되면 그 녀석들 발효하는 냄새에 온 방안이 가득차고

 

옷에도 그 냄새 배일까봐 온식구들 구박을 받았지만

 

어머니에게만은 넘치도록 사랑을 받던 녀석들이지요.

 

그래도 청국장 익고 난 후 밥상위에 올려질 때면

 

싫다 싫다던 가족들이 제일 맛나게 먹곤 했지요...

 

 

굵은 멸치 다듬어넣고 풋고추 동글동글 썰고 두부깍둑썰어

 

먹다남은 김치 모아두었다

 

뚝배기에넣고 자작자작 끓인 청국장은

 

겨울철 별미였지요...

 

 

 

가끔가끔 덜 으깨어진 메주콩알 빼먹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말리면서 콩알 빼먹어 모양 망가뜨린다고 어머니께

 

꾸중도 많이 들었죠...

 

변변한 간식이 없던 시절

 

어머니가 메주만드실 때 한알 두알 빼먹던 고 메주알의 고소한 맛을 잊을 수 없네요...

 

 

생각해보니 전 시집와서 단 한번도

 

메주콩을 쑤어본 적이 없네요...

 

냉동실에 한 번 먹을만큼씩 얼려두었다 먹는 청국장도

 

혜진어머니랑 엄마가 만들어주신거...

 

사먹는 청국장은 너무 짜서 도저히 이 맛을 못 따라오지요...

 

그러고보니 가은엄마한테 메주만드는 거 배워야할 판이네요...

 

 

 

그건 그렇고......

 

가은엄마~~~~~~

 

메주 매달아놓고 말리다가 혹 콩알 빠진거 있음 절대 내 짓 아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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