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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나도 늙었나봐. 지유 용돈 줬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한달동안 새벽 세시부터 일어나
절임배추 씻고, 다듬고, 담고 날짜에 맞추어 보내느라 죽어라 일하면서
통장에 잔고 쌓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월말 되니 한 몫에 빠져나가네요.
절임배추 끝나고 나니
다시 알배기 배추 뜯어 로컬푸드에 내고
거둬들인 들깨 손질하고
늦서리태며 팥이며 곡식 손질하고...
농사일이 끊일 새가 없어요.
동네 형님들이 요즘 날보더니 혀를 끌끌 차며 이제 고만하래요.
나중에 후회한다고.
ㅡ 형님, 우리 막내 아직 대학댕겨요. 1년은 더 해야해.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막내아들의 방값이랑 생활비가 장난이 아니네요.
오죽하면 울서방님, 열심히 벌어서 서울 방주인 갖다주면 된다고 그러더군요.ㅡㅡ;;
요즘 애들 꿈이 건물주라더니 건물주님의 쏠쏠한 수입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객지 생활하는 아들 녀석한테 제카드 한장 여벌로 주고
문자 울릴때마다 이녀석 점심 뭐 사먹었네,
어느 지점에서 커피 사 마셨네,
한밤중에 안주 시켜 술먹었네 하면서 서방님이랑 녀석의 동선을 추적하는 재미도 있었는데,
지난번 만났을때 아껴쓰라 했더니
요즘은 문자가 안 울리니까 밥은 먹고 다니는지 은근 걱정되기도 합니다.
요 한달새 어깨며 팔꿈치며 파스 덕지덕지 붙이고,
손목 아대에, 허리 복대차고,
손가락관절까지 포함 여기저기 아프고 쑤시던 차에
유일한 사치가 밥 차려먹기 힘들때 메뉴 선택해서 밥 한끼 사먹는거,
반주로 소주 한잔 곁들이는거예요.
봄부터 가을까지 죽도록 일하느라 여기저기 불편해도 병원 한 번 못 가다가
절임배추 끝나고 나니 드디어 병원 갈 시간도 납니다.
이런저런 검사하고 입원 준비하느라 병원 들렀다가
외손녀를 만나서 용돈 주는데
그 용돈 받고 얼굴 활짝 펴지며
'사랑해요, 밈미'
소릴 듣는데 얼마나 행복한지요.
이런 맛에 돈 버나부다 싶어요.
지난번에 딸아이가 그러더라구요.
일주일에 얼마씩 아이들한테 주급을 줬더니
ㅡ 엄마, 요즘 누가 현금 써, 다 카드 갖고 다니지.
하던 녀석이 카드를 장만해줬더니
방학 끝나고 그러더래요.
ㅡ 엄마, 요즘 누가 카드 써, 다 삼성페이 쓰지.
그랬던 녀석인데 배춧잎 한장에도얼굴이 활짝 펴지니 엄청
기분좋습니다.
문득 제 자랄적 생각납니다.
울아부지, 술만 드시면 우리한테 용돈 척척 주셨는데 주시면서 엄청 기분 좋아하셨어요.
(받는 우리야 물론 더 좋았을 터이고요.ㅋ)
우리가 상 타오면 역시나 상한장에 몇만원씩 주셨는데 그수입 역시 정기적인 용돈보다 짭짤했습니다.
요즘은 몽땅 계좌이체라 돈 주고 받는 표정 보기가 힘들었는데
손주녀석 보니 역시 돈이란 주고 받을때가 행복한듯 싶어요.
그래서 힘들어도 열심히 일하고, 또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을 아이들한테 주니
그것만으로도 농사짓는 보람인듯 싶어요.
손주손녀를 둔 분들은 모두 제 마음 같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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