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작가(그린대로) 2024년

소확행을 찾아 볼까요??

삼생아짐 2024. 12. 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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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물 들어올때 노 저어야해!!
 
소소한 푼돈 버는 재미, 아시나요??
 
 
 
드디어 약 3주간의 절임배추 작업이 끝나고,
알배기 배추랑 아삭하고 달콤한 김장무를 로컬푸드로 내기 시작했어요.
 
올해 절임배추는 배추 작황이 안 좋아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그리고 주문도 예년의 3분의 1밖에 못 받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절이고
또 배송하고
받으신 분들이 맛나다고 연락 주셔서 그나마 한숨 돌렸습니다.
 
 
 
그동안 쌓인 피로와 풀리는 긴장감에 저녁에 들어오는 문자도 못 보고 곯아떨어졌습니다.
 
올해 배추가격이 엄청 비쌌지만
절임배추로 나갈 크기가 안되는 배추들은 그냥 밭에 버리기도 아까워서 
로컬푸드로 알배기 배추로 출하합니다. 
 
엄청 달고 맛나요. 
 
'농촌에서 살아보기' 참가자 선생님들께도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이 있어요.
 
 
텃밭에 지은 농산물들은 친지들에게 무료로 나눠드리는 것도 좋지만
지역 농협의 로컬푸드로 회원가입 하셔서
이렇게 조그만 수입이라도 올리시면 
농촌 사는게 무작정 막막하지만은 않다고요.
 
정년 퇴직 후 농촌에 정착하셔서
아무런 수입 없이 그냥 허송세월 하시면 
보람 없으시다고요.
 
가락동 시장이나 도매시장에 출하할 양이 되지 않으면 
이렇게 소포장 작업으로 로컬푸드로 출하하면 나름 일정 수입이 보장된다고 했지요.
 
여름에 오이랑 풋고추 등 농산물 도매 시장으로 출하하면서 매일 경매가가 새벽 한시쯤 메시지 들어올때의 기쁨과 차원이 달라요.
 
그건 경매사들이 주는대로 받는것, 이건 내가 가격 결정해서 판매하는것,
무엇보다 중요한건 내 통장에 꽂히는 금액이라 할 수 있죠.
 
서방님을 비롯한 마을 주민분들 농산물을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해 드리는 것도 신나지만,
이렇게 1,2천원 짜리 내 농산물 판매도 신나요.
(울애들과 서방님은 나의 이런 작은 기쁨을 곧잘 놀려대곤 하지요^^;;)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세요.
 
 
  
밭에서 트랙터로 갈아엎어지면 쓰레기지만,
제눈에는 쫘악~~ 깔려진 천원(!!!)짜리로 보입니다.ㅋ
 
길 가다 천원짜리가 길에 떨어져 있으면 안 줍고 기냥 지나갈까요???
 
(아, 그냥 지나가야 맞지요.^^;;아님 경찰서에 가져다주거나^^;;)
 
 
하여튼 추워진다해서 손수레로 배추 알뜰하게 뜯어들이고,
무도 뽑아서 정리하고.
가끔은 이렇게 잉여 농산물 판매하고 나누는 재미도
노멀 크러시 혹은 소확행이라고나 할까요
 
  
 
한동안 고된 작업에,
딸리는 체력에 많이 우울했는데
반가운 분들 방문에 낮술 두어잔, 살아가는 얘기,
그리고 올 가을 들어 로컬푸드 첫 출하작업에 소확행을 느낍니다.
 
 
살아온 세월 반백년이 넘어서면서,
소확행이 얼마나 소중한건지도 알겠어요.
 
 
 
갓 지어낸 밥 냄새가 역겹기보다 구수하고(누룽지향찰현미 맛나요.ㅋ),
비 오는 날 이불속의 따뜻한 온기가 그러하고,
손주들의 볼 뽀뽀, 포옹, 웃음소리,
학교에서 돌아와 재잘거리는 소리,
내가 차리기보다 누군가 차려준 라면 한끼의 점심,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맛나다는 칭찬 들을때,
땀 흘린 운동후의 온수 샤워,
우리집 시고르자브종 아롱이나 딸 혹은 아이들과의 저녁 산책,
잔잔한 노을을 바라보며 귀가할때,
새책 냄새,
Avicii와 A-ha,Il Divo, Celtic Woman, Sia의 음악을 들을 때,
잘 정리된 집안,
물기 사라진 욕실 바닥,
양치질 후의 상쾌함,
서방님이 안아주고 손 잡아줄때,
비행기표 결재할 때,
차에 올라 시동걸면서 어디론가 떠날 때,
햇볕에 뽀송뽀송 마른 빨래의 촉감,
쪽쪽 찢어지는 식빵 한조각의 달콤함,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아!
 
내가 만든 천연비누냄새.
갓 구운 고소한 쿠키냄새
따끈따끈한 온돌 방바닥의 온기,
우리 아이들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잘 지내고 있다는 영상통화,
양가 어머님들의 건강하신 미소.
 
소확행은 생각보다 많지만 생각보다 찾기 쉽진 않네요.
 
 
어쩌면 '소확행'이 아니라 내 삶의 '존재이유'일런지도 모르겠어요. 
스스로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존재가치 찾기'나 '미소 찾기'일런지도.
 
아마도 이러한 소확행은 도시에서보다 제가 농촌에서 살기때문에 더 잘 느끼는것인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