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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만 되면
서방님한테 주말아침엔 10시까진 절대 깨우지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약속까지 받아내는데...
주말에는 더 일찍 눈이 떠져요.
그것도 새벽 다섯시쯤...
쪼금 억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_ど)
하지만 서리가 내리기 직전의 농촌은 정말 눈코뜰새없이 바쁘기에
눈물을 머금고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강원스테이 선생님들과 저희집의 무수확날입니다.
지난 여름에 강원스테이 참가자 선생님들이 심었던 김장무가
그 무더운 더위도 이겨내고
혹독한 가뭄도 이겨내고
이렇게 튼실하게 잘 자랐네요.
잘 자란 자식들을 보는 느낌이 이럴까요?
무청 시래기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밭에서 대가리를 잘라주었습니다.
그리고 밑둥인 무를 수확하니 엄청난 양이 되네요.
정말 이쁜 모양으로 잘 자라서 선생님들 올 겨울 김장나기 식량으로 쓰일 거예요.
인삼, 산삼보다 더 달고 맛난 김장무
올 여름부터 유난히 배추값이 비싼 터인지라
이렇게 수확한 무는 정말 요긴한 밥상거리 반찬으로 올라요.
일부는 물김치를 담고
깍두기도 담고
채나물도 무치고
채썰어 소금에 살짝 절여 물기 빼고 들기름에 달달 볶아서 고소하고 달콤짬짜름한 무숙채도 만들어 먹었어요.
그야말로 무의 변신은 무죄라 할까요??? ㅎ
저희도 여러차례에 걸쳐 수확한 무를 잘 선별하여
일부는 내년 봄까지 먹으려고 저장하고
그리고 또 일부는 썰어서 무말랭이를 만들었지요.
햇볕에 말리면 누렇게 변색되기에
이렇게 물기를 날린 후에
건조기에 넣어 주어요.
약 이틀동안 말리면 깨끗하고 맛난 무말랭이가 되지요.
물엿 조금 넣고 고춧가루에 파마늘 양념해서 조물조물 버무린 무말랭이는
오드득 오드득 씹히면서 얼마나 맛있게요? ㅋ
여기에 잘 말려두었던 고춧잎을 불려 함께 무치면 더 맛나지요.
무는 정말 버릴게 없습니다.
잘라낸 무청으로는 이렇게 그늘에 매달아 시래기를 만들어요.
먼저 매달았던 무청은 벌써 반쯤 시래기화 되었네요.
하여튼 농가의 가을은 시간과의 다툼이라 엄청 바쁘고 정신없네요.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수확물이 쌓이는거 보면
부지런히 일한 개미가 겨울을 굶지 않는다는
이솝우화를 실감하게 됩니다.
강원스테이 참가자 선생님들도 땀흘린 보람을 느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농촌에서의 삶은...
땀흘린 만큼, 씨를 뿌리고 가꾼 만큼 정직하게 돌려받는 삶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셨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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