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이랑 논이랑 심을거 다 심고,
어제부터 비가 주룩주룩 오는 주말...
봄비는 쌀비라지만 비실거리던 찰옥수수가 드디어 생기를 찾는듯 싶다.
동네형님이랑 부녀회장님이 심심한지 배깔고 누웠다더니, 막걸리에 전부쳐 먹자고 꼬신다.
고비 포장 작업한다니까 겸사겸사 다음으로 미루었다.
(그동안 농사일 힘들었으니 잠시 쉬는 것도 좋을듯...ㅋ)
산나물 배송작업 끝나고,
여기저기 연락해서 어렵게 구해놓은 자연산 고비 포장 작업.
가루가 많이 날려 습도 높은날 작업해야한다.
습도가 높은데도 담을 때마다 가루가 날려
코로 들어가고
목으로 들어가고
재채기도....ㅠㅠ
다들 이젠 나이들고 힘들어서 많이 못 꺾어서 자식들 주려고 안팔려고 하셨다면서 망설이시길래
ㅡ 자식들은 고기 사먹으라 그래요.ㅋ
그랬더니 웃으시며 내놓으신다.
10년이 넘도록 팔아드렸는데...
해마다 양이 준다.
그 흔하던 미역취랑 미나리, 돌나물들이 보기 힘들고,
산에 다니시던 어른들도 점차 다리힘 떨어지니 우리 자연의 것들을 접하기가 어렵다.ㅠㅠ
(연로하신 마을 어르신들 용돈벌이 해 드린다던 목적이 어느샌가 고향의 옛 것들을 도시에 전해주는 것으로 보람을 찾기도했는데...)
농촌의 고령화가 이제 마을 특산물 판매에도 영향을 미친다.
내일도 비소식이 있어 동네 형님이 촌두부 체험 해 주시겠단다.
(엿 고으기, 올챙이국수 누르기, 메밀묵쑤기, 두부 만들기...이런 우리 고유의 손맛도 어머님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 후대에도 전해지는데...)
오래전 두부한다고 혼자서 끓이다가 후루룩 넘쳐서 솥에 물밖에 안남았다했더니 마악 웃으시더니, 밭에 김매느라 바빠 못하겠다던 체험인데, 비 온다니까 해주신다고 연락 주셨다.
이또한 대표적인 슬로우푸드...무엇이든 들어간 정성만큼 맛나고 고맙고 귀한 것들인데...
사라져가는 우리 농촌의 유무형 유산들을 얼마만큼 지겨낼 수 있을까...
처음 농촌마을 관리자로서 가졌던 야망(?)또한 사라져가는건 아닌지...
반성하는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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