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바순캠프

삼생아짐 2018. 8. 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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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순basson(혹은 파곳fagott)이란 악기를 아시나요? 

희극과 비극을 모두 품은 악기, 바다의 신이 이야기하는 목소리라고도 불리우죠.

목관악기 가운데 가장 낮은 음역대를 가졌고,

소리가 화려하진 않지만 어두운 분위기에서 신비롭고 밝은 소리까지 표현할 수 있는 악기랍니다.



올해에도 바순 음악캠프가 저희 마을에서 진행중인데요,

목관악기의 부드러운 소리가 참 듣기 좋습니다.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바수니스트이시자 우리나라 최고의 바수니스트인 임성훈 교수님과

 미래의 바수니스트를 꿈꾸는 학생들이 맹렬히 연습중인데요, 

먹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오로지 연습 또 연습...

불쌍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맹연습입니다. 




우리에겐 그저 마음을 달래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듣기 좋은 소리에 불과하지만

그 한 음 한 음을 만들기 위해 연주자는 피나는 노력을 한다는걸 새삼 알겠습니다. 


잔뜩 지쳐보이는 학생에게 '연주하는 본인이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해야 듣는 사람도 즐거울거야...'

라고 했지만

이 소리가 얼마나 어이없고, 지친 마음에 얼마만큼 가 닿을런지,

혹은 위로가 아닐런지도 모르겠단 생각 드네요.


하여튼 마을 어르신들...농부들보다 더 부지런하다고...칭찬하시네요.ㅋ 




'리드'라고 하나요, 연주자들이 입으로 물고 부는 부분은 본인이 직접 갈대를 깎아 만드는데

일주일이 걸리지만,

약 한달 정도 밖에 사용 못한다네요. 

 악기 연주하다말고 모여서 열심히 만들길래 신기해서 잠시 구경...ㅋ




제가 할 수 있는건 부녀회장님 도와 맛난 식사 준비해 드리는것...

해마다 찾아주는 학생들과 교수님이 반갑고 고마워 쉴 짬 없어도 즐겁네요. 

부드러운 바순음을 들으며 마음 순화도..ㅎ




우리 지유도 놀러왔다가 저를 따라와 주방에서 저를 지켜보며 있습니다.

지유랑 못 놀아줘서 너무 미안했는데....




식당에서 연습을 하시던 조교님께서 지유를 위해 '곰세마리'를 즉석에서 바순으로 연주해 주셨죠.

그리고 '노는게 제일 좋아~~' 뽀로로도요.ㅋ


아마도 바순으로 직접 연주하는 것을 듣는 아이는 우리 지유가 최초일거예요.ㅋ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

도입부가 바로 바순으로 시작하고,

모리스 라벨작곡의 볼레로가 테마음악으로 사용된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에서도

앤딩부분에서 발레와 함께 각 악기들이 연주되는데, 바순이 등장하죠.

한때 이 영화의 춤을 보고 살짝 돌기도..^^;; 



올해에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는데요,

마을 특산물인 곤드레 나물을 바닥에 깔고 단호박과 양파, 느타리 버섯, 오리고기를 넣고

특별히 만든 육수에 끓여 겨자장에 찍어먹는 전골요리 개발, 인기 짱이었습니다.



밥만 먹으면 악기를 부는지라 금방 시장해 지고, 또 밥을 먹고 나면 바순을 부는지라 쉴 새가 없네요.



어떻게 보면 예술가들은 정말 고통스러울듯도 싶어요.



하지만 이렇게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듣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주를 할 수 있겠지요?



4박5일 바순캠프가 끝나자마자 다음날 서울대학교에서 콩쿨이 있다는데

모두들 좋은 실력을 거두고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에서

유명한 바수니스트가 되기를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