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박 10일 과정으로 경기도 고양시 농촌사랑 지도자 연수원에서 개설된 '농촌 체험 지도사 과정'에 다녀왔습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연수원의 잘 손질된 잔디밭은 항상 눈길을 끕니다. 맘 한편으로 우리집 화단의 마구잡이식 잔디밭과 비교되어 가끔 한숨이 나오긴 하지만요.
남편이 그 잔디를 가꾸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알기에 이만큼의 잔디밭을 조성하려면 얼마만큼의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지... 보기에 좋으면서도 이 잔디를 가꾸는 사람의 품과 노고를 생각하면 예사로 보이진 않습니다.
첫머리에 이야기가 딴 데로 샜네요.
어쨌든 제게도 새로운 시각 하나가 생겼습니다.
늘, 항상 제 입장만을 생각하다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거요.
철이 좀 든거지요. 오십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야 비로소요......^^;;
지역 농협을 통해 서류를 넣고, 면접을 보고......입교 과정도 그리 녹록치 않아서 경쟁률은 약 2~3대 1정도......됩니다.
자신이 속한 마을의 입상경력과 지원자 개인의 입상 경력,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농업에 종사하고 있고, 또 농촌마을 일을 하고 있는 마을 사무장이나 체험진행자, 부녀회장, 농장주 등 실제 체험진행을 하고 있거나 꼭 체험 진행을 할 지원자를 중심으로 선발하는 듯 싶습니다.
저야 뭐...농사 경력도 오래 되었고, 또 정보화마을 관리자일도 오래 한 편이고......자랑인듯 싶지만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상도 좀 많이 탄 편이고......그래서 선발된 듯 싶습니다.ㅋ
한창 바쁜철에 거의 열흘이나 집을 비워야한다는 사실이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방학을 맞아 집에 들어온 영재녀석 밥 해 주는 일도 걸리고...왜냐하면 올해 대학에 입학한 이녀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매끼 사먹는 음식을 먹는지라 '집밥'에 대한 향수가 큰 녀석이거든요.
저로 하여금 음식 만드는 어미의 보람을 만끽하게 해 주는 녀석이지요. 엄마가 해 주는 건 뭐든지 맛있다...라는 식의 아부로요.
그런 녀석을 내버려두고,또 녀석들 아빠도 독수공방 시키고......하여튼 짐을 꾸려 입교했습니다.
체험지도사 양성과정의 담당교수님은 서종경 교수님이시네요.
얼마전 수료한 식교육리더 양성과정때 잠시 강의를 들었었는데,
생각보다 매우 꼼꼼하고 매번 강의가 끝난 후에는 복습도 시켜 주시고, 또 강의실 벽마다 돌아가며 강의 내용을 붙여주시고, 강의때 강사님들이 준비해 오신 교재와 교구 등을 뒷편에 진열하여 참고하도록 하는 등 지도교수로서 정말 세심하고 배려가 많은 분이셨습니다.
서울 시립대 김용근교수님이십니다.
체험지도사로서의 자질 뿐만 아니라 마을 자원 찾기, 그리고 마을 공동사업시 발생하는 갈등 해결에 관해 강의중이세요. 마을 공동 사업에 있어 갈등은 필연적......마을 사업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모를 경우에 갈등이 생깁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의욕과 신념에 차서 마을 사업을 추진해 나가시던 마을 위원장님이나 이장님들이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 끝에 진저리를 내며 공동사업에 손을 떼고 다시는 농촌 마을일 하고 싶지 않다고 하시는 경우를 많이 본 지라 관심깊게 들었습니다.
박수는 커녕 그냥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는 해주지 않더라도, 욕이나 하고 없는 말 만들지만 말았으면 좋겠다고까지 하시는 분들을 보았고, 또 언제까지 농촌마을 사업에서 마을 리더들의 희생만을 강요할 것인가 그런 생각도 들었었고, 마을일에서 손을 떼고 난 후엔 무기력 내지는 허탈감에 빠진 분들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고 안타까웠던 적도 많았었지요.
끊임없이 교육하고 회의하고 현장에서 하고픈 이야기를 하되 뒷말은 하지말며 책임과 분배의 문제를 확실히 할 것에 관해 강의 하셨습니다.
이론과 현실이 접목되어 마을 공동 사업이 원활해지는 때는 언제일런지......살며시 한숨도 나옵니다.
......이틀간의 릴레이식 강의 후에도 못 다 하신 내용이 있어 저서를 소개해 주시네요.
'마을 공동 사업의 이해와 갈등관계'
최소 50권은 팔았다며 장난스럽게 웃으시며 손 흔들고 떠나시는데 저도 이 책을 한 번 사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틀동안 유익하고 재미난 교육 감사했습니다.
체험놀이 창작 연구소 송종대 소장님의 강의도 체험지도사의 자질함양과 역할완수에 꼭 필요한 강의들로 채워졌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적용가능한 체험 계획서를 작성하고 실습하는 과정까지 이루어졌는데 실습생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장단점을 날카롭게 지적해 주셨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많이 배우고 뉘우치고 그리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웃음 연구소라 해야 할까요, 윤재섭 소장님이십니다. 제 평생 이렇게 재미난 분을 처음 보았습니다.
시종일관 유쾌한 어투와 구수한 사투리, 그리고 촌철살인이라 해야 하나요, 유쾌한 농담속에 날카로운 핵심 한 단어씩, 일상생활의 언어를 유머스럽게 풀어낸 강의도 재밌었고, 특히 체험지도사로서 마음을 여는 법을 배웠습니다.
레크레이션 기법과 체험객들을 대상으로 한 분위기 끌어내는 방법, 즐거움과 보람을 주는 방법도 배웠는데, 이또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노력에 의해 이루어질 수도 있음을 알겠습니다.
선천적으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질 못하고, 다소 쌀쌀한 제 성격이 농촌에 살면서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자락이 있어 쉽게 마음을 여는 편이 아닌데, 진정한 체험 지도사란 체험객들을 대상으로 자신을 온전히 내보이고 마음을 여는 것이라는걸 배웠습니다.
스스로를 '곰샘'이라 소개한 '좋은 세상 바라기'의 최병석대표님.
이분의 강의는 들으면 들을수록 대표님의 살아오신 열정이 느껴졌고, 무엇보다 아이디어의 기발함과 독특함, 교재 교구 개발의 다양함과 창의성이 돋보였습니다.
나이는 어려보였지만,(아직 총각이시라네요.ㅋ) 연세 높으신 체험지도사 어르신들을 쥐락펴락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하고, 갑자기 비가 와서 실내에서 체험을 해야 하거나 혹은 체험 아이템이 딸릴 경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재미난 교구와 교재들을 많이 소개해 주셨고 또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스마트폰의 유용한 어플과 SNS 활용교육을 해 주신 농촌사랑 지도자연수원의 임창덕 교수님의 강의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경기도 안양 소방서 최병의 팀장님의 시간도 참 유용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심장맛사지와 인공 호흡등의 응급처치와 고등학교 때 해 보고 잊어버린 삼각건 사용법, 붕대 감는 법, 심실제동기 사용법 등을 배웠는데 잘 익혀두면 정말 요긴하게 사용할 교육이었습니다.
의식의 유무를 확인 한 후, 기도를 확보하고, 구조 요청 후, 코를 막고 숨을 불어넣기...
2회 불어넣고 30회 심장 맛사지 등을 연습하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니 왜 아니 그렇겠어요......
인공호흡을 한참 실습하는데...뒷쪽에서 유쾌한 한 동기생님, 너무 오래 있지 말라네요.^^;;
심장이 왼쪽에 있는 줄만 알았는데 양쪽 BP점 정중앙이 바로 맛사지 위치라고 합니다.
손바닥을 겹쳐 최소 5센티 이상 눌러주어야 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저희 지역에서도 계곡에 놀러오신 분들이 물에 빠져 의식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곤 하는데 잘 배워두어서 요긴하게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초기 응급처치가 생명을 살리고 뇌사 등의 후휴증이 없게 하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잘 알면 응급처치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가를 알 수 있지요.
마지막날, 새둥지 마을에서 실습해 본 '뱀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 실험은 참 재미났습니다.
거울을 눈 바로 아래에 대면 하늘을 비롯한 세상이 위로 보입니다. 앞사람의 어깨를 짚고 따라가다보면 뱀의 움직임을 흉내내게 되고, 또다른 동물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거지요. 반대로 거울을 위로 대면 하늘을 나는 '새'의 눈으로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사람의 시각으로 정면을 바라보기만 하던 세상을 다른 차원에서 바라보는 느낌, 나 아닌 또다른 대상의 눈이 되어 보는 것이라 이색적인 체험이었습니다.
이것 외에도 오리엔티어링 짜는 법, 워크시트 작성하는 법 등을 배웠는데, 저도 힌트를 얻어 마을에서 해보면 좋을 듯한 워크시트지를 즉석에서 제작했는데, 언제 한번 실습해 보아야겠습니다.
조별로 나누어 실습도 하고,
또 이론평가와 실기 평가도 하였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체험지도사분들과 2주동안 교육 받으면서 많은 정보 공유도 하고, 사람사는 정도 나누었지요.
교육내내 유쾌한 농담과 재치로 동기생들을 웃음짓게 만들었던 분들
서로 격려하며 비판도 하고 장단점을 짚어주기도 하면서
힘든 교육기간 내내 서로의 힘이 되어 주었던 전국 각지에서 오신 체험지도사분들과의 교류도 뜻깊었습니다.
서종경교수님이 좋은 시나리오 만들기와 체험 지도사가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이며 기본 자세 등에 관해 특히 많은 지도를 해 주셨는데, 제가 마을에 중요한 행사가 있어 하루 전날 떠나오면서 참 많이 배웠다니깐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웠냐며 물어보셔서 제가 느꼈던 점을 말씀드리면서 마음속 한편으론...
이분도 내공이 보통이 아니시네......즉 형식적인 말은 받아들이는 분이 아니란 것을 느꼈었지요.
우리 막내아들녀석도 제가 늘 사랑해 라고 하면, 듣기좋은 말 말고 진심이 담긴 말을 해 달라고 하는데, '사랑해'소리도 너무 남발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그렇네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형식적이고 듣기좋은 말을 하는것이나 듣는 것에 익숙해지면 자칫 진심이 흐려질 수도 있다는 것을요.
2주차에는 장소를 옮겨 현장실습 과정을 가졌는데 연천의 새둥지마을에서 여러 체험도 하고 교육도 받았네요.
식교육농장 1호로 선정된 마을이라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잘 조성된 식교육농장 시설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율무 비빔밥으로 식체험을 했는데 제가 진행하고픈 체험중의 하나라 관심있게 보고, 동영상으로도 담아왔습니다.
서종경교수님 말씀대로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배웠는지는 제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바쁜철 오랫동안 마을을 비운다는 것, 특히 가정을 비운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제 스스로 갈등도 많았는데, 다녀오길 잘 한듯 싶습니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오신 체험지도사분들의 열정과 강사님들의 열의에 가장 크게 감명 받았고, 잘 짜여진 교육 커리큘럼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요즘 농촌마을마다 체험이 필수적이라 많은 체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마을에서 갖추어야 할 여러 안전의 필요성과 기준들의 필요성이 새삼 부각되는 듯 싶습니다. 이 교육 하나만으로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체험을 진행하는 마을의 사무장이나 위원들, 위원장님들이라면 꼭 받아두면 좋을 듯 싶습니다.
교육 다녀오고 나서 단 하루도 쉴 틈 없이 행사와 체험이 이루어지고 있어 찬찬이 정리할 시간을 놓쳤습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몹시 피곤하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고......이런저런 회의도 들고 초저녁에 곯아 떨어졌다가 잠이 깨인 시각...
사진을 정리하면서 새삼 교육의 분위기에 젖어봅니다.
그렇게 제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야겠지요, 농촌에서는.
ps. 아, 교육을 떠나기전 인터넷에서 보고 웃었던 농담 한가지
오랫동안 아내들이 집을 비울때면 예전에는 곰국을 끓여놓고 가는데 요즘에는 냉장고에 메모 한 장 달랑 붙이고 떠난답니다.
'까불지마라!' 라는 메모요.
무슨 뜻이냐구요?
가스 조심하고, 불 조심하고, 지퍼 단속 잘 하고 있어라, 마누라는 돌아온다, 라면이나 끓여먹고 있어라...라는 뜻이라네요.ㅋ
그러면 요즘 남편들은 그 옆에 답장도 써놓는다네요.
'웃기지마라' 라구요.
무슨 뜻이냐구요?
웃음이 절로 난다, 기뻐 죽겠다, 지퍼는 내 맘이다, 마누라야 오든말든, 라면이야 먹든 말든.
이 정도 되면 부부사이 관계......'끝'인거죠? ㅋ
'농어촌진흥공사 촌아띠 네티즌블로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어촌지역 학습도우미방을 운영했습니다 (0) | 2013.08.23 |
---|---|
한국 농업의 역사와 절기에 따른 농사일과 농경문화 (0) | 2013.08.10 |
복날 해먹을 수 있는 닭닭닭닭닭닭닭요리들 (0) | 2013.07.13 |
산청을 다시 보다......남명 조식선생을 만났습니다. (0) | 2013.07.08 |
웬갖 잡새? (0) | 2013.06.30 |